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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의 활동을 공유해드립니다.
최근 친환경 모빌리티, 공유 모빌리티, 스마트 모빌리티 등 ‘모빌리티’와 연결된 단어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어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모빌리티는 여러 단어들과 결합해 우리가 상상하던 기술의 현전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모빌리티는 2022년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단어와 결합하는 모빌리티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전 상 모빌리티는 ‘이동성’, ‘유동성’으로 꽤 큰 범위의 의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빌리티가 주요한 키워드가 된 것은 그만큼 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팬데믹 이전 우리의 삶에서 이동하는 일은 의식할 필요가 없던 그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13조 1항에 “모든 인간은 자국 내에서 이동의 자유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듯 이동은 모든 생물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행위이자 권리입니다. 소와 말 등 비인간 동물을 통한 이동에서부터 마차와 자전거, 자동차, 기차, 비행기까지 인간은 움직임과 이동의 범위를 확장하여 역사를 형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투 유: 당신의 방향》이 이동수단으로서의 모빌리티의 미래와 그 기술의 가능성을 논하려는 전시는 아닙니다. 다만 주체적인 행위라고 믿었던 나의 이동이 통제될 수 있음을 확인하며 이에 따라 변화한 사회와 그 경험의 단면을 들여다보고 이동의 구조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가를 질문하고자 합니다.
국내외는 물론 근교를 이동할 수 있는 기회들이 줄어들거나 억제되며 각종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한편 면세품을 소비할 수 있는 무착륙 관광 비행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잃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배달 시스템은 신선식품의 새벽 배송을 가능케 하며 식당에서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 서빙 하는 음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농장, 공장 등 생산의 주체들이 혐오 시설이 되어 개발의 논리를 통해 외곽으로 밀려나는 한편 신기술을 도입한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지하철에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이 계속됩니다.
이러한 풍경의 이상을 감지한 ‘당신의 방향’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들의 이동 방향이 어떻게 사회 구조의 형식과 결속의 방식을 변화시키는지를 질문하는 제목입니다. 그래서 《투 유: 당신의 방향》 은 무한하고 동등하게 주어진 자유인 줄 알았던 이동이 권력과 배제의 수단이자 네트워크 자본(network capital)으로 기능하는 시대임을 감지하고 이동이 가진 오늘날의 다각적 의미와 작동의 형태를 들여다봅니다. 완벽한 일상으로의 복귀가 쉬이 도래하지 않을 시대를 통과하면서, 우리에게 이동의 방식과 형태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감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8명(팀)의 참여 작가들은 각자가 경험한 이동과 관련된 문제들을 펼칩니다. 중심(수도권)으로 이동, 떠나야하거나 혹은 남겨져야하는 존재들, 팬데믹 이후 더욱 각광받는 플랫폼 노동이 타인의 신체를 대여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 오프라인의 대안처럼 부상했지만 실상 제한적인 웹(web)의 구조를 전복하고 감각 체계의 충돌을 재고하는 이미지, 사회적 소수자들의 신체와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모빌리티 상황을 전복하는 방식을 살핍니다.
《투 유: 당신의 방향》이 미처 닿지 못한 수많은 이동의 지점과 문제들을 함께 나누며, 전시장에서의 ‘당신’의 이동과 그 방향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를 질문하고 상상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익현, 〈그늘과 그림자〉, 2022, 단채널 비디오, P3 LED 매트릭스, 컬러, 사운드, 25분 30초
작품은 2018년 11월 24일부터 2021년 10월 25일의 시간 동안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된다. 이 사진들은 택배로 주문한 물건을 직접 확인하기도 전에 도착을 공지하거나, 몇 년 전의 추억을 알리고, 알고리즘과 타임라인을 통해 당신의 눈을 실어 나른다. 인간의 눈과 기계의 눈이 공존하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사진 데이터는 정확한 기록도 현실도 아닌 채 감각과 인식을 혼동시키며 데이터 사이를 유영한다.
