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박초롱 작가의 첫 개인전 <관계의 거리>가3월 19일부터 3월 31일까지 스페이스선+에서 열린다. 작가는 르완다에서 지낸 2년간의 기억을 화폭에 살려냈다. 아프리카 한 가운데에 위치한 르완다는 여전히 참혹한 내전의 기억을 안고 있지만, 외부의 지원을 통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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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르완다는 열대 식물이 가득한 이국적인 풍경과, 일을 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진득한 일상의 풍경이 교차하는, 20대 중반을 보낸 생생한 장소였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지금 르완다와의 거리는 아득하게 멀어져 있다. 시간에 따라 수축, 팽창해온 르완다와의 거리를 작가는 ‘기억’을 이용해 표현한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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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진을 참고하지 않고 기억에만 의지해 그린 그림 안에서 풍경의 색은 변하고 모양은 흩어져 있다. 나무판넬을 먹으로 까맣게 물들이고 그 위에 색색의 크레파스로 그려낸 생소한 식물의 모습은 뾰족한 색의 파편들이 모여 드러난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같기도 하고 눈 감으면 드문드문 떠오르는 이미지들의 잔상 같기도 하다. 르완다는 어둠 속에서 기억의 조각조각을 더듬어 찾아 붙인 것처럼 점멸해가는 풍경이 되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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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거리>전은 스페이스선+에서 20대 작가의 첫 개인전 등단을 지원하는 청춘夢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작가에게는 본인이 왜 작품을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진지한 시작점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흩어지는 기억을 내부에서 외부로 끌어내어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고 작품이 흐려지는 관계의 거리를 다시 이어주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페이스선+에선 3월 31일까지.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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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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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전기 소리만이 몸을 울리며 감성을 지배하는 르완다의 새벽은 세상을 혼자 사는 듯한 기분에 빠트린다. 바스락거리는 작은 몸짓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비밀스러움과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될 것 같은 정복감이 공유되는 시간, 새벽.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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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이만큼 새벽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삶의 규칙을 거슬러 운행되는 에너지 덕분에 도시의 새벽은 잠들지 않고 모든 게 밤 낮 없이 돌아간다. 시대적 차원만큼이나 다른 두 곳의 새벽. 문화가 문화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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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의 새벽이 보여주었던 비현실적인 앞마당 풍경이 확대된 장면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시간을 공유함으로 갖게 되는 기호들이 관계의 거리 위에서 서로 빛을 발하길. “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