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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8일 오후7시30분 호암아트홀 "슈베르티아데 - 슈베르트 마라톤 "

  • 조회수 3,499
  • 작성자 신*영
  • 등록일 2010.05.22
2010 SSF 데일리 리포트
2010년 5월 18일 오후7시30분 호암아트홀 "슈베르티아데 - 슈베르트 마라톤 "

Seoul Spring Festival을 다녀와서 - 신선한 충격에 마음이 움직이다

작년의 베토벤에 이어 슈베르트의 소식을 듣고 달려간 연주홀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에 한시도 집중을 끊을 수 없었다. “슈베르트 마라톤” 이라는 부제답게 3시간20분이나 걸렸지만 연주자들은 날 계속 흔들어놓았다.

첫 곡은 Quartet for Flute, Guitar, Viola, Cello였는데, 실내악에 기타가 쓰이는 경우를 처음 봐서 그런지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연주자 4명 모두 붉은 계열의 타이를 매고 화려한 느낌을 주었는데, 음악을 듣고 생각하니 매우 적절한 코디였던 것 같다. 첫 느낌은 발랄한 플룻쿼텟 느낌, 약간 모차르트스럽기도 했다. 제시부가 지나고 기타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피아노역할과 비슷하면서도 손으로 직접 퉁기는 기타만의 매력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기타의 들판에 뛰노는 플롯과 비올라를 바라보는 첼로엄마는 아이들을 들어오라고 부르다가 자신도 들판에 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2악장은 집안 거실에서 가족들이 춤추다가 볼을 부비며 장난도 치고, 멈췄다 움직였다 얼음땡 같이 흥겨운 분위기 속에 장난기를 살살 섞어주었다. 항상 들떠있을 것 같은 집안에 슬픔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빨라졌다 느려졌다 음표가 많은 악기를 몰아세우는 느낌이었다, 서로에게 한번 씩 심술을 주고받으며 노는 친구들 같았다. 5악장은 잘자라우리아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차분한 멜로디로 아이를 재운 후 내 세상이라며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은 연극의 커튼콜과 같은 화려한 마무리로 흔든 내 맘을 정리해주었다.



내가 느낀 세상은 외롭고 암담했어요. 바위위의 목동의 피아노 첫소절에서 받은 느낌이었다. 뒤이어 클라리넷은 들판에 홀로 앉아 자신의 삶을 노래했다. 해가 뜨면 들에 나와 양을 치고 푸르른 들판과 아름다운 꽃을 보지만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아요. 이 멜로디를 들으며 소프라노는 감상에 빠져 웃다가 울다가 하며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성악 연주를 제대로 집중해서 본적이 잘 없었는데 확실히 표정과 몸짓으로 노래를 돕는 것이 인상깊었다. 소프라노는 목동의 마음을 노래해주는 듯하다가 마왕의 본색을 드러내고 목동을 삼키고 말았다. 세상은 절망적인거야, 마약도 해보구 그러렴. 목동은 여긴 어디지? 내 노래를 해보자! 하여 아름다운 노래로 마왕 속의 착한 내면을 감동시키고 결국 나를 산들바람과 맑은 햇살이 비치는 들판으로 이끌어주었다.



드디어 기대했던 Quintet D.956! 아마추어 연주자로서 이 곡의 3,4악장을 해본적이 있고 친구인 아마추어 연주자의 1악장을 들어본 적이 있어서 매우 매우 기대했던 곡이다. 멤버도 최고. 그런데 연주자들 성향이 조금 달랐다. 강동석 이경선 선생님은 무뚝뚝한듯 고뇌에 빠져들면서 음악에 빠져드는 스타일 같고 최은식 조영창, 특히 양성원 선생님은 이야기하듯이 계속 눈빛교환 하면서 연주를 하신다. 처음엔 약간 어색하면서 재밌는 광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연주가 진행될수록 두 바이올린의 아우라 속에 나머지 세분이 빠져든 느낌이 되었다. 아름다운 2악장에서는 다만 음악에 마취된 듯 숨죽이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내 마음을 맘대로 주무르도록 허용하고 말았다. 이런 날 데리고 3악장의 항해를 떠나 바다의 괴수를 무찌르고는 뱃사람의 고독에 푹 담갔다가는 흐물흐물해진 나를 다시 키 옆에 널어놓고 바다를 가르고 부두로 돌아왔을 쯤 나는 다시 펌프질로 살아나있었다. 4악장은 내가 연주했을 당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오늘의 연주를 듣고보니 정말 열심히만 했구나, 이렇게 했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각 곡마다 많은 버전의 연주가 있지만 각각의 특색이 살아있다. 오늘의 연주는 제대로 날 흔들어 놓을 생각이었는지 몰아갔다 풀어줬다를 계속하며 정신없게 했고 열정으로 날 끌고갔다. 프레스토를 지나 마지막 코드가 끝날 때 속으로 “와우 이거군!”을 외쳤고, 연주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옥텟의 등장. 베이스를 기준으로 현과 관이 싸울 기세같았다. 하지만 이내 1바이올린의 리드와 클라리넷의 앙상블 맞추기에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이끌려갔다. 관과 현의 이런 조합이 오케스트라 느낌도 나고 목관5중주 느낌과 현악4중주의 느낌이 합쳐져서 맑은 소리와과 화려한 소리가 동시에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베이스 주자는 몸집이 집채만해서 아주 안정감있고 감싸주는 것이 정감있는 깡패같은 이미지로 아주 좋았다. 2악장은 약간 클라리넷 퀸텟 느낌이었는데, 욕조에 따스한 물을 받아놓고 촛불을 켜고 아름다운 멜로디에 긴장이 풀어졌다. 2악장의 목욕을 마치고 알록달록한 춤을 추다가 보라색의 마음을 녹이는 바순의 목소리에 쉬어가는 왈츠가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나를 황홀하게 해주었다. 4악장은 약간 드라마 OST느낌으로 긴박감도 들고 해피엔딩을 향해 가는 느낌을 주었는데, 특히 김상진교수님의 웃음이 느끼하게도 행복한 표정을 잘 보여주신 것이 인상깊었다. 5,6악장은 마라톤에 지쳐있는 나를 여운이 남도록 계속 즐겁게 해주었고, 집에갈 동안 지하철에서 기분좋게 잘 수 있었다.



모든 연주를 마치고 모든 연주자들이 무대에 나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연주자들의 입에는 환한 웃음이 피어나고 관객들도 진심어린 갈채를 보내주었다. 마지막날 연주의 묘미를 새삼 느꼈다. 내년에도 SSF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참 기대된다.

어영정 (연세대학교 재학중)



올 해도 변함없이 SSF를 성원해 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