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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개인전 : 무지개 / 2007. 6. 1 ~ 7. 1
‘개구리 왕눈이’같은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하고 민화에서 빌려온 새가 나타나기도 한다. 영화 속 한 장면이 변형되어 들어오기도 하고 작가 자신의 일상생활의 특정한 순간이 끼어들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작가의 다른 작업이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통째로 그림 속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은 최수정의 캔버스에서 서로 교차하고 병치되면서 새로운 맥락에 놓이게 된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암호>는 이미지 대신 텍스트를 사용한 작업이다. 그러니까 한 권의 책에서 임의로 뽑아낸 단어를 조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어떠한 사물이나 이미지가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현상에 주목하여 그것을 조합하고 변형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즐긴다.
<해피 버스데이>에서는 생일 케이크와 전쟁의 이미지가 같은 화면에 등장한다. 검은 비석앞의 화려한 조화를 따로 찍어 만든 <데쓰노트 Death Note>는 싱싱한 생화와 함께 전시된다. 그런가하면 붕괴되는 건물의 이미지와 ‘고목에 꽃이 피는 형국’, ‘땅에서 금을 캘 것’과 같은 텍스트를 타로카드 새겨 넣은 <사상누각>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간극을 이어주고 있는 연결 고리를 찾는 동안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CM송이 머리 속을 맴돈다.
작가노트 집중력 없는 C는 흘끗 흘끗 대상들을 본다. 만화 영화 '개구리 왕눈이'를 보다가, 작업실의 냉장고를 보며 시원한 물이 배달되기를 바라고, 문득 날씨가 궁금해져 창밖을 보다가 떼거리로 지나가는 회사원들을 발견하기도 하며, 만화영화의의 전개가 궁금해서 몸을 돌리다가 책상위의 장난감을 떨어뜨리고, 주우려고 내려다보다가 방바닥의 얼룩을 발견한다. '대청소의 날'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달력을 보다가 생일을 확인하고, 얼핏 다시 본 모니터 화면의 '무지개 연못'에선 비가 내리고 누군가의 이름들이 줄줄이 올라간다. 이 상황에서 낙천적인 개구리 '왕눈이'는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다. 그렇다면 장난감은? 얼룩은? 또 기타 등등들은? 대상들에 집중하지 않을 때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뒤얽힌 관계의 망들이다. 관계들은 연속적으로 혹은 비연속적으로 끊임없이 변하며, 많은 연결 가능성들을 만들어 낸다. '가능성' 역시 확정된 것이 아니다. 가능성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믿음이며 현실이 될 수도 망상에서 끝날 수도 있다. 망상이 또 다른 망상을 끌어내는 것처럼 '끝' 또한 또 다른 '시작'이 될 확률이 99%쯤 될까. 이쯤 되면, 무척이나 어수선해서 체크하지 않으면, 건망증이 생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의 불가능한 끝에 있는 수많은 환상들로 무지개를 읽어낸다. 전적으로 C의 입장에서, 나는 '무지개 연못' 이거나 '방바닥'이거나 이런 특정 맥락에서, 방관적으로 바라본 사소한 것들을 그린다. 시퀀스들과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어중간하고 그럴싸한 회화의 프레임 속에 그리거나, 뜯어내 붙임으로, 많은 장소와 정보와 단서들을 중첩시킨다. 이를 통해, 어떤 맥락에서 별다른 기능을 하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은 색과 형태로 얽혀 또 다른 이야기로 연결될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이야기는 '소통 불가능함'을 가리는 관객 저마다의 믿음이며, 정치적이지 않다.
작가약력 · 최수정(1977년, 서울생)
※ 문의 - 강성은, 인사미술공간 큐레이터 760-4722 / sterne@arko.or.kr - 최수정, / csj777@hanmail.net
자료담당자 : 예술진흥실 인사미술공간 강성은 02)760-4722 게시기간 : 07. 06.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