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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우리가 공연을 볼 때 기대하는 것들 - 에스터 채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 공연 리뷰

  • 조회수 5762
  • 등록일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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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공연을 볼 때 기대하는 것들
- 에스터 채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 공연 리뷰

정소정 (극작가)

언제부턴가 공연계에서도 스케일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국내 최대 규모', '아시아 최고의 제작비', '지상 최대의 쇼', '다시 볼 수 없는 최고의 출연진' 등등. 수식어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 스케일이 관객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요소가 된 것이다. 물론 특별한 무언가를 본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정말로 연극을 만든다는 것, 연극을 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무엇이 연극을 연극답게 만드는 걸까?

에스터 채의 일인극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_So the arrow flies>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처럼, 혹은 또 하나의 질문처럼 관객들을 찾아왔다.

별 다른 세트 없이 책상 하나 의자 하나가 놓인 무대에서, 특별한 의상도 없이 셔츠에 바지를 입고, 조명이나 음향도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단 한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게다가 극중 일인 다역을 하는 에스터 채(채경주)가 연출과 극작까지 겸했다. 에스터 채라는 한 사람을 뺀 나머지 요소들에 크게 기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녀 자신과 그녀를 보아줄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이 공연을 할 수 있다. 놀라울 정도의 효율성이다. 살을 뺄 수 있는데까지 쫙 뺀 고단백 연극이다.

에스터 채는 스파이 캐서린, 그녀의 딸 미나, 한국계 미국인인 FBI 요원 박지영, 그녀의 엄마 박여사를 연기한다. 미국땅에서 성공한 많지 않은 한국계 배우답게 안정적이고 힘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극은 관객들을 향해서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이 주를 이루는데 한 사람의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변주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판소리를 연상시켰다. '스토리텔링' 기법은 전통적인 드라마와 스토리텔링의 경계를 허무는 것으로 현대 연극계에서 이제는 가장 인기있는 공연형식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작품도 그러한 풍토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될 수 있겠지만, 무대에 선 그녀의 모습 위에 소리꾼의 모습이 겹쳐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건 단지 그녀가 한국계이기 때문이라기 보단, 역할연기를 가뿐하게 하는 모습이나 여유로운 태도가 소리꾼을 쏙 빼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극 안에서 네 명의 한국계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서 이야기했던 기마민족의 본능처럼, 그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본능도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녀의 작품은 그녀 한 사람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워나가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처음의 질문을 상기하고 싶다. 무엇이 연극을 연극답게 만드는가? 어쩌면 화려한 장치나 연출적인 기법 없이도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와 배우 한 사람만 있으면 족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공연은 한정적인 조건 안에서도 관객들에게 연극을 보는 재미를 선사해줬다는 점에서 좋았다. 금의환향한 그녀가 고국의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서 특별히 선보인 작품이고, 수익금은 기부한다고 하니 그 마음도 따뜻하다.

에스터 채는 10월 15일(월)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10월 17일(수) 공연, 10월 18일(목)에서 20일(토)까지 워크숍을 진행한다. '연기, 예술적 기교, 그리고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아르코 예술인력개발원에서 진행될 워크숍은 전문 연기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 워크숍에서는 사흘 동안 다양한 연기 스타일과 테크닉을 배우고 직접 익히게 될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프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에게 카메라 연기를 배울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참가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에스터 채와 함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시간동안 참가자들은 그녀의 연기테크닉 뿐 아니라, 미국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강인한 정신 또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 공연 장면


자료담당자[기준일(2012.10.25)] :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변서영 02-760-4665
게시기간 : 12.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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