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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들의 명강의

  • 조회수 4,600
  • 작성자 이*섭
  • 등록일 2010.12.17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명사들의 명강의" 행사에 두번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인터넷을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가야금 연주 및 작곡가 황병기,시인 고은,연극배우 김성녀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들었다. 나는 황병기, 고은 두사람을 신청했더니 운좋게도 다 선정되었다는 핸드폰 메일을 받고 1주일 전부터 행복한 마음으로 들떠 있었다.
  드디어 12월 13일 월요일 오후 19:30 뜨거운 환영의 박수소리 속에 황병기 명인님이 나타나셨다. 그리고 조용한 가운데 강의가 시작되었다. 이분은 1936년생이니까 일제시대부터 학교를 다니신 분이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다닐 때 공부는 안 하고 동무들과 어울려 노는 일에 열중했다 한다. 어렸을 때 들과 산을 뛰어다니며 놀기만 한 점은 나와 너무 닮은데 놀랐다.
황명인은 운좋게도 중학교 다닐 때 부모님의 특별 배려로 과외 교사를 집에 입주시켜 과외 교사와의 인간적인 소통으로 공부를 시작 6개월만에 우등생이 되고 고교 때는 1등만 하다가 서울법대에 들아갔는데 법학공부보다는 가야금에 심취하게 되었다. 그 동기는 부산피난시절 가야금 타는 할머니를 알게 되어 배우게 되었기 때문이라 하셨다.고전음악을 듣고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듣고였다고 말씀하셨다.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인 공자님이 음악을 아주 좋아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했다. 공자님은 음악을 들으면 반드시 앵콜을 요청했고, 앵콜을 부를 때는 같이 따라 부르기를 즐겼다니 과연 음악의 천재가 아닐 수 없다. 공자님은 좋은 음악은 즐거워도 질탕하지 않고, 슬퍼도 마음이 상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다. 이런 음악이 좋은 음악이요 이를 正樂이라 했다.
  상대성원리나 원자탄을 만든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거의 푸르급에 속하는 바이올린 연주자였다는 사실도 소개해 주셨다.
  황병기 명인님은 가야금을 배운지 11년만에 가야금 작곡을 시작했다. 첫작품은 서정주의 詩 "국화 옆에서"를 1962년에 작곡하셨다. 앞부분을 들려주었는데 시적 분위기에 우리 민족의 민족 정서가 서정적으로 잘 표현되고 있었다.이어 최초의 현대가야금곡으로는 박두진 시인의 "靑山道"라는 시에 곡을 붙인 작품이라 소개하셨다. 이 곡의 제목은 "숲"으로 첫째 녹음, 둘째 뻐꾸기, 셋째 비, 넷째 달빛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앞부분을 들려주셨는데 특히 뻐꾸기 울음소리를 가야금소리로 들으니 아주 경쾌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말씀으로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유를 갈망하고 좋아하지만 예술가는 속박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셨다. 그렇다 예술가들은 자기 나름대로 자기가 추구하는 예술세계에 뻐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예술가들의 삶을 아주 적절하게 잘 말씀하시는데 감동을 받았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육체보다 정신이 신성하다고 생각하는데 황명인은 육체가 정신보다 신성한 사람이 예술가라고 하셨다.
  1974년 이화여대 교수시절 "칭향무"라는 음반을 내시어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받아왔지만 특히 외국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어 제2집 "비단길" 제3집 "미궁" 제4집 "春雪" 제5집 "달하 노피곰"을 2008녀도에 내시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년퇴임후 우리 국악을 듣기 시작했다. 막연한 호기심으로 듣기 시작했지만 그 오묘한 음향의 아름다움에 취해 국악에 대한 시를 나름대로 창작하고 있다. 황명인은 시를 읽고 작곡하고 있지만 나는 반대로 황명인의 국악을 듣고 시를 쓴 작품이 5편이나 된다. 언제 책으로 나오면 증정하고 싶다.
  두번째 명인은 2010.12.15.19:30 만나게 되었다. 사회자의 말에 의하면 외국에 계시다가 특별히 이 강의를 위해 특별기로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에 오셔서 피곤하실 것이라 했다.
  강의 탁자엔 소주병 한병과 물이 놓였다. 고은 시인은 우리 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몇번 올라가신 분이기게 누구나 잘 알고는 있지만 시인으로서의 고은을 접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분의 시집 한두권 사서 읽은 기억이 있다.
  먼저 그리스의 시인 "사포"이야기로 시작하셨다. 시인을 싫어했던 플라톤도 존경했던 시인 사포 ! 그는 "너는 죽으리라 시인이 아니면" 이런 유명함 말을 남겼다고 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응애앵, 응애앵' 울음을 터트리는데 그 울음소리가 가장 훌륭한 시라고 하셨다. 또한 죽을 때 내는 신음소리도 가장 훌륭한 시라고 했다. 특히 일본 사람들은 죽을 때 종이와 펜을 가져오리 해서 유서 한 마디를 써놓고 죽는데 그것 또한 훌륭한 시라고 했다. 일본 사람들 다 못되고 미운놈들이지만 죽을 때 시를 써놓고 죽은 전통 하나는 우리들도 배울점이라 해서 한바탕 웃었다.
  최근에 발견된 6만년전 소년의 미이라에 놓여진 히아신스꽃은 모은 생명체를 감동시킨 시작품이라 하셨고, 2만년전 미이라 이마 위에 놓인 국화꽃도 훌륭한 시라고 했다.시는 우주이고 우리의 마음이다.시는 심장의 뉴스이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강의를 마무리하고 질문시간을 가졌다. 주로 젊은이들의 질문이 계속이어져 한 시간이 더 걸리게 되자 사회자가 중단시켜 50여분 계속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시인임을 실감했다.
  고은시인의 불후 명작이라 할 수 있는 연작시집 "만인보"는 1980년 감옥 속에서 구상했음을 밝혔다. 현대시 100년이 지나서야 우리 민족은 육지에 대한 시에서 본격적인 바다의 시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하셨다. 끝으로 내 위대한 스승은 조국이고 휴전선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강의를 마치셨는데 가끔 마시는 소주를 보면서 시인의 향기를 물씬 맡을 수 있었다.
두 명인의 명강의를 듣고 오면서 명강의란  어떤 강의일까를 새삼 생각해 보았다. 나도 교단에서 4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쳐왔지만 과연 얼마나 열정적으로 잘 가르쳐왔을까? 명강의란 강의 하는 사람의 전문분야 대한 채취가 물씬 풍기는 강의가 아닐까? 전문분야에 대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생각과 명작을 생산하려는 꿈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 그 꿈을 안고 정열적으로 꾸준히 노력해온 남다른 실천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유모러스하게 들려주는 강의야말로 명강의가 아겠는가 !
  명인들의 명강의 시간을 마련해주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감사드린다. 전문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획득 및 비전문가들에겐 교양인의 인격함양에도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이런 좋은 강좌는 앞으로도 계속된다니 행복한 기다림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