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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이하 인미공)이 지난 2년간(2007-2008) 지역 커뮤니티 이해와 연계, 담론 생산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해 온 "동두천 : 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 Dongducheon: A Walk to Remember, A Walk to Envision"(이하 “동두천 프로젝트”)의 귀국보고전을 개최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06년 뉴욕 뉴뮤지엄이 미술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관 파트너쉽 프로그램 "접점으로서의 미술관 Museum as HUB“(이하 “허브 프로그램”)에 인사미술공간을 초대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웃 Neighborhood"라는 주제 하에 한국, 이집트, 멕시코, 네덜란드, 미국의 5개 비영리공공미술기관들이 각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지역간 연계를 꾀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미술기관 차원의 협업 모듈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인사미술공간이 기획한 "동두천 프로젝트"는 지난 2년간 한국작가 4인(고승욱, 김상돈, 노재운, 정은영)에 대한 13점의 신작 커미션을 주축으로, 작품 프리젠테이션 3회(뉴욕 2회, 한국 1회), 강연 3회(뉴욕 2회, 한국 1회), 토크와 토론(뉴욕 3회, 한국 5회), 지역주민과의 참여형 워크숍(한국 1회), 서적, 논문, 필름, 관련 자료 아카이브 구성(뉴욕, 한국 각 1회)과 필름 스크리닝 프로그램(뉴욕 1회)으로 구성되어 있는 과정형 프로젝트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과 금년 5월 뉴욕 뉴뮤지엄에서의 2차례 프리젠테이션에 이어, 그동안의 프로젝트 전개 과정을 배경으로 한국에서 작업을 직접 감상하면서 이 시점 우리 맥락에서 프로젝트를 탐구, 심화시켜 보고자 개최하는 귀국보고전이다.
1. 지금 우리에게 동두천은 무엇인가 동두천은 면적 96㎢에 인구 8만 8천명을 가진 작은 도시이다. 서울과 휴전선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형 지형에 중앙을 관통하는 하천이 있는 지정학적 특성상 이 작은 도시는 일제 식민 시절부터 반 세기를 넘게 외국 군사 주둔지로 할당되어 왔다. 동두천 면적의 42%가 미군 주둔지(5개 기지, 1개 사격 훈련장)로 희소한 도심 중앙 평지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크기 순으로 보면, 짐볼스 훈련장이 가장 크고 이어 캠프 케이시, 호비, 캐슬, 모빌, 님블 순이다. 이중 가장 작은 캠프 님블만 2006년 9월에 한국정부에 반환되었으며 각종 시설물이 들어찬 핵심 전투기지인 캠프 케이시 반환은 주민들 간의 지배적인 회의론 속에서 아직 양국간 협상 중이다.) 지난 세기 냉전과 분단의 국내외 질서 속에서 동두천은 안보, 경제성장 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 군대, 공권력이라는 기제에 의해 오로지 기생기지촌 경제에만 의존하는 ‘기지촌’으로만 충족되고 구조화되고 기술 記述 되어왔다. 여기에 그 거대 기제에 눌린 우리 내면의 종속적 타성, 불안, 자기 기만과 변명이 만든 집단적 트라우마도 한몫하여 동두천은 자국민에게조차도 이미 ‘예외 exception, 부정 negation, 조작 manipulation, 소외 isolation, 망각 oblivion, 비가시성 invisibility의 장소’로 고착되었다. 동두천은 법적 질서나 분명한 정보 공개, 합리적 설명, 공정한 절차나 의견 수렴 등의 기본적 민주주의 메커니즘에 있어서 내국민에게조차도 항상 “예외”지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80년대 민주화운동도 뚫고 들어가지 못한 동두천에 대한 초국가적인 수위와 방식의 규제, 통제, 간섭은 너무나 근본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지속적인 것이었다. 한국 총 수출액이 4천만 달러 수준이던 60년대 초반, 동두천 26개 미군전용클럽이 67년 한해에 4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전국의 미제 PX물건이 동두천 보산동에서 나왔던 현실을 디디고 서서 우리는 오늘도 동두천을 우리의 ‘치부’로 여긴다. 