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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학 언제까지 <우끼고 자빠질> 것인가

  • 조회수 2,444
  • 작성자 김*식
  • 등록일 2009.10.05
대한민국 문학 언제까지 <우끼고 자빠질> 것인가

이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행태를 보자니 참으로 언짢고 <거시기>하다.
정기공모 사업 공고를 보자니(나는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다, 다만 문학 분야에서 보는 시각으로) 언짢기만 하다. 그 자격 요건을 보았다.

-등단 10년 이상(1999년까지 등단)의 작가들 중 최근 5년간(2005.1.1. 이후) 개인 작품집 발간 실적이 있고, 향후 2년 이내(2011년까지)개인 작품집을 발간할 계획이 있는 작가

이렇게 돼 있는데, 도무지 이해를 하기가 어렵다. 이런 류의 작가라면 적어도 돈이 무지무지하게 많은 작가가 아니라면 성취할 수 없는 자격이다.
요즘 시집이나 소설집이나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일 텐데, 이런 자격을 가지려면 돈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혹시 이명박 정부의 <부익부 빈익빈> 정책과 같은 것인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의도한 것은 무엇인가? 지난 IMF 때에는 어려운 작가를 돕는다 하고는 돈벌이에 차질 없는 교수나 유명 작가에 집중하고, 그 후로는 권력의 주변에서 멀리 있는 작가들에게는 너무나 아쉽게 하더니 이젠 문학 쪽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일을 저지르고 마는가?

솔직히 거기에 뽑히든 말든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응모했던 한 사람으로서 실망도 클 뿐만 아니라, 이젠 하등의 희망도 걸고 싶지 않다. 정부에서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 <콘텐츠>니 뭐니 하면서 <성과>에 집중하고, 그것이 태어날 <밭>에는 거름 한번 제대로 주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아는가.

우리의 문학, 혹은 문화는 <비료>로는 크지 않는다. 비료로 크는 그것은 한때는 화려하지만 오래 남을 수 없는 것들이다. 농사를 지어본 내가 보기에 그것은 병약하며 <통일벼>처럼 역사의 한귀퉁이에나 처박히게 될 그런 것이다.
우리의 문화나 문학은 웅숭깊은 <거름>이 필요하다. 잠깐 화려하고 큰 꽃만 피우는 그런 것이 아니라 잔잔하고, 우리의 터전이나 정서에 딱 맞는 그런 꽃이 더 필요하다. 그것이 <콘텐츠>일 것이다. 그것이 <경쟁력>일 것이다. 그것이 <글로벌> 어쩌고저쩌고의 처음일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안쓰럽다. 나도 안쓰럽고, 돈 없이 사는 작가들이 안쓰럽다. 그럼 우린 언제 시집이나 작품집 하나 갖게 될지……. 돈 있는 자들만 시집이나 작품집을 쌓아놓고 와인 파티를 즐길 것인가.

정책의 방향이 무엇인가. 있는 자들에게 더 얹어주는 이런 것, 이것이 참으로 <헌법>적인가 묻고 싶다. 돈 없는 우리도 시집을 내고 싶고, 작품집을 내고 싶다. 다만 그 기쁨은 막걸리 한잔으로 족할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