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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SF 5월 16일

  • 조회수 856
  • 작성자 홍*주
  • 등록일 2009.05.22
2009 SSF 5월 16일 -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앙상블 누벨 제네라시옹 드 파리 초청연주"
세종체임버홀 "슬라브의 영혼 "



약간은 낯설고 특이한 이름의 앙상블의 연주가 있었습니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었던 동양인 연주자들로 시작되어 현재 다국적 앙상블로 발전해온 '앙상블 누벨 제네라시옹 드 파리'의 연주는 그들만의 전혀 다른 음악적 색채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연주였습니다.

첼리스트 송영훈의 깜짝 사회로 시작된 “슬라브의 영혼”은 전석 매진으로 2009 SSF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작곡가들을 집중 조명했던 “갈리아의 맛”에 이어 오늘의 연주는 슬라브 작곡가들의 깊은 음악과 영혼에 젖어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움과 사랑과 고뇌가 거대하게 다가오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저녁.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들 중에 하나. 이날 난 기대로 잔뜩 들뜬 마음을 데리고 홀을 찾았다. 오늘 총 4곡의 연주는 나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각 곡이 끝날 때 마다 나를 사로잡아준 최고의 연주자들에게 두 팔을 번쩍 들어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해준 Beethoven op.18 - no.4는 아름다웠다. 나를 흑암 속에 별이 반짝이는 우주에 데려가 천상의 무도회에 참석하게 해주고, 초신성의 폭발에 휩싸여 혼을 빼놓기도 했다. 평화로운 우주에서 별자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은하수에가 흐르는 대로 흘러가다가 격류를 만나고 블랙홀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기까지... 심지어 1악장과 2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4악장의 끝자락까지 푹 빠져서 당황한 나에게 Arensky Piano Trio No.1 op.32가 녹아들었다. 이 곡은 나에게 따스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자가 각각 여성, 남성인 영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바이올린과 첼로의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그린 것 같았다...

피아노의 부드럽고 때로는 장난기 있는 주례는 사랑을 더 돋보이게 하기 충분했다. 첼로의 부드럽고 진득하니 느끼한 선율과 바이올린의 끝없이 넓은 소리는 나의 마음을 녹였다.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이들은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시련을 맞이하고 폭풍을 지나 다시 애절한 사랑으로 뜨거운 포옹을 한다. 마치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양 내 감성이 움직였다. 같은 선율을 가지고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는 연주자들은 온 힘을 다해 연주하며 날 뒤흔들었다.

잠시 후 자유롭게 뒤엉키며 아름다운 피아노반주에 맞추어 장난스러운 춤을 춘다. 입에 장미를 물고 탱고를 추기도 하며 멜로디를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이어지는 엘레지의 깊은 강에 빠져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휩쓸린 나는 격정적인 연주에 폭탄을 맞았다. 정신없는 전쟁 속에도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그들이란!! 전쟁영화 속의 로맨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토리를 연주자들은 아주 웅장하게 마무리 해주었다.



인터미션동안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읽지 않았으면 차마 Shostakovich Piano Trio No.1 op.32를 느끼지 못했을 뻔 했다. 쇼스타코비치가 건강이 약해져서 크림반도에 여름휴가를 떠나 어느 소녀와 가깝게 지냈다는 프로그램의 설명을 대충만 생각했을 때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불협화음과 혼돈은 계속 생각이 미궁에 빠져있게 했다.

곡이 반 이상 진행되고 나서야 나에게 느낌이 왔는데, 여유로운 휴식 속의 고뇌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순수한 고뇌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함과 공존하는 자신과의 계속되는 갈등은 Schoenberg의 “달의 삐에로”와 같이 방황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한 뒤의 Dvorak Piano Quintet은 오만가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다양한 주제와 탄탄한 구성은 날 압도하기 충분했다. 이 곡을 들을 때는 이미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음악이 이끄는 대로 내 몸을 맡겼다. 강동석의 느낌은 예상대로 대단했다. 비올라의 최은식도 모든 멤버를 받쳐주며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 첼로의 노장 츠요시는 나이에 걸맞는 깊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사람은 제2바이올린을 맡은 손인경. 화려한 강동석과 최은식과 츠요시의 사이를 완전히 메꾸고 풍성한 소리가 나도록, 유려한 멜로디를 끌어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강동석에게 가려서 안보였다) 혼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팀의 유일한 여자로서 팀원 모두를 부둥켜안는 큰 역할을 완벽히 해낸 것이다. 메뉴힌의 피아노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을 나에게 선사한 이 다섯명에게 마음을 다한 찬사를 보낸다.

오늘 난 아름다움 속에서 사랑과 깊은 고뇌를 체험했다. 아주 거대하게. 다른 SSF의 연주들도 이와 같이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연주를 찾고있는 사람에게 망설임없이 SSF를 추천해본다." - 오늘의 SSF 명예기자 어영정 -

[2009 SSF 데일리 리포트]



2009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SSF 공식홈페이지
http://www.seoulspr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