김재민이, 〈돼지똥과 아파트〉, 2022, 단채널 비디오, 15분
작가는 과거 용산과 나주에 있던 공장 및 농장의 이동 과정을 좇는다. 이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 ‘냄새’ 이다. 이러한 현실은 영화 「기생충」(2019)의 주요 인물인 오근세와 국문광을 주인공으로 한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2022)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극 중 부천과 광명 출신인 이들이 어떻게 서울의 상류층에 입성하고 한편으로 실패했는지를 순례길로 상정해 상상의 기념품들과 아카이브를 비치한다.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2022, 혼합매체, 가변크기
팬데믹으로 인해 쉬이 해외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들과 면세업계는 땅에 멈춘 비행기의 연료와 주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무착륙비행’을 개발했다. 면세품 구매를 촉진하고 이벤트로서의 비행을 자처하는 무착륙 비행의 움직임은 정착 없이 돌아오는 롤러코스터를 닮아 있다.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둘의 모습은 이동을 위한 이동으로, 소비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시스템과 맞닿는다.
송예환, 〈월드 와이드〉, 2022, 폼보드 위에 프로젝션 매핑, 폼보드, 빔프로젝터, 혼합매체, 가변크기
팬데믹 이후 가상세계에서의 정보 공유는 더욱 각광받으며 새로운 세계를 여는 포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래픽 디자이너인 송예환은 이러한 환상에 제동을 걸고 제한된 웹 환경이 개인의 환경이나 문화적 차이를 경시한 채 일반화된 상호작용과 시각을 강요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웹 플랫폼들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하게 혹은 충분히 접근 가능한 공간인지를 질문한다.
닷페이스,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2021, 10초 반복재생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여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기획했다. 자신만의 캐릭터와 메시지를 만들어 SNS 등에 공유, 확산되었던 이 행사는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라는 문구를 통해 이동이 어려운 혹은 불가능한 시대를 사는 이들이 편견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발화, 협력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기대이자 가능성을 상징한다.
유아연, 〈벌레스크〉, 2021, 단채널 비디오, 29분 9초
시대에 따라 변하는 노동의 양상에 주목하는 작가는 노동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계를 전시장에 구현한다. 입구에서 받은 진동벨이 울리면 관객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서빙 로봇에게 이를 반납할 수 있다. 작가는 반납이라는 이동 행위를 전제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불필요한 접촉 및 정보를 끼워 넣음으로써 서비스 노동, 플랫폼 노동 등 노동의 주체는 삭제되고 용이하게 결과만을 소비하는 작금의 구조를 가시화한다.
오주영, 〈구름의 영역〉, 2021, 아케이드 PC게임, 컨트롤러, 네온사인, 가변크기
〈구름의 영역〉은 최근 각광받는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등 새로운 이동 기술이 초래할 딜레마를 고찰하고 상상한다. 세 개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미래의 어느 시대, 뜨거워진 대기로 인해 상공 도시에 살아야 하는 기후 위기 난민과 인간에게 하늘을 빼앗겨 날지 못하는 새의 생존 관계를 다룬다.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달라지는 엔딩에는 미래 이동 기술이 내재한 생명윤리 및 환경문제를 반영한다.
송주원, 〈마후라〉, 2021, 3채널 비디오, 10분 22초
〈마후라〉는 아시아 최대 중고차 시장이었지만 재개발을 앞둔 장안평 일부와 자동차의 풍경을 담는다.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기술의 변화 속도와 코로나19로 인해 사장된 시장 상황 등으로 금세 구형이 된 자동차 기체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해체를 기다린다. 작가는 이들을 퍼포머의 신체와 결합해 생명력을 부여하여 유령처럼 지역을 맴돌게 만든다. 전시의 인트로인 이 작품은 이동, 기계 모빌리티, 그리고 도시를 구성하는 존재들이 밀려나고 밀려드는 관계를 고찰한다.
자료담당자[기준일(2022.2.25.)] : 아르코미술관 김미정 02-760-4617
게시기간 : 22.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