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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의 활동을 공유해드립니다.
*매주 목요일 2시-4시는 교육 프로그램 진행으로 인해 입장을 제한합니다.
『월간 인미공』은 인미공의 시각예술 연구-기획-발화의 역할을 재고하는 성글고 열린 테스트 베드로, 3개월 동안 매월의 주제와 창작자들의 결과물을 연결하고 충돌시키며 문제의식을 드러냅니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인미공 홈페이지(www.arko.or.kr/insa/)와 인미공 2층 공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장소는 순수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고안되어야 한다.”
7월 『월간 인미공』은 《접힌 경계: 안과 밖》이라는 제목으로, 팬데믹 이후 빈번하게 사용되고 등장하는 ‘경계’를 다각적으로 살핀다. 미술 저널 ‘e-flux’는 코로나19가 국가 간 경계(borders)를 조롱(mockery)하고 강화했다고 언급한다. 여기서 강화된 경계는 지리적 영역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지역 내의 부/가난, 젊음/늙음, 아픔/건강함 등 차별과 갈등의 원인이 된 개념들이 더욱 더 양극화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지역의 안팎으로 차단된 경계(境界)는 견고한 경계(警戒)를 구축했다.
이 글의 시작으로 사용한 문장의 출처는 아미타브 고시(Amitav Ghosh)의『그림자 선 The Shadow Lines』(1988)으로, 공간과 장소, 지리가 당연히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비판하는 부분이다. 한때 물리적 이동은 물론 정보의 이동 또한 자유로워 경계란 그저 암묵적인 약속 혹은 규칙처럼 느껴지던 적이 있었다. 시각예술관련 글에서 자주 만나는 경계도 그저 ‘넘나들며’ 활용 가능한 단어였다. 그러나 새로운 질병의 창궐 이후 사회의 모든 요소에는 꽤 강고한 경계가 설정되면서 사회 기저에 깔려 있던 긴장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접힌 경계: 안과 밖》은 명확히 보이지 않지만 팬데믹 이후 그 역할과 의미가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감각으로서 지각되는 경계(境界·警戒)를 상상하고 읽어보고자 한다.
먼저 들여다볼 것은 지역(Local)간 경계의 문제이다. 국외로의 이동이 불가해지면서 자연스레 국내 환경, 자원,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내’가 거주하고 서사를 쌓아나가는 이곳이 팬데믹의 대안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한편 2020년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상 인구의 첫 감소가 시작되었고 200여개의 시군구 중 약 46%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갈라지는 지역양극화와 소멸의 문제 그리고 로컬이 위기의 대안이라는 찬양이 상충하면서, 작금의 로컬 담론과 정책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연결하여 'e-flux'가 코로나 이후의 경계는 영역 구분선 뿐 아니라 양극화를 조장한다고 언급했듯 차단과 차별로 인한 경계(警戒)의 태도가 주체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변화를 고찰한다.
물론 경계가 분할과 배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접힌 경계: 안과 밖》은 경계라는 단어가 가진 두 의미가 서로 엮여 발생하는 충돌의 지점에 주목한다. 이에 《접힌 경계: 안과 밖》에 참여한 작가 및 연구자들은 경계의 다면적인 양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덧붙인다. 먼저 지난 4월 방영된 KBS창원의 <소멸의 땅> 아카이브 페이지 및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형관 기자와의 인터뷰로 지역 소멸의 실태와 문제점을 들어본다. 부산외대 박형준 교수는 로컬리티에의 환상을 비판하고, 지역의 문화 예술 사업이 실행되는 현실을 검토한다. 그리고 이 ‘파멸적 집중’의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발화하고 연대를 희망하는 대전의 페미니즘 콜렉티브 ‘보슈’의 글과, 경남 남해에서 활동하는 ‘해변의 카카카’의 지역 소멸에 대한 무크지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경계를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을 《접힌 경계: 안과 밖》과 연결해본다. 기슬기는 《접힌 경계: 안과 밖》의 참여자들에게 미션을 전달하여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촬영된 결과를 모아 봉합하고, 김재민이와 이원호는 서울의 안과 밖의 경계를 걷고/달리며 지역 간에 내재된 미묘한 구조와 관계를 살핀다. 문영민은 동서양의 종교문화를 모두 겪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타자에의 애도, 문화의 이종교배,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제사라는 대상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큐레이터 심소미는 봉쇄령 당시 경험한 집과 도시의 경계 사이에서의 이야기를 전한다.
《접힌 경계: 안과 밖》의 참여 작가 및 연구자들은 각자가 경험하고 있거나 해석한 경계 그리고 그 영향이 안팎에 작동하는 현상들을 탐색한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접혔다 펼쳐진 경계 주변의 서사는 특정 사례의 나열이 아니라,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이어질 미래의 장면들이다.
