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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새 문화부장관에게 바란다

  • 조회수 1,939
  • 작성자 송*건
  • 등록일 2011.03.17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2011 새 문화부장관에게 바란다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2011 새 문화부장관에게 바란다 >

올해(2011년) 초에 있었던 새 문화부 장관 정병국의 국회 청문회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침 크지 않은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수술을 하여 누워 있어야 했던 상황이었으므로, 그리고 무용을 포함한 우리 문화예술 전반에 관해 올바른 글을 쓰서 사회와 국가에 알리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평자와는 적지 않은 관계가 있다고 판단되었으므로, 새 문화부 장관 청문회를 채널을 국회방송으로 까지 돌려가며, 열심히 보았다.

부동산 투기, 농지 불법전용, 세금 부당공제, 논문 표절, 권력 남용 의혹 등등 그동안 고위 공직후보자에게 쏟아졌던 단골 메뉴가 총 망라되고 있었지만, 특별한 대안도 없게 보였다. 단지 청문회 막바지 부분에서 조순형의원 등이 거론한 “장관으로 취임하면 닥쳐 올 선거 등의 일정 때문에 임기가 짧지 않겠는가?”하는 질문은,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리고 문화관광부 장관이 된다면 어느 정도 기간을 잡고 그 일에 몰두를 해야 하는데, ‘단명’으로 끝나면 문화예술인들에게도 좋지 않은데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 이후 장관으로 취임하여 어제와 오늘(2011년 2월 17일)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TV나 신문에서 보인다.

그런데 정병국 ‘장관’이 평자에게 실제 ‘현실의 장관’으로 뚜렷하게 부각되어 처음 나타나고 있었던 것은, 약 일주일 전 젊은 예술가가 병마와 배고픔 속에서 죽어 간 직후였다. 보도에 따르면, 그때 정장관은 정말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애통해했다고 한다. 2011년 2월 11일자 헤럴드경제 기사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생활고 끝에 사망한 시나리오작가 최고은씨에 대해 ‘선진국 대열에 있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탄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올랐는데, 이렇게 죽어가는 예술가가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신임 주무 장관으로서 정말 놀라며 애통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여기서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사실은 우리 순수 예술가들의 거의 대부분의 상황이 이렇게 열악하다는 것을 앞으로 주무 장관으로서 명심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전 전날 중앙일보에 정병국장관이 제일모직 사옥에서 열린 패션산업 정책 간담회에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등과 함께 참석한 내용을 담은 ‘정병국 선택 집중 지원할 것’이라는 굵은 제목의 기사와 사진이 보였다. 그리고 정장관은 “선택과 집중을 해 지원하겠다고 했다.”라는 기사내용이 있었다. 어쨌든 재벌 등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국가 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와 사진을 보자 말자 평자는 또 새로운 정병국 장관도 지금까지 해오던 잘못을 그대로 반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우리 문화예술계의 대부분을 이루는 순수 예술가들의 가슴에 얼마나 못을 박는 말인지, 새 장관도 전혀 모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관계에는 ‘함바집’ 큰손이 휩쓸고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름을 정치인들한테는 ‘유상준’이라고 하고, 경찰들에게는 ‘유상균’이라고 했다는, 이 함바집 큰손은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들을 뇌물로 코를 끼워 놓고, 우리나라 경찰 인사권까지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제법 나간다는 관료 여러 명을 옷을 벗기거나 감옥으로 보내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2011년 2월 17일) 조선일보 1면을 보니, 현 정부의 국방개혁 전도사라는 장수만 방위사업청장까지 이 ‘함바집’ 때문에 물러났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식적으로 살아가려는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계와 관료세계에는 ‘함바’들이 설치고 있다는 것을.

이들은 뇌물로 그리고 더러운 협잡으로 관료 등을 삶아놓고 온갖 이권을 다 챙기고, 심지어는 뇌물로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의 코를 끼워놓은 다음, 관료들의 ‘인사’까지 자기 마음대로 다 했다는 것이다. 경찰들이, 경찰 간부 승진 부탁을 “형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하고 하며 함바집 주인한테 복창하고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무용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에도 ‘함바’들이 적지 않다. 거의 아직은 물밑으로 잠복해 있으나, 언제라도 표면으로 나타나 여러 문제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그중에는 이미 노출되어 세상의 웃음꺼리가 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국새 사기 제작자 민홍규가 될 것이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함바들은 주로 ‘기획’, ‘제작’, ‘홍보’, ‘기자’, ‘평론가’, ‘잡지 발행인’ 등등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이들은 문화 혹은 예술의 타이틀은 사이비로 달았지만 사실은 문화예술계의 온갖 ‘단물’을 다 빨아먹는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문화관광부 등 관료들은 주로 이런 함바들만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예술 작업에 몰두해야 되는 순수 예술인들이 관료들 만나서 로비할 시간이 없다. 자신의 예술세계 추구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들의 현실인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을 미리 꿰뚫어 보고, 정말 올바른 예술가와 전문가를 찾아 만나고, 전체 예술인들을 살찌워나가는 것이 진정 문화부에서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여기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 우리 무용을 포함한 문화예술계 전반의 현실은 대단히 열악하다. 예술 창의력은 올라가지 못하고 있고, 사이비 함바들만 날뛰고 있으며, 순수 예술인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고, 그중 일부는 정말 죽어가기도 한다. 바로 이렇게 단단히 꼬인 매듭을 푸는 것이 신임 문화부장관이 해야 되는 일이다.

그런데 평자가 보기로는 신임 장관이 이렇게 난마처럼 얽혀 있는 문화예술계의 - 특히 무용계의 - 현안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두 개의 결정적인 키가 있다고 본다. 그 두 가지만 정확하게 하면 우리 문화예술계의 조여 있던 숨통이 시원하게 터지고 모든 것이 새롭고 풍요롭게 전개될 것으로 확신한다.

바로 첫째는 국공립무용단체장들의 올바른 교체와 인선이다. 현재 문화관광부가 대부분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국공립무용단체장의 올바른 인사는 우리 무용계의 많은 갈등을 풀고 우리 무용의 올바른 발전에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개혁이다.

국가 예술지원금이 계속 지금처럼 올바르고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하면 문화예술계 내부의 갈등은 극도에 달할 것이며, 순수 예술가들의 정부와 관료들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할 것이며, 더 많은 순수 예술가들이 앞의 최고은 작가처럼 죽어갈 것이다. 현재 불공정과 부조리가 극에 달해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개혁이 없으면, 우리 문화예술계의 갈등은 한없이 증폭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무용을 포함한 문화예술계의 현장을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평자는 확신한다. 바로 앞의 두 현안만 새로 취임한 장관이 정확하게 풀어주면, 현재 우리 문화예술계의 모든 갈등의 90%이상은 눈 녹듯이 풀릴 것이라는 것이다. 그 불가능하게 보이는 갈등이 거의 모두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정말 가장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이 일을 해결해 나갈 때 결코 ‘함바’들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객관적인 현장의 전문가의 말을 경청해야 하고, 정말 순수 예술가들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평자는 신임 정병국장관이 정말 훌륭한 우리나라 문화부장관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