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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이야기가 있는 난장2’ 후기

  • 조회수 7641
  • 등록일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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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난장2’ 후기

글 : 정소정

말 그대로 난장이었다. 어떠한 틀도 없이 모두에게 말할 수 있는 장을 열어놓았다. 대상은 차세대 예술가 육성프로그램 참가자들이었으며, 패널로 선배 예술가 및 기획자들이 참여하였다. 장르 역시 시각예술부터 무용, 연극까지 다양했으며 역할 역시 작가, 연출가, 안무가, 배우, 기획자 할 것 없이 다채로웠다. 이야기의 주제는 ‘고백’이었으나, ‘고백’이라는 말 자체가 주제가 되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고백이라고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모든 문을 활짝 열어놓은 형식이었다. 활짝 열어놓은 문으로는 누구든 들어왔다 나갈 수 있으며, 그 문을 여닫는 이가 그 방에 초청된 사람들 모두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 또 다양한 이들이 이야기의 문을 여닫기 보다는 몇 명의 사람이 주로 문을 여닫게 될 수도 있다. 그건 그야말로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 할 말이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이 주로 선배작가나 기획자였다는 점에서 사업 참여자의 대다수였던 신진예술가들은 본의 아니게 교육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일단 좀처럼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기 힘든 다양한 장르의 작업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될 수는 없다. 가장 적합한 형식과 내용을 찾기 위해서는 비슷한 자리가 반복적으로 마련되고 그 가운데 정말로 대화가 오고갈 수 있는 형식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분들의 바람이었을 것이고,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리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말하기가 어려워 조용히 자리를 지켰던 신진 예술가들이나 그런 어색함을 깨기 위해 장시간 이야기해야 했던 선배 작가들이나 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소통의 부재를 인식하고 함께 시간을 공유했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느껴졌다.

어떤 일들은 그 때 그 때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과보다 그것이 일어나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일의 가치가 즉각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거나, 더 나아가 무슨 가치가 생성되었는지 측정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다. 예술작업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때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마도 이런 이유로 인해서 생기는 것들일 것이다. 예산을 편성하는 정부부처에서 예술위원회와 같은 지원기구에 예술을 지원해서 얻어진 성과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수익이나 수상여부 등으로 성과를 증명해야만 하는 일들이 발생하는데, 과연 그런 것이 정말로 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말해줄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모든 가치가 자본으로 환원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이라지만, 그것에 완전히 동의한다면 예술을 하기보다는 자본집약적인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물론 예술 안에서도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분야가 있고, 그러한 것을 바라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 중에 자본과의 연계성보다는 다른 가치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고민이 자본만을 가치로 인정하는 사회에서 더욱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예술가들의 작업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닐까? 사회체제에 순응하고 그것을 매우 잘 활용하여 자본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예술에 대해서 굳이 지원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형식과 내용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서 충분히 공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수익성이나 관객동원력 등을 순수예술의 가치 평가 지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예술위원회 사업에 참여한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난상 토론이라면 이러한 문제제기와 함께 새로운 지표개발에 대한 아이디어 공유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것을 지표로 환원해야만 하는 자본가들의 논리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예술가들만의 논리를 만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첫 이야기의 장에서 오고가는 말들을 들으며 들었던 개인적인 생각과 바람이다.

올 한 해, 많은 예술가들이 열심히 작업했고, 또 그들의 작업이 일어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행정가 및 기획자들이 땀 흘렸다. 무엇이 성과인지 잘 됐다 못 됐다 평가하기 전에 다양한 작업이 일어났다면 그것에 대해서 일단 기뻐했으면 좋겠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지 아니한가. 돈이 된다면 군중들 앞에서 알몸으로 섹스도 하는 마당에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일종의 기적이다. 형식의 세련됨이나 수익창출여부와 별개로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술지원기구는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올 한 해 각자의 자리에서 이런저런 기적을 일구어내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야기가 있는 난장 교육사진2


자료담당자[기준일(2012.12.24)] :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박성은 02-760-4663
게시기간 : 12.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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