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국민제안 예술 프로젝트는 문화예술 향유층의 입장에서 예술가들이나 기획행정가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기존의 지원사업이 충족시키지 못했던 기획의 영역을 실현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와 동시에 그동안 수동적인 관객의 입장에만 서 있던 일반인들이 예술기획이라는 생소한 영역에서 과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또 제안된 아이디어가 주어진 예산과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 역시 함께 안고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130여개에 달하는 예술프로젝트가 일반 국민들에 의해 제안되었고 그 내용 또한 상당히 구체적이면서 기대 이상의 아이디어가 많이 있었다. 제안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읽는 즐거움이 처음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제안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크게 다음과 같은 유형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첫째, 기존 예술위원회나 지역 문화재단의 지원사업과 그 영역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프로젝트로 이러한 유형은 그 기획성이 우수하다고 할지라도 이번 사업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제안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축제나 공공예술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이 유형은 일반 국민들이 예술에 대한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려는 적극적 의사 표현으로 이해되었으며 그 제안 내용 역시 상당히 현실적인 인식으로부터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제안은 이미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문화기관에서 추진 중인 사업과 중첩되어 사업선정 대상으로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제안된 프로젝트를 해당지역의 사업 주체에 참고자료로 송부하여 자체 추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하였습니다.

셋째, 제안자 본인과 관련된 공연단체나 예술가들의 공연이나 전시를 제안하는 형태로 이들 대부분은 기존 지원사업에 탈락하였던 사업이거나 참신성이 결여된 제안으로 선정 우선순위에서 배제하였습니다.

마지막 유형은 본 사업의 취지에 잘 부합하면서도 예술적 가치가 최우선시하는 일반 예술지원사업과 달리 일상적이면서도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문화예술적 가치 확산을 담보로 하는 제안이었습니다. 130여개의 제안 중에서 20개 정도의 제안이 이에 해당한다고 심사위원들이 판단하였는데 그 중에 최우수 제안으로 뽑힌 김세열 님의 <내 웃음의 자화상 ‘웃음 사진 전시회’>는 사진 전시회라는 단순한 프로젝트 유형이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여 긍정적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사회운동으로의 확대가 가능한 제안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임정섭 님의 <한국문학 노래축제>와 조진영 님의 <동대문 헌책방 축제>는 상업문화와 산업자본의 득세로 설 곳을 읽어가는 기초예술 특히, 문학의 가치 확산을 위해 적절한 제안이어서 선정하였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구하고자하는 노력만 한다면 길은 늘 우리 근처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에 선정되신 세 분께 진심으로 축하를 건네며 비록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보석과 같은 시간을 할애하여 훌륭한 제안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따듯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술위원회와 심사위원단은 선정된 프로젝트가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