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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국공립무용단체

  • 조회수 2,197
  • 작성자 송*건
  • 등록일 2010.02.09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철밥통 국공립무용단체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철밥통 국공립무용단체 >

무용만큼 한 국가의 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완벽히 나타내어 주는 예술은 없다. 자신 고유의 몸짓이나 무용움직임이 없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특히 무용예술에는 언어의 장벽이 없기 때문에 국가 간 외교와 국제 문화교류의 최선봉에 설 수 있다. 러시아는 새로운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을 때는 언제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키로프발레단을 외교관들 이전에 상대 국가에 보낸다.

그리고 영국의 경우에는 중요한 외교사절로 영국런던 라반센터 부속 포스트모던무용단인 트렌지션컴퍼니를 상대국가에 보낸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우리가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무용작품이 없다. 그런데 이 작업은 누가 했어야 하는가?

가난한 개인 예술가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그리고 당연하게 이제 한해 100억 원 가까이 국가의 돈을 쓰기도 하는 국립발레단이나 국립무용단 등 국공립무용단체에서 했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세월 올바른 작품 하나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일반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본질을 흐리며, 엉뚱한 교설을 늘어놓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역 공연 등을 다녀 바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쓰고 있는 국공립무용단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본분은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 창작기관으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세계적인 예술작품 창조가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 등에서는 해야 하는 일은 하나도 못하면서, 엉뚱한 짓이나 해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우선 지난 겨울 폭설을 전혀 예보하지 못한 기상청에서는, “앞으로 각계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체계적으로 눈과 비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겠다.”고 하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맞는다(조선일보 2010년 1월 14일자).

예보를 정확하게 한다는 기상청의 본연의 임무는 전혀 수행하지 못하면서 ‘눈의 경제적 가치’ 운운하며 교설을 늘어놓는 가소로운 짓을 하다 들통이 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현재 시험문제 유출 등으로 우리나라 전체를 국제적으로 망신시키고 있는 우리나라 학원도 “제대로 검증도 안 된 강사들이 비대한 사교육 시장으로 뛰어들어 교육 내용보다 광고와 마케팅에 더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조선일보 2009년 7월 6일자).

그러면서 이들은 선행학습이 필수라고 부추기면서 학원 없으면 특목고나 대학에 갈 수 없다고 불안 마케팅을 펼치면서, 정작 학생들에게는 문제 유형에 따라 답 고르는 법만 가르친다고 한다. 어떤 악랄하고 간교한 사기꾼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과 청소년들의 미래를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는 보도 내용이다.

또 하나 예를 들어야 할 것은, “국가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이 ‘규제완화와 외자유치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지역 신도시 개발산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정부자체 평가가 나왔다.”는 조선일보 2009년 11월 7일자 사설이다. 그러면서 이 사설은 “지금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투자와 외국기업 유치가 성사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아파트나 상가만 들어서고 있다”고 이어진다.

우리나라 국공립무용단체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무용에서 꼭 필요한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가? 혹은 기괴한 교설만 늘어놓으면서 우리 무용의 현재와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고만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무용단들의 문제점들은 산적해 있다. 우선 첫째로는 공연의 질이 떨어진다. 기껏 하는 것이 핫바지 관객들 강제 동원하는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

두 번째로는, 공연의 횟수가 외국의 국공립 무용단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 등에 가보면, 국공립무용단체의 공연을 거의 볼 수가 없다. 국민의 피 같은 혈세로 지은 공연장에 국공립무용단체가 상주하면서도, 공연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개점휴업의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단원들 까지도 철밥통의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그동안 평자가 방문해본 미국 링컨센터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나, 프랑스 파리오페라하우스나,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이나,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스탄국립오페라발레하우스 등의 공연장에서는 거의 날마다 각국의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여름 휴가철 2 - 3개월 빼고는 공연장에만 가면 언제라도 공연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국립발레단 같은 일부 국가무용단체는 거의 대부분의 공연을 외국 작품만 수입하여 공연하면서, 수입품 하청 기지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2009년 6월 22일자를 보면, ‘러시아의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와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이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맡을 5번째 작품으로 중세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 레이몬다 >를 논의중이다’라고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은 스스로 창작하는 것은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우리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국가무용을 창조해 낼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나라 육상선수들이 “세계대회에서는 대충 뛰고, 가을에 벌어질 전국체전에 주력한다”고 한다(중앙일보 2009년 8월 24일자).

지금 우리나라 국립무용단이나 국립발레단은 세계를 지향하지 않고 있다. 아니 지향을 할 수가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방치되고 있는가? 한마디로 예술단체장의 문제이고, 그런 엉터리 인사를 반복하고 있는 문화부 관료 나부랭이들의 무지함 때문이다. 근래 우리나라 국공립예술단체의 단장 혹은 예술감독은 변변한 창작 작품 하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억지로 떠밀려 자체 창작 공연을 하는 시늉을 낼 때조차도, 거의 모두를 ‘용병’들에게 맡긴다. 자신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런 형태가 반복되면, 우리나라 무용의 창작의 숨통이 영원히 끊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탐사보도 전문가인 로버트 영 펠튼은 그의 저서 ‘용병’에서, 현재 세계의 전장에는 민간 군사기업이 정규군을 대신하고 있는 새로운 전쟁의 양상이 벌어지면서, “전쟁에서 충성심, 도덕적 명분은 사라지고 돈이 모든 걸 좌우한다.”고 하고 있다. 우리가 예술창작에서의 용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절감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본대로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무용단은 겉은 번드러러하게 보이지만 총체적 부실 속에 빠져있다. 2010년 1월 14일자 헤럴드경제 기사를 보면, “2010년은 국립발레단이 재단법인화를 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재단법인 출범 당시 20억 원에 불과했던 국가 예산 지원은 10년 만에 75억 원으로 늘어, 올해는 자체 예산 25억 원을 포함해 총 100억 원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다.”라고 되어있다.

우리나라 문화관광부라는데서 국립발레단 등을 법인화 시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법인이 되어 자립도를 키워 정부 재원에 의지하기보다 관객과 정면 승부를 하는 것’(중앙일보 2010년 1월 27일자)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법인 출범 초기 국가예산 지원액이 20억 원에서 현재는 75억 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국가예산 낭비를 줄인다는 것이, 도리어 이제 한해 50억 이상 더 지출하는 것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무용인 모두가 정말 정확하게 관찰하고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국공립무용단의 예술창조 작업이 올바르게 가동되지 못하면 우리나라 무용의 발전은 생각해 볼 수도 없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