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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올해의 예술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조회수 5,087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5.12.3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2005 올해의 예술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2005 올해의 예술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지난 5월 중순 모일간지 기사를 보면, "경찰에서 국고횡령혐의로 한국포장개발연구원 직원 4명과 대학교수 5명을 구속한데 이어, 연구원의 원장과 또 다른 교수 등 102명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국책연구원의 직원과 대학교수들이 짜고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한 자금 70여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조금 길지만 이 기사를 좀 더 인용하면, “이들이 국고를 빼돌리기 위해 사용한 수법은 가증스럽다. 교수들과 국책연구원들이 국고가 지원되는 연구개발 자금을 타내기 위해 중소기업과 함께 연구개발을 한 것처럼 서류를 가짜로 꾸며 제출했다.

어떤 연구원은 중소기업을 건드려 가짜 서류로 사업비를 지원받도록 한 뒤 그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겼다. 일부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금이 나온 줄도 모른 채 가짜 서류에 이름만 도용당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고가 정부기관 직원과 교수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빼돌려진 셈이다. 정부지원금은 ‘보는 사람이 임자’라거나 ‘아무도 챙기지 않는 눈 먼 돈’이라는 항간의 의혹이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국고 횡령행위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저질러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국민의 가슴은 분노와 허탈감으로 멍든다. 정작 그 돈을 지원 받아야 할 중소기업들의 박탈감과 의욕상실은 또 어쩔 것인가“하는 내용이다.

현재(2005년 12월 26일) 우리나라 ‘문예진흥기금’ 운용의 현황은 어떠한가? 순수예술인들에게 가야 할 국민의 피 같은 혈세가 사이비 문예진흥기금 ‘꾼’들에게만 가고 있지는 않은가? 한해 1,000억원이 넘는 문예진흥기금이 우리 문화예술 발전에 효율적이고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가?

잘못된 문예진흥기금 운용이 순수예술인들을 '지원'하기는 커녕, 생명 같은 자존심을 짓밟고 분노와 허탈 속에 빠져 있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문화예술계의 온갖 봉이 김선달들이 문화예술위원회 주변에 파리 떼처럼 모여 심사위원을 하거나 허위 수혜자가 되는 경우는 없는가? 혹시 문화예술위원회 내부 임직원 중에서 이런 난맥상을 조장하고 즐기는 부류는 없는가?

지난 12월 13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김병익)는 32개 작품을 ‘2005 올해의 예술상’으로 선정했다. 그 중 평자가 첨예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무용 부문을 보면 최우수상으로 < 선택 >(안성수 픽업그룹)이 받은 것으로 되어있고, 김영희 무트댄스의 < 마음을 멈추고 >, 손인영 NOW 무용단의 < 안팎 >, 이경옥 무용단의 < 2005춘향사랑놀음 >, 서울발레씨어터의 < 봄, 시냇물 > 등이 우수상을 받은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아무런 조건 없이 국민의 피 같은 혈세로 조성된 수천만 원씩 - 최우수상 5천만 원, 우수상 3천만 원 - 의 상금을 준다고 했다. 우선 발표대상자 내역들이 한심스럽게 느껴졌고, 몇 가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특이성과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는, 수상작품의 안무가들 모두가, 거의 1년 내내 하루에 1~2개씩의 무용공연을 보고 있는 평자가 보기로는, 결코 우리 무용을 대표해서 상을 받을 수 있는 창작 능력이 높은 안무가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평소 그들이 만든 움직임이나 이미지 등이 극도로 조악하고 조잡하여 평자가 가장 비판적인 평론을 써 온 안무가들 5명이 전국 수만 명의 무용인들을 대표(?)해서 단체로 상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의 예술상'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도대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정확하게 그 반대로 수행해 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나타난 공통점은, 특이한 - 그 특이한 점에 대해서는 다음 3번째에서 밝힌다 - 경우의 한 작품만을 빼고, 나머지 4작품 안무가들(안성수, 김영희, 이경옥, 제임스 전) 모두가 MCT라는 공연기획사 - 이 기획사는 '순수예술'인 무용 장르에서 '기획'을 한다고 하면서, 자신들을 통하면 '스타'가 된다는 등 치졸한 표현 등을 하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한 줌 흙도 안 되는 패거리를 만들어 무용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전국의 많은 무용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 에 같이 속해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수백여 개의 무용작품 중 5작품을 뽑는데, 4작품이(그것도 전혀 예술적 질이 높지 않은 작품들이) 1개의 기획사 소속의 작품이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이 4개의 상금을 합치면 1억 4천만 원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여기로 가는 것이다. 이 부분 심사과정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세 번째는, 그 나머지 한 작품(이 안무가의 작품의 질도 무용계에서는 모두 알고 있다)을 안무한 사람의 남편(무용평론 혹은 정책을 한다고 한다)이 이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무용부문 위원이라고 된 김현자를 추천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즉 서로 이권에 대해 밀어주고 끌어주는 정겨운(?) 사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비록 그 작품이 좋다고 하더라도,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다른 작품에 상을 주었어야 하는데, 아무런 조건 없이 받는 3천만 원의 국민의 피 같은 혈세가 너무 달콤했던 모양이다.

