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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SF 5월 14일 - 세종체임버홀 '시네노미네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 조회수 1,135
  • 작성자 홍*주
  • 등록일 2009.05.22
2009 SSF 5월 14일 - 세종체임버홀 '시네노미네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The Performance of Four Men In Black"

"베토벤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 나왔다."



"실내악 연주를 위해 만들어진 체임버 홀에서 정식으로 실내악 공연을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 연주는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다르게 어떠한 분위기와 느낌으로 다가올 것인지 고대하는 마음을 가진 참이었다. 아직 나무향이 채 가시지 않은 아늑한 홀에는 베토벤으로 한껏 채워질 무대가 고요히 놓여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명은 사라지듯 꺼지고, 더욱 밝아진 무대 위에 검은 옷의 네 남자가 뚜벅뚜벅 들어섰다. 훤칠한 키의 서양인 넷, 낯선 나라의 관객들에게 그들이 들려줄 음악은 무엇일까?

수많은 연주를 해보았음직한 사중주단임에도 시작 전에는 다소 긴장이 되는 것인지 눈빛이 조금 굳어있었지만, 그들의 시작은 거스를것 없었다. 15분간의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1부와 2부는 화성의 풍랑 속에서 쏜살같이 지나갔다. 시간을 더할수록 검은 옷의 네 남자에게 깊이 빠져들었고, 그들이 베토벤이 되었던 만큼, 꼭 그만큼 나도 그가 되었다.

다른 관객들도 그러했는지, 그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박수소리보다 첫 곡이 끝날 때의 박수소리가, 이보다는 두 번째 곡의 박수소리가, 그리고 이보다는 마지막 곡이 끝났을 때의 박수소리가 조금씩 더 우렁찼다. 네 남자 역시 첫 곡보다는 두 번째 곡이, 두 번째 곡보다는 마지막 곡이 더 호흡이 잘 맞아들면서 더욱 몰입된 연주를 하였다. 그들이 그랬기 때문에 그 느낌을 관객들도 전해 받은 것인지 관객들이 더욱 격려해줬기에 그들도 더욱 몰입하여 연주할 수 있었던 것인지, 어느 것이 시작인지도 모르게 어느덧 교감하고 있었나보다고 느낀다.

제대로 교감했던 것일는지. 거칠고 괴팍한 것 같아 보이지만, 너무나도 여린 속내를 가지고 있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느껴온 베토벤이었다. 그가 정말 그랬던 사람인 것일지‘시네 노미네 사중주단'이 들려주는 그에게서 내가 이번에도 새로운 면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인지, 오늘도 그 느낌 그대로였다. 친구에게서 받은 선물에 기뻐하고, 날씨가 좋다며 잠시 즐거워하고, 아침의 커피 한잔의 여유 같이 작은 일들에 흐뭇해하다가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삶의 고뇌에 빠져드는 모습은 늘 인간적이다.

사춘기에는 사춘기대로, 청년기에는 청년기대로, 중년에는 중년의 삶 속에서, 인생의 황혼기에 느끼는 무상함 혹여는 깨달음 같이 사람은 시기마다 제각기 다른 고뇌를, 그러나 결국엔 ‘삶은 무엇인가'로 귀결되는 고민들을 안고 살아간다. 아마 베토벤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가 그런 고민 속에 빠지는 모습을 순수하게 나타내서,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너무나도 잘 두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첫 사중주 곡과 두번째의 Fuge는 특히 그러했다. 직접 연주하고 있는 저 검은 옷의 네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느낌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음악은 각자가 듣고 느끼기 나름이라는 점에 비추어보았을 때 아마 저들만의 삶 속에서 느끼는 베토벤의 무엇이 또 있겠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아니면 듣고 있는 것과 달리 연주할 때는 그저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어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듣는 것과 연주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미숙한 실력이라도 직접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첼로 연주자가 관객들이 보기에는 가장 온몸으로 그 느낌을 전하려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호흡이 더욱 잘 맞아떨어지면서 넷 모두가 표정과 작은 몸의 흔들림으로도 몰입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그었던 음을 비올라에게, 세컨 바이올린에게 넘겨주고 받으면서, 끊어지기 쉬운 실을 이어가듯 연주되었는데 그 세심한 표현이 인상 깊었다. 음악과 느낌을 가시화할 수 있다면 마치 그것을 서로에게 통통 던져 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급격하게 바뀌는 활의 스피드와 압력 그리고 현격하게 다르게 표현되는 악상들이 잔잔하다가도 삶의 고민에 출렁이는 모습을 느낌만으로 재현해내었다. 여기에 직접 실내악을 들을 때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강하게 내리치거나 연주할 때 들을 수 있는 현이 긁히는 소리라던지, 브릿지가 떨리는 소리 등일 것인데, 아마 그래서 더 극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생각한다. 꼭, 연극을 TV로 보면 느낌이 반감되는 이유처럼...

마지막 음이 끝나고 터져 나온 박수소리는 확실히 등장 때의 그것과는 질이 달랐다. 처음의 박수소리가 ‘어떤 연주를 들려줄 것인가요?'라는 기대의 박수소리였다면, 마지막은 ‘베토벤이 되게 해주어 고마웠다. 훌륭했다.'라는 확신과 탄성의 박수소리였을 것이다. 연주회의 묘미! 앵콜 연주를 조르는 관객들의 박수에 화답하여 마지막 앵콜까지 훌륭하게 들려준 검은 옷의 네 남자. 베토벤이라기엔 조금 선해보이는 세컨 바이올린의 연주자까지 무대 뒤로 사라지고 나서 객석에 다시 밝아진 조명과 함께, 나는 잠깐의 버퍼링 끝에 다시 내가 되어 발걸음을 옮겼다. 광화문의 밤공기는 베토벤의 속내 같이 부드러웠다. - 오늘의 SSF 명예기자 최원지 -

[2009 SSF 데일리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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