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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정책 유감

  • 조회수 1,415
  • 작성자 채*묵
  • 등록일 2009.06.21
지원정책 유감

며칠 전에 문화관광부와 문화예술위원회 공동으로 새로운 지원정책을 발표하였다.
한두 가지 부분에서 유감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창작자 지원의 직접지원에서 극장 지원 등의 간접지원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극장지원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직접지원으로 사용된 기금을 극장지원으로 전액 전환시킨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창작자 직접지원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그들이 하고 싶은 창작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즉, 창작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접지원이라는 것은 창작자들에게서 그러한 독립성을 빼앗아 갈 위험성이 다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 사후지원방식 심사지표로서 관객의 객석점유율을 비중 있게 본다는 발표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극장들은 당연히 관객이 많이 드는 작품을 원할 것이고 창작자들은 그러한 극장의 요구를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작품이 급속도로 상업화, 획일화 될 위험이 있다.
극장지원 등의 간접지원과 다양한 창작자 직접지원이 병행 공존할 때 선순환구조를 갖게 되어 공연계가 알차고 풍요로워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직접지원방식이 창작자의 (지원금에 기대는) 타성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장관은 말하였다. 그러나 작년 서울에서 공연된 (뮤지컬을 제외한) 연극 공연물이 530 여 편이다. 그중에서 직접 지원을 받은 작품은 아마도 100편도 안될 것이다. 대다수의 연극작품들이 창작자 자신들의 힘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지원금을 받는 단체도 대체로 2, 3년에 한번 받는 것일 뿐이다. 열심히 하는 단체는 지원금을 받지 못한 년도라고 해서 작품을 포기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창작자 직접지원금을 없앨 것이 아니라 다른 기금을 확보해서 간접지원방식을 병행 시행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둘째로 전문심의관제도이다.
현재의 심의제도가 객관성이 없다고 공연전문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심사를 맡긴다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 즉, 객석점유율, 언론보도 등을 중요한 심사지표로 사용한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위와 같은 지표를 사용한다면 결국 관객이 많이 든 공연, 외형적으로 화제가 많이 된 공연 들이 높은 점수를 받아 사후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한 지표는 창작자들을 대중지향적인 공연으로만 몰아갈 위험이 있다.
난해하지만 실험적, 예술적인 공연, 진지한 공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젊은 창작자들의 공연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향수자의 보는 권리를 위해 고안된) ‘관객들의 객석 점유율’ 지표는 극장이나 창작자들로 하여금 잘 알려진 배우, 탤런트 등의 출연과 고액개런티 등을 부추길 것이고 그것이 가속화되면 연극계의 생태계는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의 (연극인 등의 소수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심사제도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에 있어서의 모든 심사가 완벽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전문심의관제는 객관성을 얻어내려다 전문성 결여 등의 오류로 인해 심각한 공연계의 편식현상을 가져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그리고 목표로 한 객관성이 실제로 담보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전문심의관이 필요하다면 일 년 결산을 할 때 그동안의 지원정책, 심사가 잘되었는지를 판단하는 2차적 종합단계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셋째로 아르코예술극장의 재단화에 대한 것이다.
아르코예술극장 대, 소극장을 대학로 예술극장(아르코시티)과 함께 묶어 재단화한다는 방침에 대한 우려이다. 물론 구체적인 운영 비전이라든가 청사진을 알지 못해서 한정적인 생각일수는 있겠다. 하지만 재단이라는 속성은 어찌되었든 간에 ‘채산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극장 측은 레퍼토리 선정에 관극성, 대중성을 중요시하게 될 것이고 임명권자도 그러한 경제적 지표를 우선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따라서 책임경영자도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예술적 공공성을 우선으로 하는 공공극장으로서의 기능이 많이 상실되게 될 것이다. 아르코극장에서 한때 상업적 공연을 제휴해서 하기도 했는데 앞으로 그런 일들이 없으리라 장담 못하리라.
연극인들이 아르코극장에서 공연하게 될 때 관객이 없으면 스스로 무척 미안해한다. 이 좋은 극장에 관객이 없으니 그게 다 우리 탓이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르코극장에 얽혀진 연극적 역사나 자부심과 맞바꿀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 빛, 마음의 빚은 많이 졌어도 항상 우리 집이거니 생각해 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멀어질까 마음이 무척 아프다.

전반적으로 이번에 발표된 지원정책안을 보면서 이러한 안들이 연극계, 공연계의 예술성을 잠식하고 도리어 상업화, 대중화를 가속시킬 것 같다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나 개인의 기우이길 바란다. 향수자 중심도 중요하고 대중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예술의 고유한 가치 즉, 창작자들의 창조의욕, 독립성, 예술성들이 전제가 되어 있지 않으면 대중성, 상업성은 단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연극연출자 채 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