한마디로 말해, ‘2005 올해의 예술상’ 무용부문 수상작 리스트에서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썩어서 문드러져 가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가장 젊고 공정한 상’이라고 하는 올해의 예술상 시상식이 지난 12월 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있었는데, 이런 영광스러운(?) 시상식에 무용평론가가 가보지 않으면 큰 결례가 될 것이다.

제법 고상한 음악까지 흐르는 분위기를 잡았지만, 결국은 어색하고 촌스러운 쇼쇼쇼 분위기가 경직된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던 이날 시상식은 - 이 시상식을 이런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예술인들의 피 같은 지원금이 전용되어 사용되었을 것이다 - 동원된 알바들의 울부짖는 소음 속에 이루어졌는데, 특이한 것은 무용부문 시상자(이번 상의 ‘심사’도 했다고 한다)가, 그 역시도 MCT라는 기획사 소속이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번 심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황망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무게를 잡고 있던 사회자는 계속해서, “젊지만 아름다운 상”, “예술가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상” 운운하고 있었는데, 도대체가 순수 예술가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 지, 혹은 우리 문화예술인들을 절망 속에 빠뜨리는 상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허탈하고 분노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그날 밤 늦게 우연히 - 정말 잘 안보는 프로그램인데 - TV에 나온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해직기자 출신으로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위원장직을 벌써 그만두는 것을 대비하고 있는 모습에서 양심적인(?) 분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 중에, “문화예술위원회가 민간주도로 되어있다”라고 말해놓고, 그 이후 “그런데 모든 일은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하는 것은 모순 되게 보였고, “(문예진흥기금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만 하지 말고, 다음에 받을 것을 기다려라”라는 말도 했는데, 지금 우리 문화예술위원회의 현실을 잘 모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지난 30여 년 동안의 문화예술위원회의 수 천 억 원의 지원금은 몇몇 ‘심사위원’꾼들과 코드가 맞는 - 이 심사위원 '꾼'들은 또 문화예술위원회 '담당'들과 코드가 맞아야 하므로, 결국은 문화예술위원회 '담당'들과 코드가 맞는 -, 몇몇 ‘지원금 타먹기’꾼 - 심지어는 심사위원이 스스로 '기획'을 한다면서 한해 수억 원씩 문예진흥기금 등 국고를 지원 받는 경우도 있다 - 들에 의해 난도질되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런데 지난 30여 년 동안 잘못되어 오거나 개선되어야 할 ‘문예진흥원’의 업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름을 바꾼다고 모두 감춰지거나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름을 단순히 ‘영자’에서 ‘순자’로 바꾼다고 어떤 사람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덕지덕지 붙어 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이번 임기 동안 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책무가 된다(현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개혁'의 칼날을 다른 어떤 국가기관 못지않게 시급히 그리고 날카롭고 확실하게 휘둘러야 하는 곳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는 것이다). 우선 심사위원들의 문제점이다. 문화예술위원회는 그동안 ‘꾼’들을 계속 심사하게 하고 있었다. 그 결과인지, 앞에서 보았지만, 기획사 소속의 심사위원이 기획사 소속의 사람들을 무더기로 수상자로 만들어, 자기들끼리 시상하고 수상하는 꼴불견의 경우를 만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 수만 명의 순수예술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된다.

