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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푸서원(희곡작가들의 커뮤니티) 소개

  • 조회수 1,902
  • 작성자 최*종
  • 등록일 2010.04.05
당신의 희곡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는 라푸푸서원

흔히 '글을 쓰는 작가' 는 '골방'을 연상케 한다. 자신의 언어를 갈고 닦아 세상에 내어놓는 일은

어쩐지, 홀로 외딴 곳에 칩거하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작업 같다.

하지만 처음 펜을 드는 작가에겐, 때로 출구없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

다소 가혹할 법도 하다.

특히나 희곡은 관객을 만나는 순간까지 작품이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기에, 이제 막 희곡쓰기에

입문하는 이들이 골방에 머물러 있는 것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이에 지난 2006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최원종, 선욱현, 강석호, 고연옥, 차근호 다섯 극작가들이 모였다.

최근 이들과 함께 희곡 쓰기를 시작했던 한 극작가 지망생이 '모두의 희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아슬아슬하게 작가가 되는 곳' 이라 얘기했다던 극작가들의 모임 '라푸푸서원' .

지난 연말 대학로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는 그곳에는, 희곡이 있고, 극작가들이 있고, 그리고

당신의 희곡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제가 희곡을 쓰려고 했을 때, 극작을 공부할 길이 학교에 다시 들어가는 것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학교보다는 현장에 나와 공부하고 싶었고, 그러자면 극단에 들어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때 대학로에 아는 선배도 하나 없이 무작정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러던 와중 아름아름 차근호 작가를 알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처럼 희곡을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오래도록 떠돌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됐죠.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고도,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는 선배들한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선욱현 작가, 차근호 작가와 처음 시작했던 모임이 바로 라푸푸서원이에요.

실제로 연극 활동을 하면서 극작가들이 부딪치는 문제들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그건 선배 작가들만이 유일하게 알 수 있고, 이해해주는 거였어요. 그렇게 선배들과 만나서 상의를 하는 과정 속에 희곡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해 보기로 했죠. 물론 처음엔 다들 지금 우리가 강의를 할 수 있을까, 극작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시기인데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했어요.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됐든, 사실 선배들의 고민만이라도 알려주면 수업을 듣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죠.

예를 들면 희곡이 공연화되면서 어떤 대사들이 지워지는지 그런 것들부터 작가료는 어떻게 받고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까지요. 실제로 이곳을 함께 한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들에 공감을 해줘서 그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뮤지컬 장막, 희곡 단막, 희곡 장막을 쓰기 위한 강좌가 개설되어 있어요.

라푸푸서원이 극작 강좌를 열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면서 최종적으로 하려고 하는 일이, 결국은 그 작가의 그 작품에 가장 잘 맞는 연출을 연계해주려는 건데요, 그런 작업들이 성과를 거두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이시원 작가의 <녹차정원> 같은 경우, 무대 독회를 통해 고연옥 작가가 극단 배우세상을 연결해줬죠.

하지만 마냥 좋은 결과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보통은 희곡작가들이 작품을 쓰면 빨리 현장과 만나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요. 그런 갈증을 해소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서 무대독회도 했던 거고요. 작품의 미흡한 면은 그 과정 속에서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헌데 텍스트가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독회를 하게 되면, 작가들이 연출이나 배우들의 반응에 굉장히 상처를 받더라구요.

그 이후 영영 글을 안 쓰게 된 사람도 있었죠. 지금은 그런 시행착오들을 거쳐 워크숍 모임을 좀 더 강화하려고 하고 있어요. 여기서 함께 작품을 쓰고. 조언을 듣고, 검증까지 받고나면, 현장에서 연출과 만날 때 공연성이 더 높아지는 걸 알게 된 거죠.

물론 누군가는 내가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싫은 소리, 냉정한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힘들 때 격려하고 칭찬하고 믿어줄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 같아요. 누구나,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 혹은 희곡을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있는데 그것들을 증폭시키지 않고 상쇄시켜주면서, 그들의 꿈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연극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라푸푸서원의 막연한 목표랄까요. 강좌가 끝나도 끈을 놓지 않고 만남을 이어가면서 지속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싶은 거에요. 좋은 희곡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시간을 기다려주는 게 필요한 거죠. 작가를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 라푸푸서원 대표 최원종

※라푸푸서원의 희곡 및 뮤지컬 쓰기 강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http://cafe.naver.com/lapupuground)



글_ 김슬기 기자(soolsoolgi@naver.com) & 사진_ 서동신 소우 studio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