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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석조전에 관한 호소문

  • 조회수 5,177
  • 작성자 김*섭
  • 등록일 2005.12.24
[덕수궁 석조전에 관한 호 소 문]


전통공예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조형예술이기에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만큼 소중한 전통공예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현재까지 전승하여 미래 세대에까지 전달해 주는 역할은 기능보유자와 기능인이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그들 장인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평가해 주어야 하는 귀중한 것이다.
덕수궁 석조전은 대한제국 시기에 세워질때부터 민족의 총력을 모아 국가의 중흥을 도모하였으며, 이후에는 조선왕실과 황실에서 사용하던 왕실공예품을 전시하던 제실박물관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황실의 유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한국의 전통공예를 수호하던 박물관으로서의 속성을 나름대로 계승하였다는 데에서도 이 곳에 전통공예와 관련된 박물관을 설립하는 데 그 역사적 의미가 있다.
덕수궁 석조전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역사적인 의미까지 고스란히 간직하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덕수궁이 위치한 서울 시내 중심 지역의 역사성, 5대궁을 중심으로 조선조의 관아에 이르는 조선 왕실문화의 전통성, 남대문과 동대문 그리고 명동 및 인사동과 인접해 있어 문화산업을 소비할 수 있는 관광시장의 중핵 등 다각적인 의의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전통공예기능박물관”설립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민족문화의 정수로 인식된 전통공예와 그 기술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대안의 장(場)이 될 것이다. 이는 문화재청이 국민의 전통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고, 전통문화와 문화재에 내재된 상징성을 문화 산업의 소재로서 개발활용하며, 문화재를 문화관광진흥을 위한 자원으로 육성하려는 문화관광부, 문화재청 정책의 주요목표와 완전 합치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1. 덕수궁 석조전 활용방안

-한국 전통공예의 원형을 이해하고 고대부터 대한제국까지의 전통공예품을 수집전시하고, 전통공예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장인들이 사후 명예의 전당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으며, 현재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도구작업과정과 공예기술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현
-고대부터 왕실황실에서 사용한 전통공예품의 분야별 전시
-사망한 기능보유자들이 기증한 사진유품에 의한 명예의 전당
-전승공예대전 등 공모전 수상 보유자, 기능인들의 작품 기능수집 전시
-보유자, 기능인들이 사용하는 각종 재료와 도구(기구)전시
-보유자, 기능인의 작업 시연 및 체험
-전통공예학교 운영(보유자/기능인의 교육 실습)
-전통공예품 및 문화상품의 개발판매

2. 한국전통공예기능박물관 당위성

○ 전통의 개념과 특성
전통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하다. 김중업은 전통을 과거의 모든 유산이라고, 김수근은 과거에 발생하였으나 현재까지 이어오는 것이라고 하여 전통에 대한 통시성의 극복을 주장하였다. 한창진은 전통은 변하는 것이 아니고 발전하는 것이며, 결코 과거에 이루어져서 정비된 것이 아니고 동적인 것이며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모습으로 이루어져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기백은 과거에서 이어온 것은 객관화하고 이의 비판을 통해서 현재의 문화 창조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여겨 전통을 받아들이는 현재의 역할을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존재는 과거를 지닌다. 아울러 현존하는 모든 형태나 양식은 크던 작던 과거의 그것과 상관되어 있는 것이다. 즉, 현재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전적으로 새로이 나타난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것의 단순한 연장이거나 부분적인 변형에 불과하다. 전통을 ‘시간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 까지 소멸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한 시점에 있었던 어떤 현상이나 문화적업적이 그대로 우리의 전통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어느 만큼의 시간적 지속성을 가졌던 현상이라야 하고, 적어도 몇 세대는 내려왔던 현상이라야 한다.
또한 전통은 공간적 특성으로 역성을 가진다. 역사를 통하여 각 시대를 거쳐 전승되어 내려오는 한 지역의 사회적 집단인 민족이 갖고 있는 문화적 특성이다.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역사적 소산이며, 오랜 기간동안 계속해서 반복되는 인간의 행동, 관습, 습성은 전통을 형성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은 경험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갖게 됨으로 인하여 사회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러한 전통의 경험적 타당성과 합리성이 집단의 중심적 가치기준으로 작용함으로서 그것은 집단 내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문화의 구성요소들을 하나의 체계로 조직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전통이 문화의 통합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서 다양한 부분문화는 민족문화라는 지향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우리 문화의 원형으로서 전통공에의 역사적 가치
전통문화는 유형의 문화재와 무형의 문화재가 공존할 때 그 가치를 더욱 발휘할 수 있다. 공예는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분야로서, 황실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계층을 망라하여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반영하는 전통문화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상들의 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공예는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이 녹아있는 전통문화로서,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이다.
특히, 우리 나라는 무형문화재 보존 전승제도가 앞서 있는 문화선진국으로서 세계적으로 유형의 문화유산과 함께 무형의 문화유산을 보전 전승하는 국가의 정책 홍보와 차세대의 교육에도 적합할 것으로 여겨진다.

