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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외국인 예술감독 관련 인터뷰(평화방송)

  • 조회수 2,946
  • 작성자 오*곤
  • 등록일 2010.04.16
안녕하세요?
국립극단에 외국인 예술감독을 내정했다는 소식과 관련하여 평화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파일을 보내왔네요. 예술인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램에 올립니다. 참고 바랍니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에 히딩크론?...넌센스"
 
-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장 이자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 오세곤 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 교수,
창립 60주년 국립극단의 외국인 예술감독론 및 법인화추진 관련 인터뷰, 주요발언과 전문.
-2010년 4월 13일(화)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주요 발언]
 
"국립극단 예술감독에 히딩크론? 우리 말과 몸짓으로 하는 연극에는 넌센스"
"스포츠는 세계공통어, 문화예술 중에서도 피아노나 발레 등은 가능. 그러나 연극은 너무 위험한 발상"
"국회의원 싸운다고 외국인으로 바꾸겠다...가능하겠는가?"
"객원 연출이나 일부 기술에 대한 도움을 주는 트레이너로는 가능"
"예술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지차트콥스키가 난해하다는 '체홉'을 쉽고 재미있게 연출?
일부 도움은 줬지만 이미 '체홉'은 한국에서도 쉽고 재미있게 번역돼 있다"
"유인촌 문화부장관, 너무 쉽게 경제 논리를 여론조사 하듯이 들이대고 있어"
"역설적으로 예술은 비효율이 중요. 도자기를 천 개를 깨고 하나를 남기는게 예술"
"유인촌 장관의 문화예술 경쟁력 강화론? 내년도 국립극장 작품 예산이 불과 20억원 정도. 이것으로 경쟁력있는 작품 만든다?"
"국립극단 법인화 추진은 너무 빨리 하려는 마음만 앞선것. 공론화와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없다"
"아무리 문제 있어도 단 1명만 저항해도 좌초할 수 있다. 한 스님의 단식으로 국책사업이 몇 년이 미뤄진 적 있지 않나"
"살면서 집을 고쳐야지 다 부수고 새로 짓겠다는 발상이 문화에술에 나타나는 게 참 걱정"
 
=== [발언 전문] ===
 
(앵커)오는 4월 28일은 국립극장 창립 60주년 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60주년 되는 해에 국립극장의 모태로 국립극장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국립극단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미 국립극단 단원 전원에 대해서는 해고통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국립극장은 이렇게 사실상 국립극단을 해체한 상태에서 오는 16일 국립극장 6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넌센스 아니냐 하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우리 연극계에도 축구계와 같은 히딩크 감독이 필요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장에 따라 예술감독에 외국인이 내정됐다는 점입니다.
연극계에서는 강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립극단은 국가의 정신을 대표하는 곳이어서 히딩크론이 적용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회장이자 한국연극협회 이사 등을 역임한
오세곤 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 교수를 연결해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국립극단 6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예술감독이 내정됐다고 들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정한 배우 선발(오디션)을 위해 편견이 없는 외국인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히딩크론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너무 기가 막혀서 참 말하기 어려울 정돈데요. 그 단순한 논리로 문화예술하고 스포츠는 다르죠. 스포츠는 일종의 세계 공통어라고 할 수 있지만 문화는 그렇지 않고.. 특히 문화예술 중에도 물론 피아노라든가 발레같은 것들의 경우는 세계 공통 언어기 때문에 일부 외국인 예술 감독도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우리 말과 몸짓을 가장 중요한 매체로 하는 연극을 외국인 예술 감독이 와서 어떤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습니다. 그것이 술 좌석에서 농담으로는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실에서 실현된다니까 너무 위험천만한 발상이고.. 예를 들어서 국회의원이 매일 싸움만 한다고 욕하면서 국회의원을 외국인으로 바꾸겠다한다면 가능하겠습니까? 유럽같은 경우는 언어나 이런 것이 굉장히 역사적으로 서로 통하기 때문에 일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전통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서 그런 발상이 있다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 2001년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마스크상을 차지한 지차트콥스키가 한국 국립극단의 예술감독 후보로 꼽히던데요, 지차트콥스키는 한국 대중에게 난해하다, 지루하다는 평을 받는 체호프의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이렇게 평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체홉의 '갈매기'가 바로 그 연극으로 이 연극이 서울 예술의 전당 20년 역사상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하던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물론 훌륭한 분이세요. 저도 그 작품 봤고.. 그런데 거기에 오해가 있는 것이 체호프에 대한 해석이 쉽고 재밌다 것은 이미 통설입니다. 그리고 과거 우리나라에서 번역이 구식으로 되어있어서 너무 어렵게 되어 있었던 것을 최근에 와서는 다 쉽게들 번역해서 쉽고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이 와서 일부의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객원 연출이나 일부 기술에 대한 도움을 주는 트레이너로는 가능하죠. 우리나라의 국립극단이 5~6개 된다면.. 그런 나라들도 있거든요. 다양한 성격의 국립극단이 있을 때 그 중 하나를 맡아서 한다든가.. 이런 거는 가능하겠지만 유일한 국립극단에서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예술감독을 외국인이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입니다.
 
