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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문화예술계 탄압에 대한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의 입장

  • 조회수 2,359
  • 작성자 황*주
  • 등록일 2010.02.12
정부의 문화예술계 탄압에 대한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의 입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 몸담은 우리들은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함과 동시에 입장을 밝힙니다.

먼저 우리는 감사원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 대한 2009년도 감사 조치에 의거 검찰이 벌인 수사 결과 최근 민예총 임직원 두 명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일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이에 법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현시점에서 언제나 책임이 막중한 사회단체로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우선 국민과 문화예술인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검찰 기소가 확인된 만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조만간 적절한 시기에 공식 입장을 밝혀드리겠습니다.

이번의 검찰 기소가 있기 전부터 우리는 중지를 모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의 혁신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이런 터에 검찰 기소를 겪으며 우리는 더욱 심기일전의 결의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의 혁신을 재촉하면서, 조만간 일신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최근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이 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두 명인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 집권 이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임기 중인 문화예술 기관장들에 대한 퇴임 압박과 표적 감사, 해임 등 마치 점령군 같은 조치로 문화예술계를 수시로 경악케 했습니다. 문화예술계는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정헌 위원장 해임 등을 위법적인 반민주적 탄압으로 인식해왔으며, 이는 이번의 법원 판결로 입증되었습니다.

우리는 법원의 이번 해임 처분 취소 판결을 환영하면서, 김정헌 위원장이 정당한 업무 기간을 남김없이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인촌 장관이 지키며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현 문화예술위원회의 비상한 사태에 대해 유인촌 장관은, 언론에 보도된 ‘재미있다’는 발언 및 두 위원장 동반 사퇴 제안에서 확인되듯이, 아무 반성도 없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여 문화예술인들을 지극히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더욱이 보도된 대로 여당의 당정회의에서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의 재해임을 논의한 일은 사법부의 판결과 상식을 입법부 ․ 행정부가 다시 뒤엎겠다는 발상이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작태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현 사태의 주무부서 책임자인 유인촌 장관은 위법적 ‧ 반인권적 해임으로 문화예술계를 정권 시녀로 길들이려 한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히 사퇴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역사의 시계를 군부독재 시대로 되돌려 놓으려는 시도가 지금 문화예술계에서 마녀사냥처럼 자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 정부 보조금 집행 지침에 따라 문예진흥기금 사업에 선정된 단체에 대해 ‘확인서’란 이름의 각서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확인서는 ‘본 단체는 2008년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되었으나 실제 불법 시위에는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며 향후 불법폭력시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조금 반환은 물론 관련된 일체의 책임을 지겠습니다.’는 협박성 내용으로 해당 단체의 서명을 요구하여 또 다시 문화예술계를 경악케 하는 발상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문예진흥기금 사업으로 선정된 한국 작가회의 ․ 대구민예총 ․ 전북민예총(예술위 지역협력형 사업)을 비롯하여 전국 대다수 광역 지자체 문화예술 지원 부서에서도 이 협박성 확인서가 강요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민예총과 장르 조직은 불법 폭력시위에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문화예술인의 양심으로 동참하여 문화예술의 책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불법 폭력집단이란 합당한 근거도 없이 정부의 일방적 ․ 자의적 판단으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21세기 문화다양성 시대에 역행하고 문화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심각한 인권유린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작태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꾸준히 쌓아올린 국가 품격과 이미지를 심히 훼손하여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입니다.

최근 들어 소위 촛불 집회 재판들이 속속 무죄판결을 받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은 촛불 집회의 정당성 ․ 민주성에서 다시 긍지를 다지며, 아울러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을 비롯하여 예술인들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문화예술로써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색깔론 ․ 덮어씌우기 ․ 구시대적 사전검열 ․ 협박성 확인서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도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술의 원천은 다양성 ․ 상상력 ․ 창의력입니다. 예술을 억압하고 권력유지 수단으로 악용하며, 지원금 규제 등 치졸한 방법으로 예술을 꼭두각시처럼 줄 세우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시대착오적이자 유치한 발상을 버젓이 강요하는 문화체육관광부 ․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행정과 시책으로는 이 나라 문화예술을 발전시킬 수도 없고, 문화예술 향수를 갈망하는 국민의 실망만 더할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 의제와 창작 ․ 표현의 자유가 예술의 생명이자 우리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하는 원천임을 재차 인식하면서, 우리는 유인촌 장관의 조속한 자진 사퇴와 문화행정의 쇄신을 촉구합니다.



2010년 2월11일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