이제 21세기 초반의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동두천은 나날이 팽창해가는 세계 자본주의, 기업형 개발주의, 경쟁적인 민영화와 양극화의 거센 물결에 노출되어 있다. 압축성장과 철통안보 뒤편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우리의 빈약한 정신적, 물리적 인프라에 더해, 동두천은 대외, 대내적인 불신, 불안, 커뮤니티간, 개개인간의 불통과 소외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가, 안보, 냉전 이데올로기가 그 어디보다 첨예하게 작동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거대 구조의 시대별 모순과 실체를 어느 지역보다 명확히 간파하고 저항해온 지역이기도 하다. (자율적 지역학생운동단체인 이담학우회가 전쟁 중인 1952년 이미 결성되었고, 이를 전신으로 1990년 진보적 시민단체운동인 동두천민주시민회가 발족되어 오늘까지 동두천시민연대로 이어지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기형적인 구조에서이지만, 한국서는 보기 드물게 일찍부터 다문화, 다인종이 공존해온 다중사회였던 동두천은 또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세계화라는 정치적 슬로건에 대해 그만큼 더 명철한 비판의식을 견지할 수 있는 지역이다. 동두천은 이것을 이론이 아닌 생활 속의 부대낌, 즉 일상생활의 생존이라는 정치학에서 터득해 왔다. 정리해 보면, 동두천은 복잡하고 모순적인 근대 한국의 국가적 특성이 한 장소에 집약되어 있는 특수한 한국의 로컬(지역)이며, 세계화와 자본주의 개발 논리에 직면한 지역들의 현안을 공유하는 세계의 보편적 지역이다. 동두천은 국가권력, 제국, 군대, 경제 이데올로기에서 일찍부터 ‘국민의 주체되기’와 ‘개개인의 주인의식’을 수호해온 진보적 커뮤니티이면서 동시에 그 영향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모순과 균열의 커뮤니티이다. 동두천은 가장 나약하고 비겁하며 왜곡된 근본적 인간 본성에 직면하게 하는 우리 모두의 시험장이다.
2. 동두천에서의 미술 프로젝트와 방법론 그렇다면 이러한 동두천에서 미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동두천의 상기한 지역성을 두 층위로 풀어가야 한다. 하나는, 지역민족주의라는 공격 하에 정체성 위기에 봉착한 동두천의 보편적 지역성을 타 지역들과 연대해 보충, 견고히 할 수 있도록 동두천을 국제사회에 번역, 소통시켜야 한다. 또한 ‘변방’과 ‘타자’에 대한 일련의 담론 구조에 종속되지 말고 동두천의 특수성에 맞는 용어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또 하나는 동두천의 ‘주체’가 정치적으로 단일화되는 것을 다중화 하고, 이 다양한 주체들의 ‘주체되기’ 과정을 도와줘야 한다.(동두천에는 거주민, 토착민의 구분이 모호하다. 토착 내국인은 정작 소수이고 대부분은 외국 주둔군과 시대별로 각지에서 모여든 ‘뜨내기’ 커뮤니티들-클럽 종사자, 기지촌 상인, 마약 딜러나 갱단, 외국인 노동자와 최근의 다문화가족 2세대에 이르기까지-이 모두 동두천의 주체들이다.) 소외와 불통에 가려져온 주체들의 시각은 드러내주고 세워주고 그 표현에 합당한 ‘언어’를 발굴, 표현, 소통, 행동하는데 일조해야 한다. 드러나 있었어도 먹통이 되 있는 주체들의 경우는 나 아닌 ‘타자’에 대한 인식과 소통,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지하도록 해줘야 한다. 일상이 매순간 전투장이면서 조작된 기록 투성이인 동두천에서의 리서치는 비공식 층위에서 지역민과의 직접대면접촉과 현장답사(때로는 불법과 합법의 작위적 경계를 넘어서며)를 통해 동두천의 현실에 입각해 자율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때 목적은 동두천의 기억과 역사가 ‘지역성’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음을 지역이 먼저 느끼게 해주는 자율적인 동기와 가치 인식에 있음도 잊지 말아야한다. 따라서, 동두천에서의 미술(작가)은 환경미화작업은 애초부터 얼토당토 안한 얘기이고, 커뮤니티의 재현, 표현, 행동의 도구이자 위 과정의 조력자, 기술자, 방향타여야 한다. 이러한 소통과 관계 맺기의 긴 과정에서, 작가 개개인이 먼저 자신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남을 인지하는 방식과 시각에 대해 고민하게 됨으로써 미술이 활동가 행동전략에 머물지 않도록 해주었다.
