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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미공뉴스]이윤이 개인전<두 번 반 매어진/A Round Turn and Two Half-Hitches>

  • 구분 아르코미술관
  • 조회수 6754
  • 등록일 2014.07.01



전시기간이 7월 27일까지로 연장 되었습니다.

정박하지도,
흩어지지도 않는 기억

 전시의 서막, 전체이자 혹은 떨어져 나온 일부로써의 악기(하모니움)는 인미공 벽돌건물 모두를 하나의 진동상자로 확장한다. 이것은 이번 전시의 첫 번째이자 동시에 마지막 장치, 안과 밖을 나누는 막이며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지우는 역할을 한다. 선원들이 항구에 배를 정박시키기 위해 흔히 쓰는 매듭의 이름(A round turn and two half hitches)에서 가져온 제목 <두 번 반 매어진>은 시적인 호흡, 말로 표현되고 소리 내어 읽을 때, 연상되는 수행적 재현을 유발한다. 회전하는 하모니움은 누군가가 연주하기를 기다리는 악기로 놓여있음으로써 잠재적인 진동과 욕망을 드러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직관적이고 물리적인 참여를 제안한다. 설치된 사물들과 비디오의 사이, 극과 극의 중간을 넘나들며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목격자가 아닌 상황의 출발자, 주체적인 참여자로 포함된다.

 본 전시는 사운드와 이미지, 텍스트가 혼합된 ‘이야기하기(Story-telling)’에 대한 실험이며 출판,영상, 설치를 통해 그것을 구현한다. 스스로의 내면적인 고백을 다른 인물의 몸과 언어를 통해 다시 허구로 만드는 영상작업은 공공의 기억을 개인화 하고 개인의 기억을 공유하는 실험이다. 작가는 그것의 가장 적절한 장치로 공간적, 시간적 상황을 극적으로 호출하는 무대의 방식을 선택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연주되는 필라델피아의 메이시 백화점(Macy’s Department Store)에서 촬영한 <독수리에서 만나요>, 개발에 실패한 뉴저지의 한인타운(Paliside park)에서 제작된 <습지, 영주권,트리오/Wetland, Green card, Trio>에서의 자전적인 나래이션은 일시적인 기억을 여러 관계 속에 위치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이끌고 있다. 영상 속의 인물들은 주로 작가가 일상적인 상황에서 만난 친구, 친밀한 작업동료, 작가 자신, 혹은 상상의 영역에서 호출된 배우(또는 우리가 뉴스를 통해 익히 아는 ‘실제’ 배우_<날개 없이 나는 빨간 새를 보았다 다가갔을 때 그것은 총알이었다 (2014)>)이다. 다양한 감정적, 문화적, 사회적 관계를 지닌 인물(배우)들의 등장은 각자의 '이야기하기' 방식을 공유하고, 서로 함께 매여 있지만 작가의 사적인 해석과 부분적인 은폐 또는 과장들을 통해 서로의 결속을 픽션의 알레고리로 만들기도 한다. 영상이라는 시간적인 극의 장치 안에서 그들은 일종의 허구이자 환영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기억과 경험, 습득된 언어(language)로 말을 하는 존재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무대의 안과 밖,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억은 기록과 기념, 무화(無化)를 반복한다. 상이한 환영의 층위는 오히려 현실을 반추하고 재구성한다. 표면과 이면의 내밀한 얼개 속에서 작가와 관객은 서로 매어진 존재가 되기도 하고 배반하여 떨어진 존재가 되기도 하면서 독립적인 발화를 펼친다.

● B1
  
  어두운 공간과 흑백 영상 작품의 희미한 불빛에 의해 유리는 페퍼스 고스트(19세기에 발명된 시각 무대 효과)를 이용한 착시 현상을 만들고 괜객은 마치 누군가 드럼을 매고 회전하는 듯한 존재하지 않는 실체에 대한 환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세속적인 삼위일체 투 채널 영상은 '남자는 배' , '여자는 항구'라는 통속적 메타포에 착안하여 남녀 두 배우를 두 개의 흑백 프레임으로 나누어 배치한다. 영상은 슬랩스틱 코미디 인물들처럼 엄숙한 몸짓과 표정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듯하지만 닻에 걸린 부표처럼 제자리를 머무는 남성과 여성의 모습을 진지하고 엄숙한 구도로 보여준다.

▲세속적인 삼위일체 / The Secular Trinity_ 투 채널 흑백영상(looped), 드럼, 회전판, 유리, 기타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4


▲세속적인 삼위일체 / The Secular Trinity_ 투 채널 흑백영상(looped), 드럼, 회전판, 유리, 기타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4

●1층
 
 전시는 실제 하모니움 회전문으로 바뀐 출입문의 밖에서부터 작동하여 관람객이 문을 밀고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악기의 진동상자 안 혹은 연극적 무대에 진입하는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한다. 하모니움은 전시를 알리는 서곡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수행을 기다리는 오브제가 되기도 하며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은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기 위한 안내지 역할을 한다. 관객은 영상물과 설치물 사이를 유영하며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닌 극과 극 사이를 수행자로써 참여하게 된다. <Meet me at Eagle>은 세계에서 가장 큰 현재에도 연주되는 파이프 오르간 대한 이야기로 영상 속의 배우들은 백화점의 곳 곳에서 게릴라식 퍼포먼스를 펼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백화점이라는 공간은 그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오페라 극장이 된다. 


▲Meet me at the Eagle_ 단채널 영상, 하모니움, 카펫, 기타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2


▲Meet me at the Eagle_ 단채널 영상, 하모니움,  카펫, 기타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2

●2층

<습지, 영주권, 트리오/Wetland, Greencard, Trio>, <Maya(not that)>, <나이프, 스푼, 포크/Knife, Spoon, Fork>의 비디오 속 인물들과 이야기들은 세 개의 방에서 따로 혹은 같이 서로 교란하며 여러 레이어가 겹쳐 들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공공의 사실(정보, 문헌, 사건, 소문, 역사, 신화 등)을 빌려와 또 다른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각각의 영상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타인의 정체성과 그를 둘러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 그리고 세 명의 개개인이 서로의 공통과 차이에 대한 탐색하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네러티브를 통한 작가의 내면적 고백은 다른 인물의 몸과 언어를 통해 발화 됨으로써 다시 허구가 되며 픽션의 알레고리를 형성한다.


▲나이프, 스푼, 포크 / Knife, Spoon, Fork _단채널 영상_7분 38초_2013


▲Maya (not that)_ 단채널 영상_4분 46초_2013


▲습지, 영주권, 트리오 / Wetland, Greencard, Trio_ 단채널 영상_4분 7초_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