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산조춤. <br />
누구도 하지 못한 무보작업으로 무용사의 한 획을 남긴 故김진걸 선생.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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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걸(金振傑, 1926-2008)선생은 신무용의 선각자 조택원에 이어 오늘날 우리 춤의 창작에 큰 초석이 되셨던 분이다. 김진걸 선생은 1950년대 후반부터 여러 편의 무용극과 소품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셨으나 많은 시간을 「산조」에만 집중하셨습니다. 「산조」는 김진걸 자신의 사유와 희로애락을 가능한 춤사위를 동원하여 표현한 춤으로 ‘나의 영원한 창작의 주제는 산조’라며 신념에 찬 어조로 힘주어 말씀 하시곤 하셨습니다. <br />
산조춤은 김진걸 선생의 분신입니다. 그의 무용생활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산조춤’은 53년 탄생됩니다. “인간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산조춤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가장 순수하게 소통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키워드입니다. 제 산조는 여러 스승에게 배운 다양한 춤사위들을 아우른 작업인데, 승무 · 탈춤 · 무속춤 등을 모두 함축했어요. 새로운 산조를 시도하고 싶어 의상도 비로드로 만들고 버선 대신 맨발에 발레슈즈를 신고 추었습니다.” 라며 그 당시 혁신적인 도전으로 감각적인 공연을 펼쳤습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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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1989년 후학을 위한 작업으로 ‘김진걸 산조춤 무보’를 제작, 일생의 역작을 이루었다. 당시 무용계에는 이렇다 할 무보가 없었습니다. 특히 김진걸의 무보는 무보를 체계적으로 배운 무용이론가가 아니고, 40여 년 동안 춤만 춘 명인이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무용계 최대 뉴스였습니다. A4용지 크기 403쪽 분량의 무보에는 수백 종류에 달하는 동작마다 사진과 기호를 연결하고 각 동작관련 설명·음악·시선방향·손과 발의 움직임·신체 방향 등이 자세히 기록됐습니다. 물론 엇동작이나 농현에서 오는 움직임, 호흡의 변화, 연결되는 동작들에 대한 표기는 자세히 표기할 수 없지만 3년 동안 재 수정작업을 펼치며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산조춤을 기록한 작업은 무용사의 한 대목을 차지합니다. <br />
1989년에 김진걸은 기본산조 춤을 바탕으로 『김진걸 산조춤 무보』(은하출판사)를 발간, 1992년 한국무용협회 주관으로 그의 산조춤 「내 마음의 흐름」이 명무로 지정 되었습니다. <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