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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7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슈만과 친구들"

  • 조회수 3,379
  • 작성자 신*영
  • 등록일 2010.05.22
2010 SSF 데일리 리포트
2010년 5월 17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슈만과 친구들"

2010년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공연은 17일 '슈만과 친구들'공연이었다. 이제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실내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기회는 일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더 많이 보고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공연의 막이 오르길 기다렸다. 프로그램에 구성된 곡들과 각 곡의 작곡가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첫 곡인 슈베르트의 즉흥곡 제 2번이 연주되었다.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울 때 매우 좋아해서 자주 연주했었던 곡이다. 잔잔하게 굴곡없이 흐르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건네는 첫 곡은 연주회를 보러 올 때마다 갖게 되는 습관적인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연주를 보는 자리가 2층이었는데, 피아니스트의 손은 보이지 않지만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여서 곡을 해석하는 연주자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던 점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첫곡이 끝나고, 두 번째 곡을 연주할 클라리넷 연주자가 등장했을 때, 어린 학생이 무대에 서서 조금 놀랐다. 함께 간 친구와 함께 연주자의 나이를 가늠하며 어린 연주자의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렸고, 이윽고 연주된 슈만의 환상소곡은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지만 아름답고 흥미로운 곡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훌륭한 연주를 들려준 연주자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1부의 마지막 곡으로는 멘델스존의 현악 오중주 1번이 연주되었다. 실황으로 듣는 기회는 처음이라 사운드에 포인트를 두고 감상하고 싶었는데 자리가 무대 위에(?)있는지라 비올라 연주자들이 이 쪽 편을 등지고 있어 내가 들을 수 있는 악기 간 사운드의 균형이 살짝 아쉬웠다. 아름다우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아주 쉽지도 않은 멘델스존의 현악 오중주 1번, '세상에 빠른 비올리스트는 없다'라는 조크가 생각나 잠시 웃었던 3악장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멘델스존다운 곡이라 느껴졌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오늘의 프로그램 중 가장 기대하던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가 시작되었다. 브람스가 작곡한 세 곡의 피아노 사중주 중 가장 교향악적이라 일컬어지는 곡. 사실 한 때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1번에 푹 빠져서 1번만 무한반복으로 들었던 까닭에 2번과 3번은 주의 깊게 들었던 기억이 없다. 하지만 올해 실내악 축제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곡이기도 하고, 워낙 사랑하는 작곡가 브람스의 작품이니 좀 더 집중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밝고 정열적이지만 그 가운데에 브람스 특유의 슬픔이 숨겨진 작품으로 느껴졌다. 3악장의 마지막 부분은 마치 4악장의 피날레처럼 끝나서 3악장이 끝났을 때 곡을 마친 걸로 착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청중들 중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공연 관객들의 수준이 아주 높음에 한 번 더 놀랐다. 피아노 사중주 1번과 비슷하게 집시풍의 느낌을 주는 4악장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가끔씩 사람들은 공연을 보면서 음악을 즐기기보다는 틀린 부분을 잡아내는, 마치 '오디션'을 보는 듯 한 자세를 취할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런 면이 아주 없지는 않았는데, 비싼 티켓값도 딱딱한 분위기도 필요 없는 '축제의 연주'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에서는 이런 자세를 더 많이 버릴 수가 있었다. 공연을 보는 동안, 특히 브람스 피아노 사중주 2번을 연주하던 피아니스트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포함한 많은 부분에서 연주자들이 얼마나 음악을 즐겁게 즐기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 내내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렇게 즐기는 음악 속에 나 역시 청중으로써 '오디션'이 아닌 '축제의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신기은 (연세대학교 재학 중)

***

소설 <장 크리스토프>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로맹 롤랑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가장 위대한 책이란 종이 테이프에 찍히는 전문처럼 두뇌에 새로운 지식이 박히는 것과 같은 책이 아니고, 생명이 넘치는 충격으로 다른 생을 눈뜨게 하고, 또 다른 생에서 생으로 여러 가지 정수를 공급해 주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 책을 연주로 바꾼다면 이번 연주회의 나의 감상을 무엇보다 잘 요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5월 17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 홀에서 슈만과 친구들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열린 이번 연주회는 바이올리니스트 배익환 씨의 인사와 간단한 곡소개로 시작되었다. 잠시 후 피아니스트 김영호의 슈베르트의 즉흥곡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의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시적이고 아름다웠다. 특히 연주에서 연주자의 섬세함을 자연스럽고 고른 터치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 이어진 곡은 슈만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소곡집이었다. 먼저, 본인도 취미로나마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고 클라리넷 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클라리넷 음악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이날의 연주자는 클라리넷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는 김한이기에 더욱 기다려졌던 연주였다. 김한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중력과 몰입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특별히 성인 연주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연주의 비주얼만으로도 관객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린 연주자가 관객에게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즐기면서 마음껏 표현한다는 것은 성인 연주자가 줄 수 없는 색다른 인상을 주었다.

세 번째로 연주된 곡은 멘델스존의 현악 오중주였다. 멘델스존의 음악의 매력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감성에 있다. 인간이 이 세상에 살아가는 한 크고 작은 부조리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어린 시절 가졌던 순수한 영혼은 점점 세상에 찌들어가고 그의 순수함은 점점 더 희미해져간다. 멘델스존의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희미해져버린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행복을 추억하게 만든다. 고단한 인생길에서 멘델스존의 순수한 음악은 세상 속에서의 더 이상 순수하지 못한 삶에 구속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출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은 마음의 찌꺼기를 없애주고 다시금 세상을 살아갈 힘을 공급해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본인이 느끼는 멘델스존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번 멘델스존의 연주는 각박한 세상의 틀에 의해 깎여버린 인위성이 아닌 인간의 본연의 휴머니즘, 풍요 그리고 순수를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멘델스존 연주가 끝나고 인터미션이 있었고 다음 네명의 연주자들이 입장했다. 이들의 입장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흘렀다. 곧이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이 네명의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유감스럽게도 관객석 곳곳에서 의도하지 않은 소음이 있었지만 연주자들은 그러한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몰입력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 뛰어난 연주는 연주자로 하여금 그 자체가 음악이 되게 한다. 이번 연주에서 이들의 몰입, 열정 그리고 앙상블은 관객의 모든 주의를 그들의 음악 속에 끌어 당겼다. 더 이상 연주자와 관객은 없었고 음악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들의 연주는 단지 곡에서부터 오는 감동만이 아니라 순수하게 연주자의 연주에서 오는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위대한 연주였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들 연주자들의 호흡이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들이 모두 호흡이 연주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악기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앞서 있었던 관악기 연주자의 깊은 호흡소리와 흡사한 이번 연주자의 호흡이 있었다. 관악에 있어서 호흡은 영원한 약점이자 강점이다. 그러나 이번 연주의 연주자들은 관악의 호흡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음표 아닌 음악으로써 관객을 음악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고 긴장감이 있는 연주 분위기를 만들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주는 이들의 음악이 끝났고 이들의 훌륭한 연주에 대한 보답으로 커다란 박수 소리가 관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또한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개인적으로 실내악 축제에 직접 와보긴 처음이었다. 그러나 훌륭한 연주자들의 공연을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는 실내악 축제는 클래식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이번 연주는 정말로 관객에게 ‘생명이 넘치는 충격으로 다른 생을 눈뜨게 하고, 또 다른 생에서 생으로 여러 가지 정수를 공급해 주는 것’이었다.

유명철 (연세대학교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