- 연극계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던데요,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의 정신이요, 언어요, 상징이다. 그는 극단의 활동 방향을 설정하고, 내용을 창조하고, 내일의 길을 연다. 이런 막중한 책임을 외국인에게 맡겨서 6개월간 연기훈련을 하고 배우를 선발하게 한다니? 우리 말과 정신을 모르는 외국인은 국립극장 예술감독으로서는 실격이다" 이런 지적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예. 제일 위험한 것이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한 건데.. 그렇게 될 경우 자기 기준으로 편견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연기라는 것은 종합적이고 아주 미세예술입니다. 현장 예술이고 미세 예술에서는 한 부분이라도 누락되어 있으면 종합적인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렇게 예민한 연극 연기를 외국인이 판단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마지막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습니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문화예술의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국립극단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쟁구도를 통해 능력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 브랜드가 돼야만 한다” 이런 취지에서 인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내년도 법인화를 한다면서 예산을 46억원을 잡아놨더라고요. 돈만 갖고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46억이면 단원들 40명을 정단원으로 생각하는데 아마 인건비나 그런 것만 기본 경비만.. 예술감독 거기에 들어가는 아파트 이것이 절반을 차지할 거에요. 남는 돈이 20억 남짓 되는데 그거 갖고 1년 동안 작품을 몇 작품 만들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지금 뮤지컬 한 편 만드는데 100억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그러면서 국가브랜드 운운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고 적어도 국립극단이라면 5~6팀이 200명의 단원이 상설 공연이 있고 지방 순회 공연 있고 해외 순회 공연있고 해야 국립극단인데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거든요. 예술 이라는 것은 원래 효율을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야 합니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예술은 비효율이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도자기를 천 개를 깨고 하나를 남기는 예술가하고 백개를 깨고 하나를 남기는 예술가가 하고 어떤 예술가가 훌륭한 작품을 내놓겠습니까? 당연히 천 개 중에 하나를 남기는 그런 예술가거든요. 그거는 생각 자체가 달라야 하는데 일반의 경제적인 원칙을 가지고 예술을 판단하는.. 이런 위험한 시각이 깔려있지 않나.. 그리고 예술은 공공재입니다. 공기와 물 같은 거거든요. 그것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들이 낭비라고 하는 것 까지 국가가 소신을 가지고 보호를 해야하는데 여기에다가 너무 쉽게 경제 논리를 여론조사 하듯이 들이대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박물관이나 이런데서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고 하는데 많은 돈 들이는 것이 일반 경제 원칙하고 맞아 떨어지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너무너무 많은 생각들이 들어가있어야 하는데 다 간과되고 있습니다.
 
- 국민 모두가 국립극장이다. 국립극장은 문화부 전유물이 아니다. 왜 국립극단 존폐 여부와 시스템 개혁을 결정짓는 중대 사안에 대해서 연극계, 예술계, 문화계, 학계 등 인사들의 조언과 현장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공론화 참 좋은 말씀이신데.. 어떤 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늬만 성공하는 것 말고.. 정말 성공하려면 아무리 시행에 불리한 정보까지도 알리고 아주 시끄럽고 복잡한 논란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국립극단을 개혁하겠다면서 너무 빨리 하려는 마음만 앞섰지 실제로 필요한 것을 안하고 있죠. 저도 사실은 국립극단 법인화에 대해서 제작년부터 자문을 했었습니다. 자문 할 때부터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이 있거든요. 바로 공론화를 얘기를 했고 다음에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이 현재 구성원이나 현재 전통을 어떻게 승계할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리 그 중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세밀한 계획을 가지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단 1명만 저항하더라도 좌초할 수 있는 거거든요. 예전에 한 스님이 단식해서 몇 년간 국책사업을 미룬 적이 있거든요. 그런 것이 세상 일인데 어떻게 빨리 하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마치 집을 새로 짓는데 사람이 살면서 집을 고쳐야 하는데 그것을 다 부수고 새로 짓겠다는 발상이 문화예술에 나타날 수 있는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네, 오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