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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Counci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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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의 활동을 공유해드립니다.
“(...)그러나 내게도 분명 골몰하는 예술가에 대한 향수는 있다. 하지만 순수보다는 무슨 순수를, 어떤 당위로 지향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앞선다. 나는 도취될 수 있는 구심점을 잃어버렸거나 애초에 가진 적이 없었고 그래서 모든 감상과 나아가 작업 자체는 나에게 있어 신체 내 미지의 기관으로부터 샘솟는 것이 아니라 달려가 거머쥐어야 하는 무엇이 된다(...)_이미래 작가노트 중
낭만은 ‘행복해지는 것이 나의 꿈’이라는 누군가의 소박한 말에서 시작한다. 소박함의 뒤에는 의심과 불확신, 헤아릴 수도 없이 세분화된 결핍과 욕망들이 위아래도 없이 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계의 개입과 간섭은 항상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기 전에 작용할 것이고 그러기에 이미 소박함은 소박함을 잃고 ‘달려가 거머쥐어야’ 하는 어떤 것이 되는 동시에 점점 더 거대해져 다가가기 어려운 것으로 멀어지기도 한다. 대상으로의 ‘소박함’은, 이루어진 결과보다 그것을 떠올리며 상상하는 것으로써 가장 그것에 가까워지는 것일까?
<낭만쟁취>는 낭만에 대한 정의에 앞서 ‘낭만’이라는(혹은 그것이 예술인지 낭만인지, 무언지 알 수 없을지라도) 궁극의 대상을 대하는 태도와 상태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 전시에서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작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젊은 작가의 고백을 전하는 일일 것이다. 이미래는 파편화된 조각재료와 느슨한 연결장치를 동원하여 물리적인 작업의 신체를 고안하면서 ‘낭만’의 크라이막스를 느끼는 대신 쟁취하는 방식을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 <수석장 / A Cabinet of Chinese Scholar’s Stones> 선반에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4
전시장 1층의 <수석장 / A Cabinet of Chinese Scholar’s Stones>은 제작되었던 작업을 해체하거나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폐기물이나 파편들의 모음이지만 작가에게는 질감, 부피, 무게, 탄성 등의 물성적 실험과정의 아름다운 기념품과 같다. <수석장> 위에 나열된 기념품들은 물리적인 충돌 (해체)속에서 탄생한 다음 우연적 순간에 발견되어 정지된 또 하나의 우주가 된다. 자연에서 거두어 주로 실내에서 보고 즐기는 관상용의 돌들은(수석 壽石) 수집자 (주은 자)에 의해 때때로 ‘새벽’, ‘백두산’ 등으로 불리며 상징적이고 이상적인 세계의 전체가 된다. 형태를 가진 모든 것에 대한 미적인 동경, ‘아름답다’는 감정은 동시에 일회적인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청개구리 엄마무덤 / Mother Frog’s Tomb> 워터펌프, AC모터, H빔, 합판 외, 가변설치, 2014
창세기에서 읽은 바와 같이, 인간의 근원은 조물주 스스로의 모습을 본 떠 만들어졌고 만든 창조주의 눈에 보기 좋았더라고 알려져 있지만 신을 닮은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모순과 결핍을 해결하지 못한 채 비극과 같이 산다. <청개구리 엄마 무덤>은 ‘잃어버린 세계(엄마)’에 붙잡음을 위해 다소 과하고 소모적인 기술들로 만들어진 디오라마식 구성의 작품이다. 동화에 등장하는 크라이막스는 천둥과 번개, 비와 같이 상징적인 소리(비 오는 날의 소리)로 재생된다. 날것에 가까운 느슨한 재료들과 적정기술로 만들어진 물리적인 구조는 논리적인 비약과 더불어 낭만을 쟁취하는 방식으로 선택되었다. 신파적 비극으로 알려진 동화는 ‘슬픈’ 감정을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여러 피스들로 산만하게 구성되어 신파의 본질과 거리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극적인 상황은 조작된 사운드(비와 천둥소리)로 대체되고 ‘비 오는 소리’는 낭만적 감정을 만든다. 감정은 발생과 동시에 휘발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또 다른 창작자 이자혜(웹투니스트_‘겸디갹’으로 활동)를 초대하여 비극적인 단편만화 <금덤판>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하였다. <금덤판>은 풍요로운 세계에 대한 숭배와 동시에 극단적인 가난함에 대한 환멸을 주제로 ‘낭만’의 쟁취를 위한 작가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확장하는 장치가 된다. 이번 협업은 각자의 ‘낭만’에 대한 입장을 나누고 빌리는 과정을 통해, 출발부터 패배가 전제되어 있는 세계의 단편적이며 이중적인 상징을 전달한다.
(※ 금덤판 : 백석의 시<여승>에서 등장하는 금을 채취하는 금광, 반짝이는 세계인 동시에 노동과 인생의 고역이 공존하는 공간)
▲금덤판 (저자: 이자혜) _인쇄물, 16p. 만화_2014
▲<'청개구리 엄마무덤'을 위한 비 구조물 / Rain Structure for 'Mother Frog’s Tomb'> 케이블 타이, DC 모터, 마이크, 아크릴 외 가변설치, 2014(인사미술공간 2층 설치전경)
<눈물>, <'눈물’을 위한 슬픈 조각>은 이번 전시에서 낭만에 대하여 가장 사적이며 동시에 가장 공공연한 경험을 제공한다. 가벽을 두고 안과 밖으로 상응하고 있는 두 개의 공간은 서로를 마주하는 관계를 통하여 의미를 발생시킨다. 인사미술공간 지하 전시장의 입구에 미니멀 (minimal)하고 추상적인 모습으로 우두커니 세워진 <’눈물’을 위한 슬픈 조각>은, 한 평 남짓한 반대편 방에서 바라보게끔 놓여 있다. 한 명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어둡고 작은 방에서는 피아노 소나타(Nocturne in C-shrap minor, (Fryderyk Franciszek Chopin)가 엷게 흘러나오고, 관람자는 창문 너머의 하얀 스티로폼을 바라본다. 가볍고 일회적이며, 저렴하고 간단한 조작으로 만들어진 스티로폼 조각, 조금씩 흔들리며 움직이는 작은 전구 불 빛 앞에서 작가는 ‘작업을 한다는 일’의 가벼움과 무거움, 둔탁함과 번잡스러운 감정을 전달한다. 이 모든 감상들을 되도록 평평한 상태 그대로 옮기는 것은 실패를 불 보듯 하는 일이겠지만, 낮은 천장 아래 소박하게 덧대어 놓은 여러 장치들은 ‘순수한 무엇’을 기다리는 노력과 실패에 대한 작가의 사적인 고백에 가깝다.
▲ <‘눈물’을 위한 슬픈 조각 / Sad Sculpture for ‘Tears’> 스티로폼, 600x900x1800(mm), 2014
▲ <눈물 / Tears> 가변설치, 쇼팽의 야상곡 재생, 3분 24초,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