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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이오에이
양하·유리 《미시적 재난 Micro-Disaster》
2026년 4월 10일(금)~5월 23일(토)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수~토요일 11~18시. 무료
URL https://archivist.kr/exi?m=gov&i=1775540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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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한 오에이오에이에서 양하와 유리의 전시 《미시적 재난》을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비극이 한 개인의 내면으로 수렴되는 순간,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양하는 우리가 무심히 흘려 보내는 비극의 장면을 캔버스 위에 정면으로 세우고, 유리는 재난이 무너뜨린 시간을 캔버스와, 레진과, 양초를 통해 성실히 이어 붙입니다. 비극 이후를 용기 있고 성실하게 살아내는 두 작가의 시선과 태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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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소개
미시적 재난 Micro-Disaster
양하·유리
오에이오에이는 2026년 첫 전시로 양하, 유리의 2인전 《미시적 재난 Micro-Disaster》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개인적 비극이 한 사람의 내면으로 수렴되는 지점과 그 이후의 시간을 "미시적 재난"이라 명명하고 조명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재난을 경험합니다. 전쟁과 사고, 기후 재난부터 수시로 울리는 실종자 알림까지, 재난은 도처에 존재하고 빠른 속도로 우리의 손바닥 위로 전달됩니다. 참상의 소식에 충격을 받아도 뉴스를 새로고침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의 죄책감과 무력감은 현대인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정서가 되었습니다. 재난이 휩쓸고 간 자리의 고통은 사회적 시스템이 복구되고, 사건이 공적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누군가의 몫으로 남겨집니다.개인의 삶에서도 죽음과 질병, 사건과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와 일상을 흔들어 놓습니다. 누구나 겪는 흔한 일일지라도 그것을 통과하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는 무엇보다 큰 재난으로 다가옵니다. 사회적으로 우리는 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배우지 못했고, 때로는 타인에 의해 애도와 회복의 시간이 성급히 단정되기도 합니다. 결국 그 혼란과 아픔을 견뎌내는 과정은 다시, 오롯이 개인의 몫이 됩니다.
양하와 유리는 이렇게 한 사람의 몫으로 남겨진 재난에 주목하며 각자의 시각 언어를 통해 비극 이후의 삶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사회가 정한 문법이나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에게 닥친 재난을 주체적으로 대면하며 삶을 지속하는 태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양하 작가는 폭발과 파편의 이미지가 스크린을 거치며 매끄러운 정보로 정제된 상태를 ‘매개된 폭력’이라 지칭하고, 현대사회가 재난을 소비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작가는 스크린 샷을 찍듯 수집한 비극의 장면들을 캔버스로 옮겨오지만, 실제의 고통과 무게는 삭제되어 있습니다. 파스텔톤의 구름이나 말랑한 젤리처럼 변모한 폭발의 형상은 사건을 안전하게 가공하고 지나치는 현대인의 무감각함을 서늘하게 폭로합니다. 실내나 창밖의 풍경 위로 무심하게 겹쳐진 ‘귀여운 폭발물’은 우리가 안온한 일상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가볍게 인지하고 동시에 망각하는지를 직시하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양하는 그간 반복해온 ‘폭발’의 잔상이 정물 혹은 초상으로 치환되는 새로운 국면을 보여줍니다. 기존 작품의 매끈한 폭발 이미지는 이제 기둥과 같은 ‘몸’을 가진 주인공이 되어 무대 중앙에 당당히 자리합니다. 재난을 연극적 무대 위에 올려 관람객과 정면으로 눈을 맞추게 하는 초현실적인 설정은 비극을 둘러싼 외부의 맥락을 소거하고 오직 대상과 나만이 존재하는 ‘직면’의 상태를 유도합니다. 작가는 “왜 그렇게 먼 곳의 이야기를 그리느냐”는 물음에 “가장 가까운 곳을 그리고 있다”고 답하며, 먼 곳의 비극이 이미 우리의 문과 창을 지나 실체를 갖추고 식탁 위 화병 앞에 도착해 있음을 직시하게 합니다. 작품 제목을 통해서도 '도대체 가까운 곳은 어디인지' 반문하며, 나아가 '0.1%의 애정'만 있다면 타인의 아픔을 내 영역 안으로 성실히 데려올 수 있다는 작은 용기를 제안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남의 것으로만 방치하지 않고 내 일상의 서사 속으로 데려오는 이 태도는 무력감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한 개인의 존엄한 저항이자 가장 따뜻한 연대의 방식이 될 것입니다.
