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일부터 4월 23일까지 김레이시 작가의 개인전이 스페이스선+에서 열린다. 스페이스선+가 선정한 올 해의 촉망받는 신진작가이다. <br />
작가는 미국, 덴마크와 같은 서구에서 생활하며 작품세계를 발전시켜 왔지만 작품은 동양적 명상을 기반으로 한다.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모습은 명상의 상태와 유사하며 작가는 이 과정을 수행의 시간으로 여긴다. 무의식과 의식의 균형에서 발생하는 직관적인 ‘행’을 통해 본인의 상태를 반추하고 본질에 다가가려는 붓질로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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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푸른 캔버스 위에는 선들이 앞, 뒤를 알 수 없는 채로 화면 가득 겹쳐있다. 사방에서 중앙으로 뛰어들고 있는 선들은 거침없는 한 획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속력을 다해 달려오면서 여지없이 부딪치거나 아슬아슬 서로를 가로지른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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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선은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그려진 자국이다. 무의식에 기반 한 그림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무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가는 그 혼란 속으로 침잠하지 않는다. 층을 쌓듯이 선을 몇 번에 나누어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선을 진하게 덧칠하거나 수정하며 그림을 구성해 나간다. 그녀의 그림은 무의식과 의식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어깨를 맞댄 경계선의 자리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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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 멈추면 선이 머금었던 여분의 물감들은 캔버스를 타고 땅을 향해 흘러내린다. 사방으로 움직이던 선들은 한 방향의 곧고 얇은 수직선들이 매달리면서 하나의 덩어리로 묶인다. 이전 작품들은 공간 안에서 덩어리를 전체를 볼 수 있는 화면을 구성했다. 선들은 덩어리로 뭉치고 흩어지면서 공간 안에서 긴 움직임을 드러낸다. 반면에 최근 작품들은 덩어리 자체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그 일부를 세세히 보고 있다. 화면은 선으로 차고 선의 움직임은 짧아졌다. 작가의 시선이 선 자체에 더욱 밀착하면서 무의식과 의식이 맞닿는 순간의 강도는 점점 강해진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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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일상으로 뛰어드는 사건과 감정들을 우리는 의식적으로 조율하며 살아간다. 미묘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찰나의 순간들이다. 김레이시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그녀가 작품에 담은 무의식과 의식의 균형을 찾아가는 순간의 힘을 느끼기 바란다. ■ 스페이스 선+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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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br />
저는 제 작업에서 선들을 표현할 때, 무의식의 마음의 흐름을 따릅니다. 하지만, 무의식의 몸짓은 혼란 그 자체와는 당연히 구별 지어진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직관적인 몸짓은 일관적임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말합니다. 저는 무의식과 의식의 적절한 합의를 페인팅으로서 보여주고자 하는데, 이것은 보이는 세계 즉 저의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도달과 소통에 이르고자 함입니다. 의식과 무의식, 실제의 것과 상대적인 것, 자유로이 흘러감과 자연현상의 법칙에 의해 움직여진 것과 같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의 조화는, 제 작업 페인팅 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표현의 방식은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역설 그 자체입니다. ■ 레이시 킴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