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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세종문화회관 사장과의 짧은 인터뷰

  • 조회수 6,433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5.11.23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김용진 세종문화회관 사장과의 짧은 인터뷰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김용진 세종문화회관 사장과의 짧은 인터뷰 >

지난 5월 경 평자는 서울시무용단 자문위원으로, 세종문화회관 회의실에서 있었던 서울시무용단 자문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나중에 알고 보니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첨예한 노사갈등의 요인 중의 하나가 되어있는 '예술단 운영체제개선방안검토' 라는 제목의 문건이 그 때의 자문회의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으나, 말주변이 없는 평자가 거의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것이 있다. 즉 서울시무용단은 세종문화회관의 상주단체로(즉 서울시 산하단체로) 필연적으로 계속 존재해야 된다는 것이다.

물론 평자가 이런 의견을 분명하게 개진하기 전에 일부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사람들의, 여러 가지 말이 많은 무용단을 해체하고 비상임 단체로 두자는 의견의 제시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 평자는, "그런 의견은 일부 단장직 경선에서 탈락한 무용인들의 한치 앞도 내다보지 않는 질시 어린 단견과 똑 같은 것"이라고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무용인 들끼리도 그런 한심한 발상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공립무용단체에 문제가 있다면 - 사실 평자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국공립무용단 부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글을 써 온 사람이다 - 그 잘못을 처절한 각오와 뼈를 깎는 양보 속에 고쳐 나가도록 해야하지만, 무용단 자체는 지켜나가야 한다. 지금 만약 무용인들끼리 쓸데없는 분열을 일으켜 서울시 산하 무용단이 없어진다면 언제 다시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 때 무용계의 원로이신 송범 선생님 등께서, 저를 보시며 "더 이야기하세요" 하시며 응원해 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결과인지 모르지만 지난 9월말 세종문화회관 사장실에서 잠시 본 앞에서 말한 '예술단 운영체제개선방안검토' 문건에서는 서울시무용단의 폐쇄 검토(세종문화회관 소속 다른 예술단체의 자문회의에서는 몇몇 단체의 존폐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고, 그것이 현재 노사갈등의 첨예한 쟁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야기는 - 사실은 누군가가 했지만 - 다행스럽게도 아예 없었던 것으로 되어있었다.

자문회의 이후 세종문화회관 김용진 사장을 세종문화회관 직원 1명과 함께 한번 만나 약 1시간 정도 우리 문화예술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국악 전공자이지만 서구 공연예술 위주로 일어나는 세종문화회관의 사장에 오른 분이라 대단히 특이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김사장도 뭔가 새로운 것을 해내려는 의욕이 충만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솔직히 서로 일부러 만날 일이 없었다. 김용진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서 정신없이 바빴을 것이고, 문화예술에 관한 잡문을 쓰거나 대학강의에 몰두하며 공연의 현장을 지켜야 하는 평자도 일상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몇 개월 동안 신문에서 2~3번 정도 세종문화회관에 대한 약간의 무지라고도 할 수 있는 편견이 섞인 기사가 나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선일보 6월 23일자 A24면의 '세종문화회관 적자 3박자' 라는 제목의 기사와, 같은 조선일보 9월 15일자 A3면의 '세종문화회관 3중고' 라는 제목의 기사 등이었다.

6월 23일자 기사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해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오페라단 등 9개 예술단체의 공연을 위해 쏟아 부은 돈은 114억3500만원, 하지만 이들 단체가 정작 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4억 8000만원뿐이었다"는 기사였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지난해만 1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은 셈"이라고 이어가고 있었는데, 정말 문화예술의 현장을 첨예한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문화부 기자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력과 양식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문화예술을 지켜나가는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금' 형식의 운영을 '손실' 혹은 '적자'라는 식의 대단히 자극적이며 부정적인 표현으로 해두면 어떡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는 여러 가지 열악한 상황에서 견디고 있는 무용을 포함한 우리 전체 문화예술의 뿌리를 흔들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도 있는 경우였다.

그런데 이런 식의 기사를 쓴 이 기자는 자신이 쓴 다른 국립예술단체에 관한 기사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지원을 받고 있는"식으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는 기사를 쓰고 있기도 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무지인지 혹은 관련기관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피 말리는 심정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우리 문화예술이 올바르게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며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서 평자에게는 대단히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 3달 후인 9월 15일에 게재된 '세종문화회관 3중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우선 일반인들뿐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의 가슴에도 전혀 논리적으로 와 닿지 않는 위험한 비교의 뉘앙스를 던지는 기사를 쓰고 있었다. 규모와 성격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정도의 차이가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운영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극장, 그리고 심지어는 정동극장의 예를 들고 있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과나 오렌지를 감자나 양파와 비교하는 식의 이런 기사는 문화예술계에 쌓여있는 문제들을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해결해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그 문제들을 더욱 키우고 갈등만 한없이 증폭시켜 나가는 경우가 될 수 있다.

