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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예술가의 죽음

  • 조회수 1,535
  • 작성자 송*건
  • 등록일 2011.10.04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어느 젊은 예술가의 죽음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어느 젊은 예술가의 죽음 >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보다 약 2주일 전인 2010년 1월 29일에, 지난 2007년 아시아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오늘의 얼굴상’을 받았던 젊은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빵 반 조각과 라면 5개를 남기고,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 단칸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조선일보 2011년 2월 10일자 등 참조)

그런데 이 젊은 예술가는 이웃집 현관문에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겼다고 한다. 젊은 예술가가 죽었다. 사실은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젊은 예술가가 굶어 죽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노재현 논설위원은 2009년 9월 4일자 ‘예술가의 품삯’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다가 죽어 간 예술가들은 동서양을 통틀어서 수없이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대표적인 가슴 아픈 예로 작가 김유정의 예를 든다. 그 내용은, “작가 김유정이 타계 직전 남긴 편지다. 그는 친구 안회남에게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며 돈을 구해 달라고 애원한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삼십 마리 고아 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구렁이를 십여 뭇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돈, 돈, 슬픈 일이다’라고 썼다. 폐결핵과 치질에 시달리던 김유정은 편지를 쓴 지 11일 만인 1937년 3월 29일 이른 아침에 세상을 떴다.”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하나 확실한 것은 예전에도 예술가들이 가난 때문에 힘든 삶을 마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그때와는 ‘정말 다른 때’라는 것이다. 그때는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굶어 죽는 사람들이 최소한 지금 보다는 훨씬 더 많은 때였다. 결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2011년 새해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자가 보기로는 이번 이 젊은 예술가의 죽음은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타살처럼 보인다. 우선 이 예술가는 이웃에 남긴 쪽지에도 나타나 있지만 분명히 ‘살려는 의욕’이 있었다. 그런데 뭔가 부조리한 우리 ‘사회의 구조’ 혹은 ‘시스템’이 우리 이 순수한 젊은 예술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평자는 젊은 예술가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최고은 작가는 배도 고팠겠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굴욕감 등이 더 컷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모욕감과 좌절감이 2007년 ‘영화엘리트’의 산실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젊은 엘리트를 자의가 아닌 죽음으로 몰고 갔을 것이라는 것이다.

최고은 작가의 사인은 타살인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를 죽였는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은 누구인가? 사실 최고은 작가는 안 죽을 수도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예술지원금은, 작가 김유정이 살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 곳만 하더라도 한 해 1000억 원이 넘고 있다.

그리고 문화관광부, 서울문화재단 등 각종 기관에서도 한 해 수백억 원이 넘는 돈을 국가 예술지원금 명목으로 지출하고 있다. 물론 이 돈들은 모두 국민과 시민들의 피 같은 혈세로 조성되는 돈들이다. 그런데 이 돈들의 정말 극히 일부만이라도, 이 순수하고 가난한 젊은 예술가에게 올바르게 지원되고 있었다면, 우리의 젊은 예술가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예술지원금의 분배 현황은 어떤가? 조선일보 2010년 10월 18일자 ‘김대중칼럼’을 보면, “지금 우리가 식량 물자 등 대북지원을 하면 그 지원은 북한주민들에게 가지 않고, 우선적으로 군부와 지배층으로 간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가 인도적인 견지에서 북한에 보내는 수조원의 돈들이 정작 필요한 북한 서민들에게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북한 지배층을 더욱 살찌우고 주민의 가난을 연장시켜 그들의 지배를 영속화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기사 내용이 이어진다. 우리 국민들이 힘들게 모아 북한으로 보내는 지원금이 엉뚱하게 공산 독재를 연장시키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지원금 배분 현황은 어떤가? 일부 부패 관료들과 결탁한 사이비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 예술지원금은 정말 그 지원금이 생명처럼 절실한 순수 예술가들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물론 이는 최고은 작가가 죽음으로 증명했다. ‘선택과 집중’ 운운하며 사이비 ‘제작자’, 사이비 ‘기획자’, 사이비 ‘예술가’ 등등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예를 한 명 들어 보면, 국새 사기꾼 민홍규 등이 될 것이다.

전체 문화예술인들로 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사이비들이 독식하는 구조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예술지원금 분배는 도움이 절실한 계층이 아닌, 있는 사람에게 더 퍼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그 와중에 많은 순수 문화예술인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또 다른 분 한 분의 예를 들면, “평생을 ‘건칠’이란 전통공예에 바친 무명 장인” 고 정창호선생의 경우가 된다. 최고은 작가가 영면하기 약 열흘 전인 지난 2011년 1월 19일자 중앙일보를 보면, 정창호선생은 죽음을 맞기 전 대통령 앞으로, “존경하는 대통령님. 세상을 떠나며 그동안 제가 뼈저리게 겪었던 내용을 건의하오니 꼭 시정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등의 건의내용이 담긴 A4 3장짜리 유서를 보냈다고 한다.

좀 길지만 기사내용을 정확히 더 보면, “그의 건의 사항은 세 가지였다. 첫째, 여러 장인에게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건칠은 중요무형문화재는 물론 시·도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반면 여러 명이 보유자로 지정된 인기 분야도 있다. 어떤 장인들은 문화재·명장 등의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고 중복 지원을 받는다.