○ 무형문화재의 가치 재창출
현재 서울 시내 경복궁을 비롯한 5대 궁은 조선시대 왕실 500년의 역사가 묻어있는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각종 전통적인 외간을 지닌 건축물에 의해서만 그 존재가 드러날 뿐, 건물 안의 내부는 텅 비어 있어서 왕실과 황실의 가족들이 어떠한 생활환경 속에서 어떻게 의식주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조선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존재가치를 고양시켰는지를 확인하 길이 없다.
특히, 덕수궁은 조선왕실의 5대궁 중 대한제국 이후 황제와 황실 가족들이 생활하고 의식을 치렀던 전통적인 생활공간으로서 황실 생활문화의 흔적이 원형대로 남아있어서 황실가족들이 살며 사랑했던 이 생활공간을 재현하기 용이하다. 이에 그들이 생활공간 안에 배치하였던 가구, 입고 꾸미고 가꾸었던 옷과 장신구, 먹고 마시던 음식 등 각종 왕실 생활공예품의 원형은 우리나라의 최고 예술품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주와 관련된 전통 공예품을 통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한 궁금중은 여전히 남아있으므로, 덕수궁의 현 전시공간을 변형없이 최대한 활용하되 전통적으로 왕실과 황실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공예품들은 유형의 문화재로서 전시하면서 한편에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나 전통공예의 기능인들이 상주하여 뛰어난 솜씨로 전통공예품을 재현해 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전통문화의 원형이 오늘날까지 면면히 계승되는 현실을 국민들이 현장에서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전통문화의 현재적 계승을 통해 문화한국의 이미지를 재고할 뿐 아니라 기능보유자나 젊은 기능인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그들의 연륜에 의해 전달하는 교육에 의해, 21세기 문화국가를 이끌어갈 차세대에게는 인간의 숨소리가 배어있는 생생한 문화현장을 체험하게 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궁궐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의 원현이 어떻게 창조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하는 관광문화의 첨병으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할 것이라 여겨진다.

○ 덕수궁의 위치 적합성
문화관광부의 국립중앙박물관 이전 및 문화재청의 5대궁 복원 프로그램 및 궁능관리공단의 설립 등과 연계하여 계획을 추진하여한다. 서울 시내 4대문 안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등 5대궁과 이전 추진 중인 국립중앙박물관, 가회건축박물관 등이 있지만, 그들의 구성요소는 대부분 건축물과 회화와 공예 등 유형의 문화유산을 다루는 박물관 위주로 편중되어 박제화된 느낌이 강한 실정이다.
한편 무형문화재와 관련한 정책은 그동안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해 기능 보유자는 그 존재가 소외도고 명예도 무시된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 삼성동의 선릉 근처에 서울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이 위치하게 되었는데 이곳은 지리적으로 시내 중심가의 유형문화재 유산과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근처에 소재한 문화재라고는 고작 성종과 중종이 묻힌 선정릉 밖에 없어 국내외 관광객이 현실적으로 찾아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우리의 유형 문화유산과 무형 문화유산을 온 국민들이 사랑하도록 하고 외국인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문화재로서 알고 느끼고 가꿀 수 있도록 친근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통이 편리하고 찾기쉬운 덕수궁 석조전에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상주하여 작업하고 그 작품들을 공개하게 되면 대한민국이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를 동시에 보존 전승하는 문화대국으로의 면모를 명실상부하게 대내외에 과시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덕수궁에 한국전통공예기능발물관이 건립되면, 유형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증대되어 참배객과 견학인의 수가 증가할 것이고, 황실문화유산을 오늘날까지 면면히 계승하고 있는 기능보유자의 장인정신을 자라나는 차세대에게 직접 교욱시킴으로서 덕수궁이 제2의 체험교육장이자 관광명소로 부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덕수궁 석조전의 공간적 입지의 시각에서 봤을 때, 현재 덕수궁 석조전이 위치하고 있는 종로구 세종로1가는 일반 상업지역이며 1종 미관지구로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또한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남대문, 명동이 인접해 있어 관광객이나 일반인의 왕래가 많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 덕수궁 석조전 전용(轉用)의 필요성
문화재로 지정된 덕수궁 석조전을 동결적인 보호의 대상이 아닌, 그 건축물의 역사성 및 상징적 의미로부터 유도될 수 있는 공공적 성격에 의한 전용 기능의 부여가 요구되며, 더욱이 새로운 기능 부여에 의한 적극적인 사용은 대상 건축물의 잠재적인 생명력을 연장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보존되어야 할 역사적 가치기 있는 유적은 이미 그 자체로서 박물관적 가치가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근대 양식의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은 언급한대로 역사적도시사회적건축사적 의미가 큰 건물이므로 건축주의 소유적 권한을 떠나 사회 공유 개념인 <박물관>으로 전용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특히, 한국전통공예기능박물관으로 예상되는 건물은 원래 덕수궁 석조전으로 현대에 이르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건축물의 사용 가능성이 확대라는 측면에서 건축물 고유의 콘텍스트(context)를 고려한 한국전통공예기능박물관으로 전용이 필요하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 전통공예박물관으로 전용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일제시대에 이왕가박물관이 있었던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한국 전통공예기능박물관이 설립되는 것이 타당하고, 이렇게 전통성을 지닌 건물이야말로 전통공예기능박물관의 전통성과 딱 부합되는 것이다.