*『월간 인미공』7월호는 7월 13일부터 인미공 홈페이지(www.arko.or.kr/insa)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기슬기
〈전시장 가는 길_7개의 시공간 그리고 인미공〉, 2021, 잉크젯 프린트, 100 × 132cm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인 작가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담긴 메시지를 《접힌 경계: 안과 밖》의 참여자들에게 보낸다. 여러 국가 및 지역에 거주하는 참여자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촬영한 메시지는 다른 장소와 시간에 전달되고, 작가는 이 이미지를 하나로 묶어낸다. 각자의 위치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동하며 완성된 작품은, 원래의 내용과 형식은 희미해진 채 마치 거울에 반사된 것 같은 형태로 인미공 2층에 전시된다.
김재민이
〈오근세氏를 찾아서〉, 2020, 단채널 비디오, 6분 17초
이 작품은 영화 〈기생충〉의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오근세’의 혼인신고서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오근세’의 혼인신고서에 적힌 그의 태생지가 작가가 어릴 적 살던 부천의 복숭아밭 근처임을 발견한다. 이에 작가는 경기도 부천의 변두리에서 ‘오근세’의 현재 주소지인 서울의 대림동까지 16km를 걸으며 지나온 풍경을 담는다. 부천과 서울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가면서 서울이라는 장소에 진입하려는 이들의 꿈과 욕망, 삶을 상상한다.
문영민
〈방사선 전문의와 십자가〉, 2020, 리넨에 유화, 53 x 45.5cm
작가, 비평가 그리고 이민자인 문영민은 그동안 절하는 남성의 뒷모습을 담은 회화로 제사를 통한 애도와 성찰을 이야기했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이지만 유교의 종교적 행사인 제사를 지내며 동서양의 종교문화를 경험한 작가에게 제사의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폭력과 혐오의 세상에 타자에게 애도와 용서를 기릴 수 있는 자리로서 제사는 작가에게 있어 중요한 주제이다. 최근 작품에서 제사상은 각 집안 고유의 전통과 문화, 정체성 그리고 가치관이 교차되며 안착된 흔적이기도 하다. 십자가, 성상, 치킨 등이 올라간 각각의 제사상은 서구와 동양의 기호가 공존하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혼종성을 가진다. 한편 화면 속 제사의 형식과 형태는 각자가 겪은 전통의 양면을 떠올리게 하며, 더 나아가 제사(상)를 둘러싼 가족 간 노동의 복잡한 관계까지 상기하게 만든다.
이원호
〈적절할 때까지 Ⅰ〉, 2019, 5채널 비디오, 60분
작가는 서울의 지도를 펼쳐놓고 그 지도 안에 꽉 차는 오각형을 그려 넣는다. 집의 형태를 상징하는 이 오각형을 기준으로, 작가는 휴대폰 GPS에 의존해 나뭇가지를 끌고 그 장소로 향한다. 그곳에 다다르는 과정에 특별한 일은 없다. 작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이동하는 대로 시선을 움직여야 하고, 지팡이처럼 생긴 막대기가 콘크리트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만이 울릴 뿐이다. 5개의 화면에서 등장하는 간판 등으로 작가의 현재 위치를 간신히 유추해보지만 결국 지역의 구분선을 넘고 넘어 도착한 곳은 서울이라는 경계의 끝 부분이다. 이제 작가는 꼭지점에서 몸을 돌려 진짜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스스로 지정한 경계선의 끝에서 마주한 것은 GPS없이 움직이기 어려운 신체와 약속된 구조 내로 회귀해야하는 암묵적 규칙이자 한계이다.
보슈
2014년 청년 이슈를 이야기하는 잡지로 활동을 대전페미니스트문화기획자그룹 보슈는 이번 《접힌 경계: 안과 밖》에 그간 출판해온 잡지와 FC우먼스플레잉 여성 축구팀 원데이 클래스 영상을 공개한다. 또한 지방에서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글로 담는다.
해변의 카카카
2018년부터 남해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창작집단 ‘해변의 카카카’는 지역 소멸의 위기에서도 지방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크지『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을 통해 이야기한다.
박형준
『로컬리티라는 환영: 지역이라는 로맨티시즘과 문학/비평의 분열』(2018)의 저자 박형준 교수는 로컬리티에 대한 비판 없는 환상을 염려하고, 팬데믹 이후 지역 예술 커뮤니티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고찰한다.
이형관
지난 4월에 방영된 KBS 창원 기획 <소멸의 땅> 관련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방소멸의 위험성과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소미
현재 파리에 거주하면서 봉쇄령 당시 경험한 집과 도시의 경계 사이에서의 경험과 단상을 전한다.
자료담당자[기준일(2021.7.9)] : 아르코미술관 김미정 02-760-4617
게시기간 : 21.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