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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아르코 예술인문콘서트 오늘 세 번째 시간, 소설가 김연수

  • 조회수 6410
  • 등록일 20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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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 예술인문콘서트 오늘 세 번째 시간, 소설가 김연수

120석이 가득 찬 강연장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 오늘' 이라는 이 날의 강연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 후, 김연수 소설가가 등장했다. 쑥스러운 듯 강연장의 가운데에 앉은 그는 '나는 왜 그을 썼는가' 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다.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자신이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영문과에 진학하리라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고등학생이던 때 추억으로 시작해 1990년대 초, 치열했던 학생운동을 언급하며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자신이 첫 시와 소설을 쓰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르코 예술인문콘서트 오늘 세 번째 시간, 소설가 김연수2

고등학교 3학년, 우연히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서울대생이 할복하고 자살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된 그는, 후에 그 학생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언론과 사회적 반응을 보고 나서 의문점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세계라는 것,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을 위해 삶을 포기한 학생의 죽음의 무게가 사회적 판단에 의해 너무나도 가벼워졌을 때, 그는 비로소 무언가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삶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걸까, 그런 판단으로 한 사람의 삶의 의미라는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왜 이 세상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사는 것일까."

그렇게 그가 처음 쓴 소설이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였다. 이 작품으로 소설가로 등단하게 된 그는 소설이라는 것을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꾿빠이 이상>을 연재하게 되면서 소설을 쓴다는 것의 다른 의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더 이상 어떤 문장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 나라는 자연인으로서의 한계를 넘는 무언가가 또 다른 문장을 쓰게 만드는, 그런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 그는 다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나온 소설이 <네가 누구든, 얼마다 외롭든>이었다.

이후로 그는 세계라는 것은 각자에게, 모두에게 있는 것이고 그 여러겹으로 된 세계는 다시 하나라는 생각으로 계속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아르코 예술인문콘서트 오늘 세 번째 시간, 소설가 김연수3

현재 구상중인 소설의 구체적인 배경과 내용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는데, 최근엔 소설을 구성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기 위해 태어난 곳, 공부한 대학 등 다양한 장소를 찾아 필사적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공부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소설가가 아니라면 알지도 못했을 사람의 삶을 알아보려 이렇게 필사적으로 자신이 산다는 것에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 17세기의 역사를 지금 공부하게 되면서, 이렇게 몇백년이 흐른 뒤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 결국 소설의 시각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그는 벤야민의 글을 인용하며 설명을 덧붙였다.

"호모 사피엔스의 보잘것없는 5만 년의 역사는 지구 상의 유기체의 역사와 비교해보면 하루 24시간의 끝자락 마지막 2초에 해당한다. 문명화된 인류의 역사는 이 척도에 비추어본다면 기껏해야 마지막 시간, 마지막 초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100년도 못사는 인간이 자신의 생애동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300년 정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면, 사는 동안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그 모든 삶이 실패한 삶이 아니라는 것. 300년의 시각으로 본다면 실패한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의 삶도 실패한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300년이라는 시각이 결국엔 소설의 시각이라고 말하며 그는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김연수 소설가는 본인의 목숨을 포기하며 무언가를 말하고자 했던 서울대생의 삶처럼, 누군가의 삶을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생애를 넘어서는 물리적인 시간 속에서 어떤 누구의 삶도 실패한 삶이 될 수 없다는 그의 이야기가 어떤 말보다도 큰 위로가 되었다. 너무 빨라진 삶의 속도 속에서 단 몇 분 몇 초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는 날들을 보내면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봐 조급했던 마음들을 위로해주는 시간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길게 줄을 선 관객들에게 모두 사인을 해주던 김연수 소설가의 마지막 모습까지 이 강연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작은 강연장 안에서 모두가 한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던 그 순간도 마치 소설같았던 강연이었다.

제 4기 컬처메신저 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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