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해움·새들 입주작가 프로젝트
방성욱 (해움 2기)
Bang Sunguk
증상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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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8. - 12. 10.
새들 전시공간, 04호 창작공간
11:00 - 17:00, 월요일 휴관
?클로징 행사: 12. 10. 4p.m.
방성욱은 유년기에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어머니의 근로, 20대 과반의 반도체 생산직 근로 경험에 미루어 노동과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새들’에 입주한 30개월 동안 개인적인 노동의 기억을 사회적 가치와 견주어 보는 작업, 노동의 사회적 관념에 분노하거나 자조하는 작업 등, 끈질기게 자신이 체화한 노동의 절대적인 경험을 예술 언어로 증명하는 방식과 씨름해왔다. 이번 전시 《증상명이 필요합니다.》 는 그러한 과정에서 작가가 느낀 무력감과 권태감 등의 감정을 관람객과 공유하는 데 무게를 둔다.
전시가 열리는 동안 방성욱의 작업실(새들 04호)는 무향실(anechoic chamber)로 탈바꿈된다. 문자 그대로 음의 반사를 최소화한 공간으로,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며 내부의 소리를 흡수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작가가 작업 과정에 느낀 일련의 감각들이 극단적인 고요함 속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순간적 이질감으로 전이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마이너스 데시벨’을 통해 다가오는 중압감, 압박감 따위의 감각은 그간 작가가 “노동집약적” 작업을 통해 고집스럽게 추구해온 인정욕구와 그 주변의 괴리감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면서, 한 편으로는 방성욱이 열거해온 구태의연한 노동 작업의 당위성을 밀어내며 감각으로만 존재하도록 돕는다. 작가에서 관람객으로, 그리고 청각에서 통각으로 전이되는 감각을 경험하게 하는 설정으로부터 무력, 권태, 불안, 압박 등의 부정적 감정에서 나아가, 모종의 해방감마저 역설적으로 감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담담하게 상태와 심리를 공유하는 방식은 노동의 개념과 가치보다 먼저 작가를 휘감은 감정에 비로소 주목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손’이 모티브로 작동하여 작가가 유년기부터 기대온 입체적인 감정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어린 시절, 일하다 지친 가족의 어깨를 주무르며 손가락 안마 대체품을 떠올렸다고 했다. 유년기에 스친 이 찰나의 냉소는 작업실의 손가락 모형으로 떠내어졌다. 작업실 밖 영상에는 그라인더로 위태롭게 바늘을 갈던 어머니를 보며 느낀 과거의 아찔함, 막막함 따위의 감정을 연민, 무력감으로 희석하여 관조적으로 바라보기까지 걸린 시간을 상징적으로 교차시킨다. 극단적인 노동 행위를 앞세웠던 근 몇 년간의 아슬아슬한 작업 태도가 어머니로부터 전승된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1] 내려놓을 수 없었던 것들이 자신이 지닌 노동의 신념보다는 어머니, 유년기의 자신과 공명하던 개인적 차원의 감정이었음을 고백적으로 ‘진단’한다.
[1] 방성욱 개인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 2023)
(김유빈, 고양시청 문화예술과 큐레이터)
2024 HAEUM SAEDEUL Artist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