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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그의 고민이 하나의 요리가 되기 까지 - ‘에스터 채’ 심포지엄과 공연 리뷰

  • 조회수 4735
  • 등록일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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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민이 하나의 요리가 되기 까지
- ‘에스터 채’ 심포지엄과 공연 리뷰

전성현

에스터 채가 쓰고 연기한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
공연 평을 먼저 하자면 고심하고 쓴 대본에 군더더기 없는 연기였지만, 깊은 맛을 내지는 못했다. 그런 면에서 예술 한다는 것이 비빔밥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그의 비유는 탁월한 데가 있다. 그 탁월함은 자신의 공연과 비유가 맞아 떨어지는 데서 오는 것인데, 비유 그대로 공연은 재료를 잘 버무려 만든 것이었다. 아주 정갈하게 버무린 레스토랑의 비빔밥이랄까. 공연의 이러한 느낌은 그가 말하는 엘리트 예술론과도 상통하는데, 심포지엄에서 그는 괴테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예술론의 설명했다. “줄타기하는 무용수의 그 외줄만큼이나 무대가 좁아서 감히 능력 없는 자들이 발 디딜 생각을 할 수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그의 대본이나 연기는 잘 교육받은 사람의 것이었으며, 관객은 잘 대접받았다. 그러나 그 공연을 봄에 있어서 깊은 맛을 내지 못했다는 평가로만 이해하면 그 공연이 가진 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공연의 힘은 완성된 요리가 아니라 그 재료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재료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력을 살펴봐야 한다.

그는 미국배우조합(SAG)에 속한 고용배우이자 스스로 표현하기로 생산하는 예술가이다. 고용배우라는 직업은 프로덕션 체제로 제작되는 공연에 오디션을 봐서 일한다는 말일 테고, 이 직업은 한국의 공연환경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단지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생산하는 예술가’라는 직업은 생소할뿐더러 명칭부터가 이상하다. 생산하지 않는 예술가가 있다는 말은 아닐 것이므로 저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용배우의 위치와 사업가entrepreneur로서 에스터 채를 이해해야 한다. 우선 고용배우는 프로덕션에 고용된다. 그 프로덕션에는 대본이 이미 나와 있으며 연출 또한 이미 섭외되어 있다. 작품이 가진 창조성과 연출의 창조성이 부딪히는 자리에서 고용배우의 창조성은 연기예술의 테두리 안에서 발휘된다. 희곡이나 연출 영역과 연기 영역의 창조성은 그 성격이 다른 것이다. 에스터 채가 연기예술의 테두리에서 나와 글을 쓰게 된 것은 그의 문제의식이 가진 성격이 작가의 영역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5살 때 한국으로 건너왔다가 대학 졸업 이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에스터 채는 정체성 혼란으로 힘겨워했다. 정체성에 혼란이 온 사람이라면 그렇듯 어떤 방법으로든 그 혼란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에스터 채의 경우에 그 해결은 예술가로서 그의 삶과 궤적을 같이 하고 있다. 욕심 많은 아이로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연기라는 예술을 선택하고, 흔들리는 정체성을 예술가의 정체성으로 확립하고 이제는 그 정체성을 투영시켜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가 된 것이다. 심포지엄에서도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에스터 채는 그 정체성 혼란이 지금의 자신이며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준 것이라 답했다. 그가 얘기한 비빔밥 예술론, 커피추출 예술론, 곰국 예술론으로 표현하자면, 정체성 혼란이라는 재료를 커다란 그릇에, 커다란 커피머신에 담아버린 것이다. 그 재료를 담을 수 있는 커피머신을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그릇이 된 사람으로서 에스터 채는 생산하는 예술가로서 자신감 넘친다.

앞서 얘기한 재료 얘기로 돌아와 보자. 에스터 채의 공연은 그것의 토대가 된 재료가 힘이 있다. 그 재료는 그의 정체성인데, 힘은 그 정체성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데서 나온다. 에스터 채는 한국과 미국 어느 한 쪽을 선택하거나 괴로워서 고민의 끈을 놔버리지 않고, 그 둘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려 한다. 강연에서 에스터 채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전환시키는 사업가entrepreneur로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그에게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자신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성찰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국제 연기 심포지엄 강연모습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 공연 장면


자료담당자[기준일(2012.10.25)] :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변서영 02-760-4665
게시기간 : 12.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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