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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Council Korea
아르코의 활동을 공유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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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의 활동을 공유해드립니다.
* 코로나19 관련 당국의 방역 지침에 따라 전시 일정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전시명 ‘Axe and Dummy Heads (도끼와 모조 머리들)’은 영화사 최초의 특수효과로 알려진 1895년 영화 <메리 여왕의 처형>에 나오는 한 장면에 사용된 도구들이다.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의 참수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도끼와 모조 인형을 활용하는데, 여왕이 단두대에 얼굴을 대고 있는 장면과 참수 후 얼굴이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 사이 생략된 시간 동안 화면의 외부인 현실은, 배우 대신 모조 인형으로 대체하려는 스태프들을 비롯하여 각기 특수 효과를 완벽히 이뤄내려는 다양한 역할과 노력이 존재한다. Kula!는 이 장면에서 일종의 생략되고 잘려나간 시간 동안 소임을 다하는 스태프들의 움직임, 그리고 현장과 화면의 순간이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하는 편집적 시간의 작동방식을 ‘자신의 몸을 깎아내리고 상대의 진영에 섞여 들어가는 모종의 약속’이라고 읽고 이를 자신들의 협업 방식과 연결한다. 본래 Kula!라는 명칭은 호주 주변의 섬인 멜라네시아 남동구 지역 주민들이 행하는 순환적 선물 교환제도에서 비롯된 말로, 세 명의 작가는 서로의 작업이 섞이고 관계 맺는 방식, 서로의 질문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부유물들에 주목하며 하나의 방법론으로서의 Kula! 안에 나타나는 사유와 작업의 결합 양상들을 지속적으로 탐색해왔다. 그래서 영상, 퍼포먼스, 조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에 집중해온 세 명의 작가는 각 매체의 고유 언어와 익숙한 감각을 기꺼이 타자의 시선과 예술적 실행에 내맡기고, 시간의 축적으로 쌓이는 변이 과정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과 새로운 부산물의 양립적 거리 안에서 서로를 탄력적 관계 안에 위치시킨다. 이번 전시는 일종의 융합형 결과물에 집중한 전시이기 이전에, 서로 다른 매체를 경유한 작업이 현재 머무는 지점, 그리고 '전시'로 귀결되는 상태 이전에 유실된 시간성과 창작의 과정이 결과물로 이르는 경로를 열어 보여주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상기한 최초의 영화적 편집술에서 탈각된 노동과 모종의 약속을 맺는 시간의 간격을 늘려, 화면 밖의 리얼리즘이 내재한 또 다른 층위의 시간성을 드러내듯 (그것을 전시명으로 앞세우듯), 전시를 통해 작업으로 이르는 탈각된 시간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들의 신체와 사유를 경유한 각 매체별 교환, 혹은 교란 방식을 좀 더 살펴보면, 세 작가 개별 작업의 모티프는 공교롭게도 협업 방식에서 환기되는 어떤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을 공통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이를테면 ‘등장인물이 이름 또는 정체를 숨겨야 살아남는다는 동화’(A의 작업), ‘스스로가 소멸해야 생산물이 유지되는 누에의 일생’(B의 작업), ‘충돌과 위협을 기록하는 블랙박스’(C의 작업)처럼, 개별 작업의 큰 윤곽이나 방향이 어느 정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소멸해야 하거나, 이를 위한 위협 안에서 가치가 드러나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형식적으로는 A의 퍼포먼스 연출과 C의 촬영자의 태도가 역전되면서 새롭게 맺는 관계성, A와 C가 제시한 이미지들이 B의 물질 실험으로 확장되는 방식, B의 재료적 탐색이 C의 퍼포먼스 의상으로 밀착되는 방식, C의 작업이 B의 작업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기능하는 방식 등을 통해 세 작업의 교환방식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전시를 통해 세 명의 문제의식이 하나의 작업적 결과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산물로 형성된 결과 안에서 어떻게 서로의 '매체 친화적 노하우'가 다른 시선으로 인해 포기되는지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한편 전시에서 어떤 형태의 부산물이나, 혹은 어떤 종류의 텍스트에서 언어화된 또 다른 흔적을 통해 결코 포기될 수 없었던 개별성들과 조우하며, ‘이상’과 ‘현실’, ‘환영’과 ‘외화면(offscreen)’ 사이 보다 솔직한 내적 심상들을 가감 없이 펼쳐내고자 한다.
김무영, 《그리드와 협박》, 아기 침대, 건축 미니어쳐, 아크릴 패널, 조명, 전선, 126x70x76cm, 2020
《Shape memory alloy》, 2 채널 비디오 설치, 10분 53초, 2020
곽소진,《Bent》, 2채널 비디오 설치, 8분 11초, 2020
김솔이,《Test cross》 폴리우레탄, 스프레이페인트, 후크, 2020
곽소진,《Ethereal, Punch, Yellow》 3채널 비디오 설치, 2분03초, 2020
전시전경
“Kula!는 비디오, 사진에서 활동하는 곽소진과 조각과 디제잉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김솔이, 퍼포먼스, 영상을 활용하는 김무영이 서로의 매체적 관점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유에 교란을 주고, 도래할 작업의 교집합을 탐구해보기 위해 만든 그룹이다. 예상치 못한 것은 서로의 테크닉을 차용했을 때만 생길 수 있다는 믿음 아래, Kula!는 선물과 증여의 형태를 띈 임무를 교환한다. 한 명의 작업자가 가진 어쩔 수 없는 매체 친화적 노하우가 두 사람의 시선에 의해 포기될 때, 무엇이 유실되고 무엇이 넘쳐나는지 살펴보고 질문들이 서로를 왕래할 때 생기는 부산물에 주목한다." - http://www.kula2020.com
이번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이 신규 도입한 다원 예술 창작 활성화 사업 《인미공 창작소》의 1기 입주팀의 창작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인미공 창작소》는 장르화 예술의 경계를 벗어나 다양한 예술적 가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 창작활동 및 창작 공간 지원에 대한 미술계 수요에 반응한 사업이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과 전문인이 융합형 지식과 창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과정 중심의 플랫폼을 지향하고, 특히 작가 개인이 아니라 창작 집단으로 활동하는 한 팀의 융합형 창작과정과 결과를 집중 지원하면서 다른 기관들의 일반적 레지던시 사업과 거리를 둔다. 또한 6개월 입주 기간 동안 매월 창작비를 지급하고, 마지막 달에 결과 공유를 위한 장소 및 예산, 기획 지원을 통해 단순한 예산 지원의 방식이 지닌 사각지대를 좁히고자 하는 사업이다. 올해 5월에 첫 공모를 통해 접수된 총 75건의 서류 심사 및 인터뷰 심의에서 최종 입주팀으로 선정된 Kula!는 6개월의 입주 기간 동안 총 5회에 걸친 전문인과의 튜터링, 온라인에 소개된 중간 과정 공유를 거쳐 이번 전시를 통해 사업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화두들과 이에 대한 다감각적 사유를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자료담당자[기준일(2020.12.30)] : 아르코미술관 차승주 02-760-4608
게시기간 : 20.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