유리는 언어로 완전히 정의되지 않는 모호한 감정이나 경계 등 내면의 상태를 시각 언어로 옮겨냅니다. 말과 말 사이, 평면과 입체 사이 등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간극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아 회화와 아티스트 북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를 표현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력제작자(Kalendermacher)’라는 가상의 페르소나를 호출하여 달력을 활용한 다양한 시간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달력을 만드는 일은 작가가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8개의 세로선과 5-6개의 가로선을 긋던 지극히 개인적인 수양의 행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정해진 격자 안에 시간의 형식을 부여하는 일은 작가가 세상에 대응하며 얻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묘한 안정감이었습니다. 시간을 다루는 숙련된 제작자가 된 그는 이제 캔버스 위에서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허물고 찰나의 순간들을 하나의 평면 위에 붙잡아 두며 시간의 맥락을 재구성합니다. 특히 화면 위에 덧대어진 천의 질감이나 실의 궤적은 흩어지고 사라지는 시간을 이어 붙이고 엮어내려는 작가의 성실한 손길을 잘 보여주며, 이는 흐르는 시간의 본질을 가시화하고 나아가 우리가 자주 외면하는 시간의 민낯을 마주하게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전시장 내에서 레진과 양초의 물성을 통해 입체적으로 확장됩니다. 겹겹이 쌓인 레진의 층 사이로 드로잉과 천 조각이 투영되어 보이는 〈1년-서로를 통과하며 축적되기〉는 마치 지층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물리적인 두께를 부여하고 붙잡아둡니다. 겹쳐진 형태와 색들은 마치 남겨진 사진이나 일기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1년의 시간이 남겨둔 미미하고도 애틋한 흔적이 됩니다. 본질적으로 소멸해가는 우리에게 남겨지는 것들은, 결국 이렇게 쌓인 작은 기록과 기억들 뿐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계단식 좌대 위에 놓인 서른 개의 양초 달력 〈30일-잠정적 형상들〉은 현재를 관통하는 시간의 직관적인 초상이 되어줍니다. 타는 촛불과 녹아내리는 초는 되돌릴 수 없이 진행되는 시간의 비가역성을 은유합니다. 결코 예측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시간과 재난은 닮아있습니다. 유리는 그 압도적인 힘에 집어삼켜지는 대신 시간의 흐름을 조각내고 질서를 부여합니다. 두려움과 무력함에 맞서 오늘을 살아내려는 이 조용하고도 능동적인 움직임은 우리에게 비극 이후를 살아낼 단단한 동력이 되어줍니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의 비극이 지나간 뒤에는 각자에게 남겨진 몫이 있습니다. 비극이 내 일상의 식탁 위까지 도착했음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양하의 시선과, 예고 없이 무너진 시간의 공백을 성실히 이어 붙여 삶의 지층을 재건하는 유리의 의지는 전시장 곳곳에서 공명합니다. 사회가 정한 안전한 거리나 적당한 기간에 슬픔을 맞추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난 이후를 살아가는 두 작가의 기록이 우리 각자에게 작은 용기가 되고, 〈0.1%의 애정〉을 더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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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양하
Yang-ha
양하(b.1994)는 미디어를 통해 매개된 폭력과 개인의 일상이 맞닿는 지점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초기의 폭발 이미지 연작에서부터 공간 구조와 실내 정물에 이르기까지 긴장과 일상의 장면을 회화와 설치로 풀어내는 작가다. 2018년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21년 네덜란드 프랭크 무어 인스티튜트에서 회화 석사를 우수 졸업하였다. 개인전으로 《Unfake Fantasy》(Enseoul Gallery, 암스테르담, 2026), 《Purgatory Imploded》(Unit 1 Gallery | Workshop, 런던, 2024), 《Open the Window》(OCI 미술관, 서울, 2023) 등을 개최했다.
https://yang-ha.site
유리
Yoori
유리(b.1994)는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관계의 구조에 주목하며, 회화와 아티스트 북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해온 작가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드로잉과 회화, 오브제를 결합한 작업을 통해 존재와 부재, 연결과 단절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왔으며, 개인전으로 《투명한 고리》(학고재, 서울, 2025), 《없는 날》(페이지룸8, 서울, 2024), 《느슨히 껴안고 단단히 풀기》(갤러리인HQ, 서울, 2023) 등을 개최했다.
https://yoori.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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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개요
→ 양하·유리 《미시적 재난》 ~5월 23일(토)까지
· 작가: 양하 @yang_ha.site, 유리 @desvollmondes
· 운영: 수~토요일 12~18시
· 휴관: 일~화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요금: 무료
· 공간: 오에이오에이
·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63길 32-11 (대치동 927-24), 1층
· 문의: +82 (0)2-6207-3211, oaoagallery@gmail.com
ⓒ 정보와 자료의 출처는 오에이오에이입니다.
URL https://archivist.kr/exi?m=gov&i=1775540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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