3. 프로젝트 기획, 운영 이 프로젝트는 작가들의 지역 공동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심화되어 감에 따라 프로그램 형태와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며 조율해야 했다. 작가들은 각 작가적 특성에 따라 상이한 지역 공동체에 다가가 그들의 주요 아젠다, 주요 시간대(과거, 현재, 미래), 이에 적절한 표현방식을 전개해 갔다. 이 과정에서 일상적인 대화들, 비공식/공식 인터뷰, 기록/문학 자료 조사, 현장 답사,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교육적 워크숍, 토론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개입의 형태가 모색되었으며, 이것은 최종 작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 형식은 작가 간의 전체적 통합과 뚜렷한 개성이 이상적으로 균형을 유지한 4중주 형식을 띠고 있다. 크게 2007년을 1부, 2008년을 2부로 진행하였는데, 1부는 4명의 작가와 기관, 토론자, 필진, 지역주민, 디자이너까지 모두 참여하는 협업 콜렉티브 방식으로 진행하는 리서치, 제안단계로서 2007년 12월 소개전(뉴욕)으로 정리되었다. 소개전은 전체 허브 프로그램 이니셔티브 맥락 내에서 기관 성격과 프로젝트 개념, 각 작가별 작업진행의 서론(4점)을 프리뷰하는 전시였다. 2부에서는 각 작가별로 개별화된 작업을 작품화하는 생산단계에 초점을 두어 최종 9점의 본격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예컨대 웝 퍼블리싱 작업을 최종 소개한 노재운의 경우는 개막전에서 그것의 트레일러 플레쉬를 제작했고, 고승욱은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제작할 상패동 공동묘지를 맥락화해 놓기 위해 공동묘지 공원화 제안서를 작성했으며, 김상돈은 작업과정에서 경험한 동두천 주민들과의 불통을 해소하는 첫 단계로 퍼포먼스를 동반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최종 비디오 작업을 제작한 정은영은 사진 시리즈를 찍어 텍스트를 동반한 포스터를 제작, 배포하였는데 이는 관객들이 후에 전개될 이슈에 대한 개념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동두천이 지닌 지역적 특수성에 얽힌 번역 과정에서 초래되는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는 작품 전시 외에 각종 학술논문, 문헌, 기사, 문학작품, 기지촌에 대한 국내외 필름작품으로 구성된 아카이브 섹션을 조성하였다. 또한, 2007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한 현장답사, 현장 주민인터뷰, 아카이브 연구, 작가토론회 기록영상을 전시 아카이브 섹션에 상영하였다. 뉴뮤지엄에서도 미국관객에 대한 프로젝트 이해를 도모하고자 인미공이 추천한 한국인 팰로우로 하여금 전시기간 동안 자유토론, 스크리닝 등의 개방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인사미술공간은 지난 2년간 “동두천 프로젝트”에서 진행된 미술작업과 작가 및 국내외 필진이 저술한 원고를 모두 수합하여 저널 볼 9호(인사미술공간 발행, 국/영, 2008년 9월 중 출간 예정) 특별호로 제작한다.
