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상급 사진작가 구본창과 종이꽃 연구가 김태연이 전시로 만난다. <br />
두 사람의 합동전시 ‘지화’展이 오는 12월 9일 동숭아트센터 꼭두박물관에서 개막하는 것. 지화 10여 점 및 지화 사진 6점이 선을 보일 예정이다. ‘종이꽃의 재발견’을 통해 사라진 소중한 문화에 새로운 예술적 숨결을 불어넣자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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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화, 즉 종이꽃은 많은 상징성을 가지고 한국문화 전반에서 오랫동안 쓰여왔다. <br />
조선시대의 진연의궤에 기록되어 있는 궁중상화(宮中床花) 22종 및 다수의 가화(假花), 불교에서 행해지는 법화영산제의 지화(紙花)나 각 지역의 별신제에서 바쳐지는 무화(巫花)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각종 신앙과 궁중에서 쓰이던 종이꽃은 점차 사대부와 서민 계층에게까지 확대되어 생활 전반에서 활용되기에 이른다. 제철이 아니면 꽃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례마다 다양한 종류와 색채의 꽃을 만들어 장식할 수 있었던 것은 종이꽃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각종 의식을 통해 종이꽃의 종류와 제작 방법 등이 발전하였으며, 이를 전문으로 만드는 장인(지화장)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던 종이꽃은, 급격한 산업화의 흐름을 타고 점차 값싼 플라스틱 꽃으로 대체되어갔고, 정성 어린 문화가 아닌 외화벌이용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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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그림과 문헌 속에 나타난 옛 종이꽃을 복원해온 김태연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생활과 신앙 속의 종이꽃 모두를 선보인다. 잔칫상을 장식하는 행사용 꽃과 찻자리에 놓이는 꽃(茶花) 등이 전시되면서 현대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문화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녀의 작품은 생화와 구별하기 어려운 섬세함을 보이면서도 종이꽃 특유의 신비로운 아우라를 내뿜는다. 종이꽃 문화의 현대적 계승이라 할 수 있겠다. 구본창 작가 역시 이 종이꽃에 매료된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미 그 아름다움을 사진 속에 담아왔던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다. 색을 빼고 섬세한 감성을 담는 작가의 스타일은 여기서도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 속에서 백자에 꽂혀 있는 각양각색의 종이꽃은 휘황찬란하기보다는 어딘가 절제된 아름다움에 가깝다. 백자 시리즈의 또 다른 변주라 할 만하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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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작가는 “우연히 지화의 존재와 김태연 교수를 알게 되었다. 그분의 작업실에 들렀는데 상당히 많은 지화가 수집되어 있었다. 오래된 지화에서 평소에 보지 못한 색을 발견할 수 있었고, <br />
그게 아름다워 사진으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자 시리즈를 포함한 내 많은 작업들이 그렇듯이, 생명력 없는 사물들이 사진을 통해서 생명력을 얻고 존재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내가 추구해온 방식이다. 지화 역시 살아있는 꽃은 아니지만 내 사진을 통해서 문화적 생명력을 얻고, 많은 분들에게 그 아름다움이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br />
또 김태연 교수는 “의례에 사용되는 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다. 그동안 꽃 문화의 근원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우리 의궤에 이런 자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연구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 이런 아름다운 문화를 우리가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특히 궁중상화(宮中床花)에 꽃 문화의 근원이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되어 앞으로도 재현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문의는 꼭두박물관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