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간] COLD FEET 《No Filter》 ~9월 15일(화)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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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
COLD FEET 《No Filter》
2026년 8월 25일(화)~9월 15일(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화~토요일 11~18시. 무료
URL https://archivist.kr/exi?m=gov&i=178832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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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소개
No Filter
박주원 (독립 큐레이터)
‘고정관념(固定觀念/stereotype)’이라는 단어가 있다. 고정관념을 뜻하는 영문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은 그리스어 ‘stereos(단단한)’와 ‘typos(인상, 형)’가 합쳐진 말이다. 이 단어는 이후 인쇄술에서 같은 모양을 여러 번 찍어내기 위해 제작한 납판인 ‘연판(鉛版)’을 의미하게 되었다. 인쇄술에서 복제용 판을 가리키던 말에서 유래한 또 다른 단어로는 진부한 표현을 뜻하는 ‘클리셰(cliché)’가 있다. 스테레오타입과 클리셰, 이 두 단어는 미리 규정된 인식이나 이미 일정(一定)해진 상태와 처지를 가리킨다. 한편, 이처럼 굳어진 상태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로는 껍질이나 가죽을 벗는다는 뜻의 ‘탈피(脫皮)’가 있다.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는 것만큼이나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일은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이미’ 단어가 된 것, ‘이미’ 정의된 것을 다르게 생각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고정된 의미의 겹을 벗겨낸 뒤, 그 아래에서 작동하고 있던 감각과 힘을 우리는 새롭게 느낄 수 있을까? 사회적 필터를 거치기 이전의 상태를 다시 감각할 수 있을까?
본 전시는 《No Filter》라는 제목 아래 언어화되기 이전, 그리고 사회적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감각과 에너지가 발생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여기서 ‘필터’란 감정, 서사, 해석과 같이 감각을 이해 가능한 형태로 번역하는 인간 중심의 의미 체계를 가리킨다. 전시는 이러한 필터의 작동을 잠시 멈춤으로써 감각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발생하고 작동하는지를 탐색한다. 이는 인간이 느끼는 감각을 넘어 물질 그 자체의 상태와 그 변화의 과정에 주목하는 시도이다. 오늘날 우리의 경험은 빠르게 감정과 서사로 번역되며 감각의 직접적인 강도는 점차 약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고통은 슬픔으로, 죽음은 비극으로, 사랑은 아름다움으로 정리되며, 신체와 물질이 지닌 복합적인 작용은 이해 가능한 감정의 틀 속에 포획된다. 그러나 이러한 번역 과정은 때로 감각이 지닌 복합적인 강도와 이질성을 익숙한 의미 안에 가두기도 한다. 본 전시는 이러한 이미 정해진 감정 중심의 해석을 유보하고, 감정과 서사로 환원되기 이전의 작용, 즉 서사에 앞서 작동하는 물질과 감각의 흐름을 포착하고자 한다. 전시는 신체와 물질, 그리고 에너지의 작용이 만들어내는 관계 속에서 이해되기 이전에 먼저 도달하는 감각의 상태를 드러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참여 작가들은 익숙한 해석의 필터를 잠시 유보하고, 해석 이전에 발생하는 감각을 매개한다.
김영재는 고통을 슬픔이나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재료의 표면에 가해지는 물리적 타격의 흔적을 통해 감각의 직접적인 강도를 드러낸다. 여기서 찌그러짐과 긁힘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힘이 가해진 사건 그 자체이며, 고통으로 해석되기 전의 물리적 힘이 물질의 표면에 남긴 감각적 형식이다. 또한 작가는 물리적 힘을 받은 이후의 시간과 변화에도 주목한다. 손상된 물질이 취약성을 품은 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회복이 아니라 고통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존재의 상태를 보여준다.
이고은은 사랑과 애착에 뒤섞인 불안과 집착의 구조를 라텍스와 같은 물질을 통해 가시화한다. 분리 이전의 합일 상태로 되돌아가고자 하지만 결코 완전히 충족될 수 없는 분리 불안과 회귀의 욕망은 작가의 상상적 토대가 된다. 작가가 사용하는 물질은 산화되고 늘어나며 변색되고, 주변 환경의 영향에 따라 점차 굳어간다. 이러한 물질의 변화는 충족과 결핍 사이를 오가는 관계와 반복되는 욕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각과 의미가 겹겹이 축적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관객의 신체에 즉각적인 촉각 반응을 일으키며, 사랑이나 집착이라는 감정으로 명명되기 이전의 끈적한 감각을 마주하게 한다.
이예주는 죽음을 비극으로 규정하는 인간 중심적 해석을 유예하고, 그것을 물질의 순환과 변형이라는 거대한 과정으로 제시한다. 중력에 의해 하나의 덩어리로 끌어당겨지는 존재로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른 것이 되어 간다. 여기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변형의 국면이며, 이는 인간의 감정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지속되는 물질적 변형의 흐름을 드러낸다. 개별적인 존재는 완전히 분리된 채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체와 결합을 거치며 다른 존재와 물질의 일부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순환 속에서 모든 존재가 보이지 않는 힘과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진숙희는 인간의 몸에 침투한 질병에 덧씌워진 연민의 시선을 벗겨내고, 기계와 결합된 신체가 만들어내는 낯선 감각의 실재를 제시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신체는 더 이상 온전한 유기체가 아니라 외부 물질과 끊임없이 결합하고 에너지를 교환하는 혼종적 존재로 나타나며, 이는 인간의 의지를 넘어서는 물리적 변이의 상태를 드러낸다. 또한 작가는 미시적인 신체의 변화를 거시적인 우주의 운동과 중첩함으로써, 개별적인 감정으로 환원되지 않는 생존과 순환의 과정을 드러낸다.
이처럼 작가들은 고통, 사랑, 죽음, 질병과 같이 이미 의미화된 경험의 영역을 해체하고, 그 이전부터 작동하고 있던 물질과 신체의 힘과 변화의 과정을 바라보게 한다. 이들의 작업은 감정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으로 번역되기 이전의 상태를 호출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해하기에 앞서 감각하게 한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물질과 신체, 에너지가 서로 작용하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감각이 다시 발생하는 지점에 놓인다. 본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익숙한 의미의 틀을 벗어난 감각이 어떻게 다시 시작되는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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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자
· 작가: COLD FEET, 김영재, 이고은, 이예주, 진숙희
· 기획·서문: 박주원
· 주최·주관: 전시공간
· 전경 사진: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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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개요
→ COLD FEET 《No Filter》 ~9월 15일(화)까지
· 운영: 화~토요일 11~18시
· 휴관: 일~월요일 휴관
· 요금: 무료
· 공간: 전시공간
· 주소: 서울시 마포구 홍익로5길 59 (서교동 370-15), 1층
· 문의: +82 (0)70-8845-4099, alltimespace@daum.net
URL https://archivist.kr/exi?m=gov&i=178832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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