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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7일 "짧은 인생(Alla Breve)" - 개막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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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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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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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0.05.11
2010 SSF 데일리 리포트
2010년 5월 7일 "짧은 인생(Alla Breve)" - 개막공연
2010 SSF의 데일리 리포트에서 여러분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2010 SSF 데일리 리포트는 공연장을 찾아주신 여러분의 감상문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감상문은 공연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저희가 무작위로 부탁을 드리고 있으며, 데일리 리포트에 참여를 희망하시는 여러분들께서는 younicomm@naver.com 으로 감상문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부제 “Alla Breve”는 빠른 2/2박자를 뜻하는 음악용어로서 짧게 일생을 마친 작곡가들의 곡으로 구성되었고, 슈베르트, 모차르트, 쇼팽, 슈만과 24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친 벨기에의 작곡가 르쾨의 작품이 연주되었습니다.
유정아 아나운서의 사회와 강동석 예술감독의 해설로 “짧은 인생”을 구성한 의미를 들을 수 있었으며, 천안함 희생 장병들에 대한 추모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연주가 짧은 삶 속에서도 세상을 위해 헌신한 모든 영혼들을 위한 추모의 음악회가 되리라는 큰 의미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개막 연주의 데일리 리포트에는 송은희님께서 감상문을 보내주셨습니다.
2010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못다한 여정(Unfinished Journey)’이란 주제 아래, 슈베르트의 짧았던 인생 여정, 천재적인 음악 여정을 세계적인 클래식 거장들과 함께 탐험하는 특별한 클래식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5월 7일에 있었던 개막공연은 ‘짧은 인생’이란 소주제가 잘 보여주듯이 31세로 생을 마감했던 슈베르트를 비롯해, 24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벨기에의 작곡가 기욤 르쾨, 역시 30~40대에 짧은 생을 마감했던 모차르트와 쇼팽, 그리고 슈만의 작품들로 우리의 첫 여정의 문을 열어주었다.
인생 여정을 미처 못 다했다 해서, 위대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또한 위대한 예술가는 그 인생 여정이 짧아도 결단코 짧은 것이 아니라는 역설적인 사실을, 이들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와 모차르트, 르쾨와 쇼팽 그리고 슈만의 음악여정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선생님의 짙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처럼, “좀 더 오래 사셨다면” 또 얼마나 놀라운 작품들로 우리의 인생 여정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해주셨을 런지......~!
개막공연의 첫 곡은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 제3번 바단조, D. 780’ 중 3번째에 해당하는 F단조의 알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 F minor)였다. 피아니스트 장 클라우드 반덴 아인덴(Jean-Claude Vanden Eynden)님의 연주를 통해서 표현된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경쾌하던지, 마치 작은 굴뚝새가 경쾌한 리듬을 타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새하얀 눈밭 위에 발자국을 찍으면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두 번째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삼중주 마장조, K. 542’ 였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788년에 작곡된 곡이다. 어린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궁핍한 생활 가운데 처해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함 보다는 담담한 내면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랄까? 1악장의 차분한 피아노 선율이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인생 여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듯하다면, 다소 거칠게 표현되는 바이올린 선율은 모차르트의 내적 고통을 표현하는 듯 했다.
세 번째 곡은 기욤 르쾨(LEKEU)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장조’ 였다. 참으로 낯선 이름, 기욤 르쾨는 벨기에 출신의 작곡가로 프랑크의 제자였다고 한다. 24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 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작품을 단 한 번 감상했을 뿐인데도 이미 나는 그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물론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선생님의 연주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었겠지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장조’는 그 만큼 르쾨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도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1악장에서 표현되는 22살의 천재 작곡가 르쾨의 예술을 향한 격정과 고뇌를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내게 있어 마치 태양을 천년동안 삼켰다가 토해내는 화산 같은 격정이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고뇌하게 하는 것일까? 혹여 자신의 짧은 인생 여정을 미리 예감한 것은 아니었을까? 나와 같은 범인은 그 고뇌의 넓이도 그 깊이도 헤아리지 못할진대, 르쾨와 깊은 영혼의 대화를 하시면서 연주하시는 강동석 선생님을 뵈면서 역시 천재적인 예술가들에겐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악장은 모든 격정을 쏟아낸 뒤 찾아오는 고요하고 서정적인 평화와 카타르시스 같은 감정이었다. 2악장에서 르쾨는 강동석 선생님의 연주를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듯 했다.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선생님은 르쾨와의 대화를 넘어 르쾨의 혼을 불러 온 몸으로 체현하고 계신 듯 했다. 갑자기 나의 두 볼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름다운 선율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대가로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당해야 했던 프로메테우스처럼, 그렇게 르쾨도, 강동석 선생님도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과 같이 거룩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거룩함이 또한 너무나 아름답고 숭고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소리 없이 흐느끼게 된 것은 아닐까?
마지막 3악장을 감상하고 나는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다. 모든 격정과 고뇌를 뒤로 하고 다시 새롭게 길을 떠나는 구도자의 모습을 느꼈기 때문이다.
르쾨 작품의 연주는 내게 있어 양날의 칼이었다. 22살의 천재 작곡가의 격정과 고뇌를 깊이 공감하는 놀라운 체험을 했지만, 연주가 모두 끝났을 땐 나 역시 강동석 선생님처럼 모든 기력이 소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불행히도 쇼팽과 슈만의 연주곡을 흠뻑 즐길 수가 없었다.
네 번째로 연주된 곡은 쇼팽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다장조, 작품번호 3’ 이었고, 마지막 곡은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44’ 였다. 쇼팽의 곡은 쇼팽이 19세의 나이에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경쾌한 피아노 선율위에 다소 독특한 첼로 연주가 이어지는데, 마치 쇼팽이 “나는 세상이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요~! 어려움이 있어도 괜찮아요~!” 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슈만의 곡은 실내악이지만 오케스트라에 비견될 만큼 웅장하고 무게가 있는 곡이었다. 5명의 연주자들의 기량은 어느 오케스트라 못지 않게 훌륭했다. 사실 연주회가 끝난 뒤,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곡 연주자들에 대한 관객들의 칭찬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슈베르트의 ‘못다한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지만 세계적인 클래식 거장들과 함께 떠난 14일간의 소중한 음악 여정을 마쳤을 땐 오히려 슈베르트의 음악세계야말로 가도 가도 새로운 감동을 주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음악 여정이라고 고백하게 될 것 같다.
송은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과정 수료,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비상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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