4. 작품 및 작가 이해 1) 고승욱
고승욱은 싱글 채널 비디오 '침을 부르는 노래'에서 무명 상태로 남아있거나 혹은 잘못 명명되어진 주체들을 올바르게 역사 속에 "호명"하는 이슈를 제기한다. 어떤 주체들이 무명, 미명 혹은 오명 되어있다는 것은 오늘날 그들에 대한 토론과 이해를 오도하고, 그들에 대한 일체의 "표현" 자체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리매김을 위한 방법으로서 고승욱은 국가가 개인에 투사하는 집단적 욕망에서 탈주해 ‘양공주’가 아닌 ‘개인’이 되고자 하는 개개인의 저항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을 기억해내고자 하는 노력은, 비록 수많은 복구와 재조합, 모순과 좌절의 난항이 있을지언정, 그들의 정체성을 세워가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비디오 작업은 사진 아카이브와 작가 퍼포먼스 영상 두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 아카이브는 과거 동두천에서 복무했던 미군들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수집했다. 작가는 이미지를 어둠 속에 묻히도록 하고 일정 부분만 밝게 처리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 사이에 암전을 삽입하여 시각적인 잔상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미지 시퀀스는 비디오 후반부터 좌우가 뒤바뀐 체 역순으로 반복된다. 이미지 시퀀스 사이에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머뭇거리며 침을 흘리는 작가의 퍼포먼스가 삽입된다.
2) 김상돈
김상돈의 ‘디스코플랜 : 캠프 님블 반환지 재생 워크숍’은 동두천을 좌지우지한 거대구조에 대한 정보 공유와 토론, 제안을 위한 주민 참여형 미술 워크숍이다. 군부대내 차량정비소로 쓰였던 동두천의 캠프 님블은 2006년 반환 후 심각한 토질 오염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국방부의 주민 통제용 철책이 쳐져있다. 작가는 치유와 재생 효과가 있는 식물 씨앗을 장착한 각종 비행체를 주민들과 함께 제작하여 철책 너머로 날려 넣는 미술 퍼포먼스를 통해, 반환지에 대한 동두천 주민들의 주권을 상기시키고 자연친화적인 토양 재생 방법을 제안한다. 작가는 20 여종의 비행체 포로토타입(새총, 수저 대포, 계란폭탄, 헬리콥터, 물로켓 등)을 제작하고 비행기구에 씨앗주머니를 장착하여 기구들이 담을 넘어 착륙할 때 씨앗주머니가 터지면서 자연히 씨가 뿌려지게 했다. 여기서 작가가 퍼포먼스 자체보다 중시한 것은, 퍼포먼스 성공여부나 직접적인 치유여부가 아니라 반환사실조차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은 동두천에 정보를 확산시키고 향후 반환지 관련 정책 결정과정에 주민들이 자발적,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의식함양에 있다. 전시장에는 실제 사용된 비행체들과 워크숍 기록 영상, 제작 매뉴얼과 행사 소개전단지가 소개된다. ‘4분간 숨을 참아라’는 5,000명 이상의 무연고 망자들이 잠들어있는 동두천 상패동 공동묘지를 소재로 한 싱글채널 비디오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부터 형성된 이 묘지의 “무연고” 망자들은 빈곤층 내국인부터 클럽종사자, 밀수업자, 폭력배, 마약거래상, 그리고 최근의 외국인 노동자, 미군 혼혈사생아에 이르기까지 동두천의 정치사회 변동에 따라 표류하다 사라져간 다양한 소수자들이다. 자연 이미지와 현장에서 자연 채집된 벌레 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로만 구성된 이 비디오 작업은 기호화된 이미지들 간의 조형적, 개념적 유추와 울림으로 섬세하게 편집되어 있다. 이 작업은 동두천에서 누가 살아있고 죽었는지, 누구에 의해 누가 침묵 당하는지에 대해 관람객 스스로가 질문을 던지도록 이끈다. 동두천에서의 서발턴 운동은 어느 주도적인 시민운동 차원에서보다 개개인의 일상 생활차원에서 더욱 강렬하게 증언된다. ‘리틀 시카고’는 동두천 주민들이 붙인 각지의 ‘비공식’ 명칭을 통해 접근해본 동두천 주체들의 사회, 역사적 데모그라피이다. 