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HESILEA: 팟저-프로젝트의 묘책(卯策)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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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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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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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1.01.04
팟저-프로젝트의 묘책(卯策) No. 1 http://blog.naver.com/lappiyul
2011년은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이기도 하지만, 독일 시인이자 극작가인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서거 200주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해를 맞아, 팟저-프로젝트는 클라이스트의 대표작 <펜테질레아>를 소재로 14일간의 워크샵과 공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차차 알려드리겠습니다.) 최근에는 그에 앞서 <펜테질레아>가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미디어버스'에서 출판. - 2011년을 더 뜻깊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화함과 강한 의지를 동시에 지니고 이상을 쫒아 점프하는 토끼처럼 여러분 모두 2011년을 창의적으로 맞이하시길 기원하며, 이 자리를 빌어 한국어판 <펜테질레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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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스트의 기본 메타퍼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긴장영역에 있으며, 회오리치는 모래기둥이자, 정지된 상태 속에서의 총체적 가속도를 띄는 형상이며, 태풍의 눈이다.“ (하이너 뮐러)
"클라이스트에게는 수많은 동양적 면모가 존재한다. 무한히 계속될 듯 요지부동하다가 갑자기 지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른 동작으로 상대를 헤치우는 스모선수. 그리고 바둑 기사. 현대 예술의 많은 면모는 클라이스트에게서 유래한다. 클라이스트에 비하면 괴테와 헤겔은 진부하다." (들뢰즈/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클라이스트는 서양에서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비서구적인, 아니 탈서구적인 작가다." (역자, 라삐율)
=== HEINRICH VON KLEIST (1777 - 1811) ===
200년 전, 괴테, 쉴러, 칸트의 그늘에 가린 채, 가난과 절망, 생각과 존재 사이의 괴리 속에서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 비운의 독일 작가. 삶을 위기로 보고, 또한 위기로 만든 작가. 동시대 인간과 예술이 도달하지 못한 자유를 누린 극단주의자. 현대를 선취하고 동시에 고대를 후취한 시대착오적 인물. 전쟁의 시대에 실재와 환영 사이에서 거대한 지진을 꿈꾸던 테러리스트. 위장된 세계에 더 큰 위장으로 다가간 위장전술의 대가(大家). 언어의 진정한 연금술사. 자신 영혼의 모든 광채이자 더러움인 «펜테질레아»를 집필하고 3년 후, 스스로 좌초의 길을 택하다.
=== PENTHESILEA ===
"두 가지 중에서 빨리 나는 한 가지를 결정했지요,
당신을 이기거나, 아니면 죽거나 [...]"
트로이 전쟁 중, 그리스인들은 스키타이족의 후예인 전사적(戰士的) 여인부족 아마존이 왜 갑자기 이 싸움에 끼어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오디세우스 말에 의하면, 자연에는 작용과 반작용만이 있을 뿐, 제 3의 것은 없다 한다. 그런데 이 아마존 여인들의 등장이 그리스인들에게는 바로 그 제 3의 힘으로 보인다. 즉 일종의 예외, (T)error인 것이다. 그리하여 형세는 이제 불이 물과 함께 흘러내려야 하는 건지, 물이 불과 함께 훨훨 타올라야 하는 건지 모르는 꼴이 되었다. 이러한 혼란의 원인인 아마존의 여왕 펜테질레아는 - 미친듯이 돌진하며 - 그리스의 위대한 영웅 아킬레스를 추적하는데...
"아닌가? 입맞춤한 게 아닌가? 정말 갈가리 찢었나? 말해봐!"
