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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내셔널발레시어터 - 일본 이주카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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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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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평*가*송*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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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5.12.14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러시아내셔널발레시어터 - 일본 이주카시 공연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러시아내셔널발레시어터 - 일본 이주카시 공연 >
거의 모든 경우가 그렇지만, 해외공연 취재는 갑자기 결정된다. 이번에는 일본 큐슈지역에서 일어나는 러시아발레단의 공연을 보는 것이다. 11월 15일 11시 30분 인천공항 출발 일본 후쿠오카 행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투어 공연 위주로 한다는 러시아내셔널발레시어터(Russian National Ballet Theater)의 실력은 어떠할까? 약 100년 전 러시아의 넘쳐 터지는 발레예술의 에너지 때문에 디아길레프가 발레 뤼스(Ballet Russes)라는 러시아발레단을 프랑스에 진출시켰는데, 발레 뤼스의 실력만큼은 되지 않겠지?
발레 뤼스가 있던 때와 21세기 초반의 지금 상황과 모든 것이 달라져 있다. 어쨌든 RNBT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일본 소도시 지역의 관객들의 러시아발레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그리고 관객들의 수준이나 - 평자는 2003년 국립발레단 일본 동경공연을 취재한 적이 있어, 일본 동경의 발레관객들의 수준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공연장 시설은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 틈에 비행기는 우리나라 부산 상공을 나르고 있다. 그리고 부산 상공을 지난 지 채 10분도 안된 것 같은데, 후쿠오카에 착륙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후쿠오카가 조그만 시골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히 큰 도시이다(나중에 밤에 보니 후쿠오카 중심 하카다 역에는 서구화된 대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홈리스들까지 있었다).
이날 공연이 열리는 이주카시는 후쿠오카에서 열차를 타고 1시간 정도가야 되는 곳이다. 동아일보 박원재 동경특파원을 만나 함께 열차를 타고 이주카시티홀에 도착하니 막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그만 소도시인데 공연장은 크고 안락하게 보인다. 클래식발레 <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는 고전발레의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클래식발레의 기법들이 작품에 묻어있다. 화려한 색상의 의상을 입은 요정들의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있은 다음, 초대 받지 못한 카라보스가 뚜렷한 마임으로 저주를 퍼붓고 있다.
프롤로그가 끝난 다음, 오로라 공주(나제다 이바노바)의 16번째 생일 축하연이 분홍빛 튀튀를 입은 16명의 발레리나들에 의해 현란하게 펼쳐진다. 4왕자의 부축을 받으며 오로라공주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 바늘에 찔린 공주가 쓰러지고, 라일락 요정이 나와 모두들 잠 속에 빠져 들게 만든다.
데지레 왕자(사린 안드레이)의 키스를 받은 공주가 100년의 잠에서 깨어나고, 파랑새 파드되가 공연의 분위기를 완벽한 활기와 에너지로 충만 시킨다. 두 주역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도 상큼한 피시다이브 등을 이루며, 감성 깊은 표현을 이루며 끝나고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진다.
공연이 끝난 다음 객석의 일본 소도시 관객들은 따뜻한 박수를 차분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 관객들도 많았는데 이들은 결코 인터미션 시간에도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때 평자는 가끔 우리나라 소도시 공연장에 갈 때 만나는 무질서함이 떠올랐다.
클래식 공연 관객의 수준은 그 나라의 민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된다. 이번 일본 소도시 이주카에서 만난 러시아내셔널발레시어터의 공연 내용은 비록 키로프나 볼쇼이 같은 발레단의 예술적 능력에는 여러 가지로 처지는 면이 보였지만, 고급 문화예술에 굶주려있는 일본 소도시의 문화시민 관객들의 문화욕구는 충분히 충족시켜주고 있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