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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빈 개인전《흐르는 장면들》 이미지
2024 해움·새들 입주작가 프로젝트

강수빈(해움 2기)
Gang Subin

흐르는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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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8. - 12. 10.
해움 전시공간, 윈도우갤러리
11:00 - 17:00, 월요일 휴관

?클로징 행사: 12. 10. 4p.m.

때로는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이미지나 불분명하게 남은 이미지를 통해 그것에 얽힌 사건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곤 한다. 이미 과거로 박제된 이미지는 그것의 주변 기억을 고정시켜 단단하게 붙들어 매고서는 현실에서 작동하는 생각과 감정을 개입할 틈을 조금밖에 내어주지 않는다. ‘이미지’에 ‘언어’를 대입해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고정되는 기호에서 오는 격차, 괴리감 따위를 답답하게 여긴 강수빈은 올 한 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움직이거나 작품, 관객을 이동시킨다.

애초에 작업의 재료로 거울과 같은 반사면을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에서다. 매끈하게 압착된 표면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을 프레임 안에 ‘동시에’ 담고자 했다. 이미지를 가두는 창문, 스크린, 액자 등의 프레임 너머에 실존하는 것 - 이를테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준[1], 완벽하지 않은 과정[2], 움직이는 풍경[3] 등 - 이 일렁이고, 강수빈은 이를 일시적으로 뭉쳐 보는 이가 그 순간을 알아채도록 만든다.

고정적이면서 흐르는 것, 어쩌면 재현의 이미지를 넘어 지금의 디지털 세계에서는 기본 전제조건이기도 한 이 대립항을 양가적으로 붙들고자 하는 것은 강수빈이 작가로서 품은 직업적 희망과 포부이기도 하다. 메를로 퐁티의 시지각 이론, 특히 회화의 존재론에 따르면 보는 주체가 이미 그 세계의 일부를 이룬다. 말하자면 이미지는 현실의 보조물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 이미지와 함께 세계를 보게 하는 주체다. 이 관점은 움직이는 ‘나’의 몸이 보이는 세계의 일부를 이룬다는 점, 따라서 (예술가의 시선에 의해 담기는) 이미지는 연속되는 세계의 탄생일 수밖에 없다는 점[4] 에서 강수빈의 시선과 흐름을 같이 한다

‘사라지는 동시에 무언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품는다는 것’은 이렇게 작업을 하는 나의 행위와 맞닿아 있다. 나는 계속해서 완결되지 않은(완결될 수 없는) 세계와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위장하는 세계에 대해 포착해 나갈 것이다. (강수빈 작가노트 일부, 2024)

피상적인 것을 거부하고 가변적인 현실과 그 한계를 표면에 있는 그대로 담고자 하는 강수빈의 욕망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버거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품 <완벽한 가운데로 향하는 여정>을 닮은 그의 시선에 대입하여 작가가 담은 거울, 렌즈 속 세계의 뒤를 찬찬히 좇아보면 그 본능적인 감각에 쉽사리 동화될 수 있다. 장면과 언어를 독점해서 추측과 오역으로 상처 주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마음. 그것을 소위 말하는 배려라고 감싸며 강수빈의 작품을 헤아려본다.



[1] <매일의 가장 가운데>(2023)
[2] <완벽한 가운데로 향하는 여정>(2023)
[3] <걷는 풍경>(2024), <흐르는 장면들>(2024), <이동할 수 있는 장면들>(2024),
[4] 모리스 메를로-퐁티, 『눈과 마음 – 메를로-퐁티의 회화론』 김정아 옮김(서울: 마음산책, 2008), 47-55.


(김유빈, 고양시청 문화예술과 큐레이터)

2024 HAEUM SAEDEUL Artist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