그녀의 사랑은 모든 전쟁의 법칙과 국가의 법칙을 뒤흔든다. 아마존의 법에 의해 여인들은 자신의 적을 '선택'할 수 없으며, 전투에서 쓰러뜨린 남자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한 국가의 법을 지키면서 아킬레스를 반드시 얻으려는 펜테질레아의 노력은 역으로 그리스뿐 아니라 아마존족마저 혼란에 빠지게 반들고, 더 나아가, 고도로 문명화된 그리스인 아킬레스와 야만적인 전사부족의 여왕 펜테질레아 사이의 궁극적인 차이와 오해로 인해 극은 잔혹하고 비극적인 반전으로 치닫는다. 바로 그녀의 엄청난 사랑이 모든 것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서라, 꿋꿋이 서라, 저 둥근 아치가 서있는 것은,
그것의 돌들이 하나같이 추락하려 하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던 클라이스트. 그는 이 극에서 어떤 총체적 추락, 완전한 괴멸, 완벽한 폭발을 원했다. 마치 전쟁터와 같이, 클라이스트는 언어를 해체함으로써, 그 자체에서 갈등과 위기, 긴장감을 극단적으로 표출시키고 있다. 여기서 언어는 단지 어떤 사건을 전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사건이다. 문장 하나하나는 추락하려 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믿음으로 굳게 뭉쳐 돌진하는 펜테질레아의 마음(감정)과 세계의 비극성을 꿋꿋하게 서있게 보여준다.
=== 이 책의 특징 ===
이 책의 출판은 하나의 긴 시도의 첫발이다. <펜테질레아>는 퍼포밍 네트워크 'fatzer-project’가 클라이스트 서거 200주년 기념에 맞춰 시도하는 한/독 교류 워크샵 "펜테질레아"와 공연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소재이다. 즉, 출판이 독일의 한 희곡을 한국에 알리는 의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쓰임을 제시하고 더 많은 생각과 행동의 연장선들을 자극하기 위한 과정의 재료이자 도구로서 행해진다는 것이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이 책의 오른쪽 페이지에는 본문이, 왼쪽 페이지에는 역주가 그 해당부분과 함께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 독자들이 역주를 보려고 본문에서 빠져나왔다가 다시 본문으로 들어가기가 쉽다. 빈 여백이 많으니, 독자들은 자신만의 주석을 그곳에 적어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번역본 외에도 일러두기, 작가 클라이스트와 작품 <펜테질레아>에 대한 소개글이 들어있다.
=== '역자의 글' 중에서: ===
"어떤 다른 작품들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이 작품은 무수한 해석방법과 컨텍스트를 제공한다. 마치 무수한 뿌리를 이 지상과 우주에 뻗는 듯 말이다. 해석방법 뿐 아니라 상연방식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한 실험을 요구하고 있다. 클라이스트는 작가로서의 자유를 실현함으로써 독자에게도, 연극인에게도 무한한 자유를 선물했다. 그는 새로운 것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사이에 있음을 알려준 작가다. 그리고 삶은 둘 이상의 세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삼라만상이다. 연극은 그것을 전제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과 이상, 본질과 현상, 실재와 환영.
나는 환영도 믿지 않고, 실재도 믿지 않는다. 나는 단지 당신이 펜테질레아를 읽고 뭐라고 말할 지가 궁금할 뿐이다."
=== 역자 소개 ===
라삐율 (본명: 박희은)
스스로를 '나머지'라 부르며, 삶의 빈틈과 결여 속에 패잔한 자들을 역사와 현재 속에서 찾아 다니며, 인간이 취하고 남은 것을 발굴해 탐구하는 데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자. 2005년부터는 유동적으로 결성되어 움직이는 퍼포밍 네트워크 '팟저-프로젝트(fatzer-project)'의 이름 하에, 번역/출판, 세미나, 워크샵, 공연, 자료집 발행이 하나로 연결되는 다원적 탐사과정을 장기적으로 기획해 실행하고 있다. * 대표적 발굴: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팟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와 하이너 뮐러의 ‘주운 아이’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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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의 수익금은 현재 어렵게 추진되고 있는 <펜테질레아> 워크샵과 공연을 위해 사용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추천을 바랍니다.
구입관련 정보
http://blog.naver.com/lappi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