3. 기능보유자(기능인)의 설립주체로서의 타당성

무형문화재란 우리나라에 전통적으로 전하여 내려온 무형의 민족문화유산으로 역사상, 예술상 가치가 큰 것으로 유형문화재와는 대칭되는 개념이다. 문화재보호법 제2조 2항에 “연극, 음악, 무용, 공예기술 기타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우리나라의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이라 정의했다.
무형문화재는 인간의 육체적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기예능을 말하는 것으로 형체가 남아있지 않는 현상들이기에 쉽게 변형 또는 소멸이 가능하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에 의해서 어떠한 작위가 나타나거나 이루어질 때 형성되는 기술이나 예술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시각적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시간적공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들이다.” 따라서 형체를 지니고 있어 발굴에 따른 시간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 유형문화재에 비해 계획적이고 적극적인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
무형문화재의 전승 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태리 등의 나라는 전통 문화가 오늘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오고 있으며, 인도,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아랍계통의 나라 또한 있는 그래도 전통문화를 현재까지 잘 전승하고 있었다. 서구의 경우 근대화 시기에 이질적인 외래문화의 침입으로 인해 전통문화를 잠식할만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동질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서구에서는 대중문화가 형성되는 시기에 고급문화, 대중문화, 민속문화 간에 어느 정도 문화적 연속성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귀족과 엘리트층의 상류사회를 새로운 중산층이 대체하면서 고급문화가 대중화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략도 많았고, 뿌리 깊은 양반 문화 속에서 민속문화가 고급 문화로 대중화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민속문화가 천시되고, 전통공예 또한 전승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가 이루어질 듯이 미래를 생각하고 현재의 문화를 살펴볼 때 면면히 살아오던 전통의 문화를 되살리고 보존하는 일에 관심이 높아졌다. 무형문화재를 지정한 이후 기예능의 원형을 기록하거나 전수교육관 등을 지어 전수하는 등 보존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기록보존의 경우 무형문화재의 특성상 한번 소멸되면 그 형태를 찾을 길이 없으므로 기예능보유자가 살아있는 동안 그 기예능을 후세대들이 확인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어서 보존하는 방법이다.
또, 문화재보호법 35조에 의해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년 1회 이상 그 중요무형문화재를 공개하여 한다”고 규정하였고, 동법 37조에 의하면 “공개에 소요되는 경비는 그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 다만 공개 또는 출품으로 인하여 수입이 있는 때에는 그 수입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가부담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렇게 기능의 전수와 공개는 보유자가 이행해야 할 의무적 사항이고, 이를 통해 기예능을 그 세대에게 전달 습득히켜 원형보존을 꾀하였다.
그러나 현재 무형문화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수교육에 있다. 일제 식민지시대에는 초중고등학교의 정식 교육기관에서 민족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전통문화를 말살시켰으며, 해방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통문화를 보호해야 함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어떤 기예능을 교습하고 전수시키는 정식교육기관을 찾는 것은 힘들다. 무형문화재는 사람을 매개로 하여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보존을 위하여서는 무형의 기예가 다음 세대에게 전승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지정된 인간문화재의 절반 이상이 60세가 넘는 고령자임에 비추어 이들의 기예능의 전수문제는 시급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보다 심각하게 민족문화 정체성의 확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무형문화재는 전수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장과 발표 무대를 갖춘 전수교육시설이 필요한데, 현재 전수교육시설은 1974년부터 건립하기 시작하여 12개 시도에 45개소가 건립되었다고는 하지만, 공예분야는 겨우 8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 까닭은 전수교육관 설립의 원칙이 중요무형문화재가 전승되는 지역에 단체종목 위주로 건립되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은 대부분 개인종목인 공예분야에 전수교육관을 지을 수 없게 만들고, 그나마 서울이나 지방이나 전수교육관은 대개 궁벽한 위치에 세워져 찾는 이가 적고 교육받을 대상도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누구나 찾기 쉬운 서울 시내 한복판에 전통공예인들의 집결지를 마련하여, 무형문화유산을 올곧게 지키고 있는 보유자(기능인)의 위상을 드높여야 할 것이다. 보유자나 기능인은 국가에서 보호해야할 전통공예 종목인 현재까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산 증인이기에 중점적으로 보호 육성해야 한다. 더욱이 기존의 박물관들이 역사적 유물만이 가득한 박제화된 죽은 박물관임에 비해, 기능보유자나 기능인 등이 거주하게 될 한국전통공예기능박물관은 인간의 숨소리가 들리고 맥박이 뛰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덕수궁 석조전에는 대한제국시대에는 고종황제를 비롯한 황실 식구들이 살았던 삶의 공간이었기에 이곳에 삶의 모습을 복원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생동감있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기능보유자나 기능인들을 배치하도록 한다.
이에 한국전통공예기능박물관의 운영은 문화재청 산하의 사단법인에 소속해 있는 기능보유자와 기능인들이 유기적 주체로서 작용해야 한다. 그들은 문화재청이 전통공에품의 원형을 복원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대상이므로 그들이 그 박물관 공간에 거주하면서 작품을 제작하고 시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보유자나 기능인이 사용하는 공예용 재료와 각종 도구를 기능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고 장르별로 빠짐없이 모두 구비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재료와 도구를 셋트화된 키트(Kits)로 수십 벌을 갖추어 학생이나 일반인이 체험할 수 있는 교육시설로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능보유자나 기능인들의 손끝에서 우러나오는 한국적 미의식을 살린 전통공예품들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하여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공예품을 제작하는 장인의 혼을 무형의 관광자료로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4. 문화재청의 문화재보존관리 정책과의 연계성