물론 평자가 지금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그럴 이유도 하나도 없다. 단지 현재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있는 우리 문화예술 현안의 진단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확하게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약간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이런 식의 기사를 쓰는 것은 우리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예술 시장을 옥석이 올바르게 구분이 되지 않는 도떼기시장으로 만들어 놓는 것밖에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문화면 일부 기사의 편견을 가지는 단견적인 기사 문제는 언젠가 평자라도 꼭 거론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물론 앞으로도 잘못된 문화면 기사 문제는 계속 거론할 것이며, 실제로 몇몇 의식 있는 예술평론가들과 이 문제를 의논하고 있다), 이런 기사를 읽게 되었고, 9월말 평자는 김용진 사장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그 내용은 공연예술 평론가로서 꼭 보아 두어야 할 것 같은 '니벨룽의 반지' 관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때 김용진 사장이 갑자기 몇 가지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마도 평소 때 객관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평자와 우연히 통화되니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혀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몇 가지 너무 중요한 사안들을 말하고 있었다. 따라서 평자는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정식으로 만나 깊이 있는 객관적인 인터뷰를 해서, 우리 문화예술계 전체의 갈등과 오해를 풀고 바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때도 나의 인터뷰 목적이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위하는 목적이 아니고, 우리 문화예술계의 얽힌 부분을 풀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평자가 정식으로 인터뷰요청을 했고, 김용진 사장이 시원스럽게 그렇게 하자고 했고, 우선 그 다음 날 4시경에 만나 인터뷰 질문 요지를 준비할 수 있는 자료를 받기로 했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체 전 단원들의 사진이 벽 가득히 붙여져 있는 세종문화회관 사장실을 약 3개월만에 방문했고, 김사장은 약속대로 몇 가지 자료를 펼쳐놓고 현황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지난 5월경의 첫 번째 만남 때 보다는 표정이 어두운 모습이었다. 김사장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과의 갈등, 특히 자신의 뿌리인 국악관현악단과의 갈등 등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현재 노조에서 앞에서 말한 '예술단 운영체제개선방안검토' 문건 등의 내용을 문제 삼아 예술단체를 회사측이 없애려고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것은 그때 자문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의 의견이었지 회사의 방침은 결코 아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결정을 사측에서 한다면, 세종문화회관 소속의 거의 모든 단체들의 내년(2006년) 예산을 거의 10억 원 이상씩 증액한 예산으로 이렇게 편성하겠느냐고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이야기를 더하고(사실 이날 평자는 세종문화회관 김용진사장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자료를 주면, 그것을 토대로 하여 인터뷰 질문을 만들고, 며칠 후 서로 날짜가 잡히면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다) 난 다음 - 일부 여기에 쓰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쓰지 않는 내용도 있다 -, 김사장이 일어서서 정말 미안한데 지금 내가 서울 시장한테 사표를 내러 가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때 평자는 말문을 잃었다. 그리고 그때 김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넋두리처럼 말하던 "누가해도 안 된다"라는 말이 너무 절실히 들려오려고 했다.

물론 그 이후로 다시 김사장을 인터뷰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때 평자는 평자가 평소 때 주로 무용계 인사 위주로 문화예술인들과 해오던 인터뷰 - 흔히 5~6시간 이상씩 시간이 걸렸다 - 중에서는 가장 짧은 인터뷰를 한 셈이 되었다. 물론 그 인터뷰 전후의 상황(context)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며칠 후(10월 12일) 평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직원 한 명에게 전화하여 확인해보니, 김용진 사장은 지난 10월 4일 정식으로 퇴임했다고 했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누가 소신 있게 일을 해 나갈 것인가? 도대체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사람이 올바른 길을 지향하며 견뎌낼 수 있을까?

신문기사는 책임감을 가지고 가능하면 모든 상황을 한없이 깊고 넓게 파악하고 이해해서,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쓰여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문화계에서 문화예술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보지 않고, 무용단을 포함한 국공립 예술단체를 없애겠다는 단편적 의견을 내는 인간들도 사라져야 한다.

또한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들은 스스로 철저한 오디션을 수용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문화예술단체를 죽이겠다는 일각의 단견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우리 문화예술단체를 영원히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결정적인 힘이 된다.

세종문화회관 등 공공예술기관에서도 실력 있는 예술단체장 초빙에 모든 힘을 쏟아, 예술단체들의 예술성을 높여, 국민과 시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예술단체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모든 것은 우리 문화예술인들과 문화예술 행정인들의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도덕성 높은 자각에 달려 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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