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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Counci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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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의 활동을 공유해드립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지난 8월 5일에 “블라인드 방식 동료집단 심의” 폐지를 촉구하는 예술인의 소리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의 “블라인드 방식 동료집단 심의” 폐지 촉구 성명서(이하 동료심의 성명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예술위는 이번 동료심의 성명서가 여덟 가지 문제의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여덟 가지를 열거해보면 첫째 예술가들의 창작지원 신청에 대한 기본적 접근성 침해, 둘째 무보수로 과도한 지원사업 평가 의무 강요, 셋째 저작권 침해 가능성 방치, 넷째 다원예술 사업 신청자들의 심사 윤리성 및 전문성 보장 불가, 다섯째 동료심의 제도 도입에 따른 다원예술 생태계 내 신뢰의 붕괴, 여섯째 사전공지 없이 사업결과 발표 지연, 일곱째 늦어진 사업결과 발표 페이지에 복잡하게 시각화한 설문자료를 삽입하여 동료심의에 대한 가치판단에 혼란 유발, 여덟째 사업결과 발표 페이지 마지막에 수구적 태도의 입장문을 포함한 것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예술위는 이번에 처음으로 동료심의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사전에 최대한 방지하기 위하여 다각도로 논의의 장을 만들고 대책을 세워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동료심의 결과에서 여러 쟁점과 부족한 부분들이 도출되어 많은 예술인이 혼란과 분노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동료심의 성명서 상의 문제의식들도 발화될 수밖에 없었으며 혐오, 차별 발언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지원자들이 사회적, 심리적 차원으로 큰 고통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예술위는 이번 동료심의 제도를 더 세심히 설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예술현장에 깊이 사과드립니다. 또한 이번 다원예술 리부트 사업 과정에서 혐오, 차별 발언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확인된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의사에 따라 대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 중임을 공유드립니다.
이번 동료심의 성명서에는 앞서 열거한 문제의식을 근거로 한 여섯 가지의 요구사항이 담겨있습니다. 모든 요구사항이 예술위가 면밀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도입한 창작지원사업의 블라인드 방식 동료집단 심의 폐지를 요청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성명서에서 폐지를 요구받은 동료심의 제도는 예술위가 반헌법적 국가범죄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참여했다는 씻기 힘든 과오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난 몇 년간 예술현장과 고민하고 논의했던 제도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2018년 1월에 열렸던 ‘지원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예술현장 대토론회’에서는 블랙리스트 실행이 작동하기 쉬운 전문가 중심의 심의 방식을 탈피한 참여·공유형 심의제도 그리고 더 나아가 시민참여 심의제도의 필요성까지도 대두되었습니다. 또한 2018년 6월에는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아르코 혁신TF가 사업분야 혁신과제 중 하나로 지원자가 참여하는 공유심의제도 도입을 예술위에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3월에 열린 ‘2021년 다원예술 포럼: 다시, 다원’에서는 전문가 중심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심의제도를 벗어나 더 민주적이고 투명한 심의제도의 필요성이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예술위는 이러한 논의의 궤적을 고려하여 동료심의 제도를 시범적으로 어떤 지원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하여 숙고한 끝에 2021년에 복원된 다원예술 사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원예술 사업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행되는 과정에서 폐지된 사업이라는 점과 전문가 중심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기존 심의제도로는 예술현장의 최전선에서 역동성, 혁신성, 다양성, 공공성을 발현하는 다원예술의 가능성과 그에 따른 치열한 담론화를 담보하기 어렵겠다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위가 이러한 고민에 따라서 동료심의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더 철저한 준비가 부족했던 탓에 동료심의 제도에 내재된 가치들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예술위는 이번 동료심의 제도를 2022년도 지원사업에도 적용하거나 확대할 것을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예술위는 이번에 불거진 다원예술 동료심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동료심의 제도의 존치냐 폐지냐 차원에 머무를 것 아니라 동료심의 제도에 내재한 혁신성과 민주성이 예술위의 심의제도 안에서 고려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서 어떻게 계속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숙의하고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술위와 예술현장이 숙의의 장을 이어나간다면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예술현장의 공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심의제도가 예술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러한 숙의의 장을 이어가기 위한 첫 단추로 예술위는 다가올 9월에 이번 동료심의 제도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 개최를 제안합니다. 이 공개 토론회는 동료심의 성명서에 담긴 문제의식과 요구사항들에 대한 예술위의 입장과 고민을 설명하는 자리이자 동료심의 제도의 존치 여부에 대한 추가 의견 수렴과 예술위의 심의제도에 대한 쟁점, 개선점을 숙의할 협치구조 수립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자리가 될 것입니다. 공개 토론회 기획 역시 성명서 발표 주체들을 비롯하여 현장 예술인들의 참여를 통해 함께 준비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추진하겠습니다. 그러니 이 토론회에 동료심의 성명서 관계자 분들께서도 적극 참여해 주셔서 소중한 고언과 대안을 함께 나눠주시기를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관습화된 문화행정체계를 혁신하고 급속히 변화하는 문화예술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문화예술이 처한 각종 환경에 대한 현장 중심의 구체적인 대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21년 8월 2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