작가는 동두천 전경사진을 촬영한 후 사진첩으로 제작하여 지역 주민들을 만나며 각 지역의 토착명칭(리클 시카고, 리클 LA, 맨해턴, 백미길, 흑미길, 뺏벌, 깡통교 등)과 그에 얽힌 일화, 연원을 수집했다. 동두천의 정치, 경제, 인종, 문화간 혼성과 긴장관계가 영어, 한국어, 표준어, 은어, 속어 그 모두를 합성한 이 특유의 토착 용어들에서 발견되며 그 미세한 화학작용 속에 공존과 저항을 교차해 온 주둔자와 내국인 간의 일상의 정치가 발견된다. 2 채널 비디오 작업인 ‘외인 아파트’는 동두천의 과거, 현재에 얽힌 ‘진실/허위’과 ‘합법/불법’의 모순상황을 압축적으로 대변하는 70년대 아파트 건물에 대한 작업이다. 한국 아파트 건축사 초기인 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직수입된 자재와 공법을 동원해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이 외인 아파트는 그 정체를 증명하는 어떤 명확한 공식 기록 없이 미군가족을 위한 장교사옥, 미군과 ‘결혼’한 한국여성이 입주할 수 있는 사채, 클럽종사자들을 위한 재활, 직업학교, 심지어 성병관리소 라는 식의 다양한 소문과 픽션, 추측 속에 싸여진채 철책 안에 방치되어 있다. 김상돈은 아파트에 잠입해 촬영한 실내 이미지와 주민들과의 대화녹음 내용을 대비시키며 건물과 옛 주거민의 정체에 얽힌 ‘진실’을 추적한다. 여기서도 그의 관심은 진실이라는 명제가 아니라, 진실이 되어버린 허구적 실재, 합법이 되어버린 불법들의 균열과 층위를 드러내는 것이다. 아파트는 이동과 유입이 한창인 동두천 구시가지 중앙에 소유자 정체가 묘연한채 지금도 굳게 닫혀있다.
3) 정은영
정은영 동남아시아, 남미, 러시아 여성들이 대부분인 요즘 미군상대 클럽 종사자들이 거주하는 건물과 건물 사이 초라한 기형적인 거주지 모습에서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 ‘The Narrow Sorrow’를 착안했다. 여기에 이들이 거리에서 채집한 이들의 말소리와 예배소리 등을 채집하면서 이들의 동선을 비디오 보행으로 짚어갔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다양한 '소리'들을 일상의 표면에 이렇게 드러냄으로써 작가는 그들의 사회적인 '장소'를 표시하고 소외된, 미등록의, 미확인된 존재들과의 슬픔을 나누는 제식을 제안한다.
4) 노재운
노재운의 웹 퍼블리싱은 마치 책처럼 여러 챕터와 하부 항으로 구성된 이미지, 텍스트, 사운드의 몽타주이다. 이 작업에서 노재운은 전쟁영화이미지 중 특히 전쟁을 자기화, 개인화하는 전쟁과 개인간의 다양한 인식과 관계 양상에 초점을 맞춘다. "총알을 물어라!" 는 전시 戰時에 무마취 수술 통증을 견뎌야 하는 군인에게 군의관이 사용했던 표현이다. 노재운이 이 제목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전쟁의 고통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직면, 인식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쟁이나 미래에 대한 영화적 지각들이 대량 보급, 대중화되면서 "미래"의 구체적 모습까지 프로그램 시키며 ‘미래’로 소비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재운은 영화이미지를 지각 단위의 초말단부까지 해체, 변형시킴으로써 지각의 틈과 균열을 유발하고자 한다.
5. 프로그램 일지
6. 뮤지엄 애즈 허브 Museum as Hub
이 4개의 미술기관들은 지역성, 작가 커미션 및 프로그램 개발기획능력, 해외 협업 잠재력을 기준으로 선정되었다. 첫 번째 허브 파트너 기관들은 "이웃"이라는 공동주제를 정하고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개발한다. 이 프로젝트들은 각 기관이 위치한 지역 혹은 도시의 특수성을 연구하는 담론, 참여형 프로젝트여야 하며, 프로젝트 결과물은 2008년 3월부터 각 기관별로 2달씩 뉴뮤지엄 신축건물 5층에 고정적으로 마련된 "Hub 스페이스"에서 소개된다.
문의 : 시각·다원예술팀 김희진 02-760-4728 게시기간 : 08.07.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