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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아트스페이스 초대기획전] 내일의 도덕  이미지
과거-현재-미래, 공존할 수 없는 시간들의 만남



안성석의 대표작인 <역사적 현재>와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 <내일의 도덕>은 제목부터 묘하게도 ‘역사-현재-내일’의 시간성을 암시한다. 더불어 그의 작업은 공통적으로 어떤 특정 장소를 소재로 삼고 있다. 역사적 기념물부터 공공장소, 그리고 신도시까지 그는 자신의 발로 직접 그 장소를 찾으며 작업한다. 사진 작업 시리즈인 <역사적 현재>에 담긴 피사체들은 주로 우리나라의 역사적 아이콘들이다. 작가는 이제 역사가 된 유적이나 장소를 소재로, 삶이란 과거에서 오늘을 거쳐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개념을 고유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 장소 앞에 작은 스크린을 펼친 후 과거 기록사진을 영상으로 투사함으로써 현재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함께 겹쳐지는 순간을 다시 사진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로써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 즉 마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철학적 수사 같은 상태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은 조작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미지화한다.



역사와 현재를 거쳐, 안성석 작가의 새로운 작업 <내일의 도덕>은 이제 ‘미래’에 대해 묻는다. 사진 속의 이미지들은 완공을 위해 하루하루 외형을 바꿔가고 있는 동탄 제2신도시의 단면이다. 거기에는 <역사적 현재>와 같은 의도된 연출은 배제되어 있다. 오히려 사진 속 동탄 신도시의 단면들을 직시하는 작가의 앵글만이 두드러진다. 때론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때론 묵묵하고 덤덤하게 혹은 살짝 날이 서 있는 듯 예리하게 대상을 향한 포커스가 오랜 시간 동안 그곳을 주의 깊게 살폈을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거대서사로서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그 빈 도시에서 오직 이 존재들만이 작가에게는 “살아 있는 주제”인 것이다. 흡사 화려한 완성을 향해가는 신도시 거대함 속에서 절대 돋보이지 않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개인의 목소리인 양, 도시라는 거대 서사 속에서 존재성을 잃어가는 그 작은 목소리들을 발견하고 그 이미지를 채집한 것 같아 보인다. 이것이야말로 ‘내일’을 위한 ‘현재’의 모습들인 것이다.



<내일의 도덕>은 한국의 사진가들이 즐겨 촬영하는 재개발 현장에 대한 날선 기록들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을 재개발에 대한 비평적 단상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시간성에 대한 작가의 한결같은 탐구의 흔적이 너무나 짙다. 문화재 같은 오래된 것의 ‘현재’에 예전의 ‘과거’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역사적 현재>의 기법이 한 동안 유행하던 연출 사진이나 작가의 시그니처 같은 스타일로만 단순히 굳어져버리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즉 사진이라는 현대미술의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안성석 만이 내고 있는 ‘다른 목소리’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역사적 시간 속에서 함께 흐르고 있는 개개인의 시간성, 즉 거대한 굴레 안에서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돋보이는 작은 기억들에 대한 시각적 은유라고 말할 수 있다.

글 : 장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