그리고 이번 ‘2005 올해의 예술상’ 심사위원 목록을 보면, 자기가 팸플릿에 주례사를 쓴 공연이 이루어진 다음, 그 공연을 사후 심사했다면서, 수천만 원의 혈세를 지원하도록 한 사람이라고 평자가 평론에 공개적으로 지적했던 사람이 또 버젓이 심사위원으로 ‘등용’되고 있었다.

바로 이런 문화예술위원회의 직무유기 혹은 부조리 조장이 우리 무용을 포함하는 문화예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재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큰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다. 문화예술을 ‘진흥’한다고 해 놓고,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봉이 김선달에게 갖다 바치고, 꾼들만의 잔치로 만들어, 열심히 노력하는 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기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예진흥기금’은 국민의 혈세요, 순수예술인들의 피 같은 돈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술’을 열심히 하는 예술가들이 그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이비 무용가, 사이비 평론가, 사이비 심사위원들 - 근래는 사이비 기자들 까지 심사위원 등으로 우대하고 있는 모습인데, 문화예술위원회가 '기자'들 하고는 잘 지내야 할 일들이 많은 모양이다 - 과 로비하고 작당하거나, ‘기획사’나 끼고 떼거리로 몰려다니거나 하는 인간들이 돈을 챙기고, 나눠 먹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은 안하고 ‘지원금 따먹기’나 하고 돌아다니는 인간들과 가장 훈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문화예술위원회’ 구성원 중 일부는 이런 혼란상을 조장하고 즐기고 있는 모습을 예술가들에게 목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이런 적당한 혼미와 혼란이 있어야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모양인데, 이는 이 글의 서두에서 본 ‘한국포장개발연구원’의 경우처럼 될 수도 있는 정말 위험스러운 경우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계속 반복되고 있는 문예진흥기금의 왜곡분배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점 개선을 위해 다시 한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김병익)에 그 대안을 권유한다. 첫째, 문예진흥기금 배분이나 심사나 수상에 절대 ‘기획사’가 얼쩡대지 못하도록 하라. 문예진흥기금 배분 등에 어떤 브로커들이라도 절대 개입하게 해서는 안 되며 - 만약 브로커 개입이 확인되면 이것이야 말로 바로 사법처리를 받도록 해야 된다 -, 정말 순수예술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게 하라.

두 번째, 상습 '꾼'이 되어있는 ‘심사위원’들을 완전히 교체하라. 이들이 지금까지 ‘심사’한 수백 개의 작품 중 좋은 작품은 거의 없었고, 이들의 잘못된 '심사'는 문화예술계의 갈등만 조장해 왔다. 세 번째는, 지금까지 수천, 수억 원의 문예진흥기금을 반복해서 받고도 변변한 작품 하나 만들지 못한 ‘꾼’들은 수혜대상에서 영원히 배제시켜라(이들과 앞에서 말한 ‘심사위원 꾼’들의 리스트는 클릭 한번으로 금방 확인 된다).

네 번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금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을 모두 물갈이 하라. 그래서 참신하고 젊은 사명감 넘치는, 그리고 정말 자신의 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을 새롭게 등용하라(현재 문화예술위원회는 기관 이름만 바꾸었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인적구성 변화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필요하면 언제라도 감사원의 감사도 받고, 검찰의 수사도 받아야 한다(그리고 무용을 포함한 문화예술인 전체도 주인 의식을 가지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직무유기, 부정, 비리 등등이 보이면 바로 검찰에 고소, 고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현재 문화예술계의 한 해 지원금이 1,00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1,100억 원 정도가 되는데, 그중 100억원을 ‘집행비용’ 명목으로 쓴다고 한다(이 부분도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될 것이고 앞으로 철저히 따져 나갈 것이다.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수십억 원의 예술가들의 돈을 ‘집행비용’으로 날린다는 것이 되는데, 그 결과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 특히 과학계에는 - ‘황우석 파동’ 이라고 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지나가고 있다. 예술 못지않게 순수한 분야라고 하는 과학계의 일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황교수가 제기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여부와 함께 논문조작행위에 따른 책임과 자금유용 여부를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용을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의 피 같은 국고 지원금을 국가로부터 신탁 받아 집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부조리, 부실을 걸러낼 수 있는 엄격한 제도적 정화장치를 마련하여, 문예진흥기금이 문화예술인들에게 객관적이며 합리적으로 분배되도록 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 글의 서두에서 본 ’한국포장개발연구원‘과 유사한 일이 우리 문화예술계에서도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