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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국 사무처장님의 고견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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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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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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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0.02.04
윤정국 사무처장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대 사무처장을 지낸 박명학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와 윤처장님은 전후임 사무처장으로써 뿐만아니라 문화예술계의 동료로써 서로가 벌써 통성명도하고 인사를 나누었어야 됨에도, 시절이 하수상하다보니, 이런식으로 인사를 나눌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2008년 연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학로의 예술위원회 본관에서 대통령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준비하던중, 어느 분인가가 갑자기 나타나 부득 부득 업무보고 참관을 하시겠다고 한다며, 직원들이 난감해 하길래, 어느 분인지 알아보라 했더니, 윤정국이라는 분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유인촌 장관님께서도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여하신 것으로 기억되는데, 장관님과 저, 윤처장님의 첫 조우였던 것 같습니다. 인연이지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우리 나라 공공기관 초유의 ‘한 지붕 두 위원장’ 체제를 맞게되어 사무처의 실무를 총괄하는 윤처장님의 고충이 크시겠군요.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 하더라도 저 역시 황망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공공기관으로써 사법부의 법적 판결에 따른 사무처장의 또 다른 임무가 부여된 것이라 생각하시고, 담담하게 직무를 수행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자에 김정헌 위원장에 대한 예우와 위원장으로써 사무처의 업무를 지휘함에 있어, 흉흉한 소리가 들려오다보니, 제 마음이 편치가 않군요. 윤처장님의 본의는 아닐 것이라 굳게 믿으면서도, 전임 처장으로써, 작금의 사태에 대해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심정에 윤처장님께 몇가지 조언도 드리고 고견도 청할까 합니다.
먼저, 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의 직위는 관련 법령과 규정에 ‘위원장을 보조’하는 직무로 명문화되어 있음은 아실 것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위원장이 한명이든 두명이든지 간에 사무처장은 ‘위원장을 보조하여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물론 조금 혼란스러우시겠지만, 그 정도는 사무처장의 업보로 여길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윤처장님의 경륜이라면 충분히 헤쳐나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무처장이 ‘위원장을 보조한다’는 것과 두 위원장 체제에서 내부적인 업무처리 라인을 어떻게 자리잡아 갈 것이냐 하는 것과는 별개의 사안일 것입니다. 더욱이 김정헌 위원장은 기관의 장으로써 만이 아니라, 예술계의 대선배이기도 하십니다. 부디 분별력을 가지시고, 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의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시길 권고드리며, 이에 대한 윤처장님의 고견을 청합니다.
다음으로, 저는 지난 1년여간 ‘끈떨어진 연’이된 신세임에도, 예술위원회의 이런 저런 근황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여년의 청춘을 보낸 저의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인데, 어쩌겠습니까. 그 곳에는 지금도 저와 20여년을 웃고 떠들며, 뒹굴고, 부딪히며, 때로는 갑론을박하며 지낸 동료와 선후배 직원들이 있습니다.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여간 예술위원회가 겪어 온 내우외환의 혼돈을 밖에서 지켜보면서, 민망함과 참담함, 자괴감 등등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조직이 커지느냐, 작아지느냐 따위의 얘기를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윤처장님도 아시다시피 문화예술이란 ‘상상력’과 ‘자유’를 먹고사는 꽃과 나무와 같습니다. 상상력과 자유가 고갈되고, 피폐해진 토양에서 문화예술이 자라날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문화예술의 토양을 가꾸고 튼튼하게 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예술위원회는 어떠해야 할까요? 마찬가지입니다. 공공기관으로써 예술위원회의 상상력과 자유란 ‘자율성’에 다름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지난 1년여의 예술위원회의 모습에서 ‘자율성’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인지요? 제가 과문한 탓이라면, 전임 처장으로써 후임 처장에게 자문의 변을 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한창 연초 사업계획 수립과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의 막바지 준비로 경황없이 지내실 것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윤처장님도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염려하셨더군요. 그런데 그 부분은 제가 윤처장님께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1년여 떠나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그 곳에서 한솥밥 먹은 시간이 윤처장님 보다 한참인지라, 제가 아직은 예술위원회의 업무 시스템과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을 잘 알고 있습니다. 1년여 사이 뭐 그리 크게 변했겠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크게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예술위원회라는 조직이 어제 오늘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명색이 ‘준정부기관’인데 그 정도에 내부 시스템이 흔들릴 정도로 취약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그 곳 조직구성원들의 내공과 역량 역시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비록 그간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 심신이 조금은 피곤하겠지만 이겨들 낼 것입니다. 물론 처장으로써 이것 저것 살펴보셔야 되겠지만, 저의 옛 동료와 선후배 직원들을 믿으셔도 됩니다.
전임 사무처장으로써 최근의 예술위원회 상황에 대한 이런 저런 상념과 걱정이 많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됐습니다. 시절이 좋다면, 윤처장님과 저는 직접 만나서 차 한잔하면서 서로의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인데, 그리 못하고 이렇게 글월로 의견을 나누고자 함을 양해하여 주십시오. 주제넘다 여기지 마시고, 다시 한번 윤처장님의 고견을 청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