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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 고집쟁이 딸

  • 조회수 6,143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5.11.3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국립발레단 - 고집쟁이 딸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국립발레단 - 고집쟁이 딸 >

잘못된 캐스팅 문제 때문에 - 언젠가 그 이유는 꼭 밝혀내야 하겠지만 국립발레단 주역인 홍정민에게 주역을 맡지 못하게 하고, 아예 팸플릿에도 빼 놓았다 - 발레애호가들의 항의 글로 게시판이 새까맣게 도배된 가운데 이루어진 국립발레단의 < 고집쟁이 딸 > 공연이 지난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었다(평자는 강화혜/이원철 주역의 10월 15일 첫날 공연을 보았다).

이런 잘못된 캐스팅의 결과로 발레애호가들의 외면을 받은 것인지, 동원된 알바관객들로 가득 차 있던 이날 공연의 여자 주역은 사실은 김주원이었는데 김주원의 부상으로 배역이 강화혜로 변경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국립발레단 공연에는 아예 여자 수석무용수들은 아무도 출연하지 않은 경우가 된다는 것인데, 이 자체도 발레단 운영의 큰 결함을 노출시키는 것이 된다.

막이 오르고 파스텔 톤의 깨끗한 배경 앞에서 남녀 군무들이 활기찬 움직임을 이룬다. 여장 남성으로 시몬느 역을 맡은 정현옥의 움직임의 연기도 여전히 재미있으면서 설득력 있다. 강화혜와 이원철의 2인무가 있고, 바보 알랭 역을 맡은 김준범의 코믹한 연기에 객석은 즐겁기만 하다.

다시 어머니와 고집쟁이 딸이 유쾌한 해프닝을 벌이고,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깔끔한 군무를 이루어 나가는데, - 이날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생기 넘치는 움직임을 객석에 매혹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아무래도 발레 ‘고집쟁이 딸’은 작품 전반적으로 춤이 약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발레 ‘고집쟁이 딸’은 그런대로 재미있는 스토리는 있지만 사실 깊은 예술성이나 입체적인 안무에 의한 춤 같은 것은 없다.

사실 이런 작품은 훨씬 더 깊이 있는 클래식발레 레퍼토리 사이에 한번씩 삽입되어 공연이 이루어지는 소프트한 성격의 발레라고 볼 수 있다. 재미있기는 한데 깊은 예술적 향취를 맛보거나, 깊은 예술적 상념에 빠지도록 만드는 춤을 만날 수는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근래 우리나라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스스로의 당을 ‘웰빙(well-being)당’, 혹은 ‘이지고잉(easy-going)당’ 등으로 지칭하며, 어려운 일은 안하고 적당히 게으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스스로 자성하고 있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근래 국립발레단의 공연형태에서 웰빙이나 이지고잉의 모습이 보인다. 올해(2005년) 국립발레단은 지난 4월 ‘해적’공연과 이번 ‘고집쟁이 딸’ 공연 등 단 2번의 정기공연을 했다. 물론 ‘해설발레’, ‘지방공연’ 등이 있었지만, 이는 국립발레단의 근본적 공연목표는 될 수 없다.

그리고 내년(2006년) 스케줄도 보면 5월 ‘돈키호테’, 10월 ‘카르멘’ 등 단 2번의 정기공연만 예정되어있다. 국립발레단의 근래 공연 형태나 공연스케줄을 보면 well-being이나 easy-going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 세계의 유수발레단들은 연간 약 20여개 이상의 발레 레퍼토리로서 연간 200여회 이상의 공연을 하고 있다. 국립발레단의 1년 레퍼토리가 단 2개(해마다 겨울에 의례히 하는 ‘호두까기인형’ 공연을 합치면 3개) 뿐이라는 것은 일종의 예술적 직무유기라고 볼 수도 있다.

더 더욱이나 지난 10여년 이상을 단 하나의 창작 작품을 만들지도 못하면서, 외국안무가를 불러와서 하는 공연도 이 정도라는 것은 문제가 된다. 현재 국립발레단의 운영 실태는 - 결코 단원들의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 겉만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예술적 욕심이나 땀이나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우리 무용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드는 것이 된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