헌법 제9조의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 헌법 제69조의 대통령취임시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선서할 것을 규정되어 있다. 문화재청은 전통문화의 핵심인 문화재의 보존관리라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수행하는 행정기관인 것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제2조의 2에 의해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 및 활용을 할 때 문화재의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는 어떠한 형태로든 변형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되며, 문화재는 본래의 자리와 공간에 있어야 하고, 문화재는 지속적으로 보존관리하여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하며, 문화재는 주변 자연환경, 역사문화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문화재 보존관리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문화유산의 해인 1997년 12월 8일 반포한 문화유산헌장을 반포하였는데, 이때 문화유산은 유형의 문화유산과 무형의 문화유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문화유산헌장에 의하면 문화유산을 우리겨레의 삶의 예지와 숨결이 깃들여 있는 소중한 보배이자 인류문화의 자산이고, 유형의 문화재와 함께 무형의 문화재 모두 민족문화의 정수이며 그 기반이라고 했던 것이다.
더욱이 최근 국민들의 문화향유권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활성화되면서 인류의 문화발전과 국민의 갊의 질 향상을 위하여 문화재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문화재청에서는 국민의 전통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고, 전통문화와 문화재에 내재된 상징성을 문화산업의 소재로서 개발활용하며, 문화재를 문화관광 진흥을 위한 자원으로 육성하는 것을 정책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한국전통공예기능은 이와 같은 문화재청의 정책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르이며, 동시에 유무형의 문화가 복합되어 있는 분야이다. 즉 전통공예는 고대로부터 근대까지 사용했던 전통공예품이 원형이며, 그와 같은 공예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와 손자에게 보이지 않는 혼이 되어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형의 공예품과 무형의 기술이 원형이 되어 전승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민족을 이끌어갈 세대에게 이러한 한국전통공예기능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어야 할 책무가 문화재청에 있는 것이다.

○ 한국전통공예기능박물관에 선진 사례의 적용
외국의 여러 박물관들은 역사적 의미가 내재된 궁궐을 그 원형을 유지하되, 내부시설을 개조하여 국민들의 문화 향유시설로 활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수집된 유물의 단순 전시에서 벗어나 이들 유물을 활용한 체험학습과 평생교육과 연계하고 있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이러한 사례 연구와 분석을 통해 한국전통공예기능박물관이 추구해야할 방향은 덕수궁이라는 대한제국시기의 궁궐을 원형대로 유지한 채,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전통공예를 중심으로 원형이 되는 공예품과 그것을 제작하는 공예인(장인, 기능인)의 기술을 시연하고 일반인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모임 김인섭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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