그는 이런 혜택을 분산시켜 여러 장인에게 기회를 달라고 탄원했다. 둘째, 가짜 장인을 색출해달라는 것이다. 고인은 자신의 작품을 공모전에 출품해 상을 받고 정부 지원을 받은 이들도 있다며 개탄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 평생 한 분야에 종사해온 수많은 무명 장인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적었다.”고 한다.

평생을 몸 바쳐 살아온 문화예술계를 떠나 마지막 죽어가면서 절규하는 순수 예술가의 피에 맺힌 음성이 ‘생명’처럼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현안이 되어 있는 그 대표적인 쟁점은 ‘무상급식’ 문제이다. 왜 부잣집 아이에게 무상급식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예술지원금 배분은 ‘무상급식’의 경우보다 더 불합리한 경우가 되어 있다. 즉 아예 가난하고 지원이 절실한 ‘침묵의 대다수’인 순수 예술가들에게는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 ‘부자’ 지원금 착복 ‘꾼’들에게만 집중하고 선택하여 지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국가 예술지원금을 독식하는 이들 대부분의 ‘자격’이 결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금 배분 부패 공무원들의 비위를 맞춰 지원금 예산의 ‘단물’을 노리는 지원금 꾼들만 창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부조리의 현장을 조장하고 즐기며 우리 순수 예술가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우선 첫째로는, 국가 예술지원금 착복의 ‘꾼’이 되어 있는 사이비 예술가들이다. 수많은 예를 들 수 있겠지만, 그 대표적인 예를 한 명 들어 보면, 앞에서 잠시 본, 국새 사기꾼 민홍규를 들 수 있겠다. 국새 제작의 기법이나 노하우가 전혀 없는 민홍규는 담당 부처 공무원들의 비호를 받으며 수억 원의 국고를 낭비하며 허위 ‘국새제작’을 하다 감옥에 간다.

그런데 국새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이 민홍규는 2006년 가짜 다이아몬드 옥새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는 ‘올해의 예술상’을 받은 사실도 뒤늦게 밝혀진다. 즉 서울신문 2010년 9월 6일자 보도에 따르면, “국새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4대 국새제작 단장 민홍규(56)씨가 2006년 가짜 다이아몬드 옥새로 한국문화예술상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민씨는 '2006 올해의 예술상' 전통예술 부문에서 가짜 다이아몬드 옥새로 상금 3000만원을 받았다. 민씨는 2006년 2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갤러리에서 '600년을 이어온 세불 옥새전'이란 이름으로 다이아몬드 봉황 옥새를 전시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전시된 옥새는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꾸민 40억 원 상당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로 황동·니켈·인조 다이아몬드가 사용된 원가 200만 원짜리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가짜 국새로 상을 받은 셈이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상의 권위와 함께 수상 취소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예술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 국민 세금으로 준 것 아니냐.’며 ‘수상도 취소하고 상금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우리 문화예술계의 행정시스템의 난맥상이 그대로 다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천하의 사이비가 ‘엉터리 국새’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는 문화관광부 산하단체의 ‘올해의 예술상’을 받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상금 3000만원도 착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라는 것의 범죄에 가까운 무책임한 모습도 역력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사이비예술가들과 사이비 관료 등이 합작하여 현재 우리 문화예술 정책의 난맥상을 대책 없이 노출시키며, 우리 정말 소중한 젊은 예술가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평자는 확신한다.

현재 우리 문화예술계에는 이런 민홍규 같은 사이비 예술가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을 박멸하지 않고는 우리 문화예술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바로 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예술지원금 지원기관과 그 직원들이다. 여기서 조선일보 2011년 1월 27일자에 게재된 김황식 총리의 말을 인용한다.

“감사원장할 때 복지 공무원들의 횡령이 빈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급조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서류를 조작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명목의 혜택이 좋아서 일하는 분위기를 기피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면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가야할 수혜가 차상위계층보다 불리한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다.

국가 복지 지원금 배분의 부조리의 현황이 한 눈에 잡히고 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 예술지원금 분배 현장도 마찬가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국가 예술지원금 지원기관의 부조리를 정확하게 감시하지 않고는 우리 젊은 예술가들의 아까운 생명은 계속해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평자의 글의 바로 이어지는 장에서 별도로 다시 모든 것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확인해 나가겠다. 세 번째는, 이 모든 것을 감시하고 관리해야 되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와 그 직원들이다. 그런데 이들도 별 희망이 없게 보이는 것은, 이들 조차도 사이비들을 만나 부정을 예사로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몇 년 전 ‘바다이야기’ 사건 때 문화부 간부가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정책을 만들지 않고 사기 도박꾼 위주의 정책을 만들다가 감옥에 간 적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의 범죄라고 할 수 있는 정책 부재와 무사안일에 대해서도 이번 글의 별도의 장에서 따로 집중적으로 거론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이들의 비리를 척결하여 올바른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결코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이런 사이비들 때문에 우리 젊은 예술가들이 더 죽어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잘 못이 보이면 바로 바로 경찰과 검찰에 신고해야 한다. 문화예술계에 강력한 반부패시스템이 없으면 문화 예술 선진화는 불가능하다.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존중하고 명예롭게 대접해 주는 국가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젊은 예술가 최고은의 죽음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살리는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런 국가를 만든 다음 우리 순수예술가 모두가 힘을 합쳐 젊은 예술가 최고은을 기리는 행사를 했으면 한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