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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 매창

  • 조회수 5,153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5.12.3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국립무용단 - 매창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국립무용단 - 매창 >

객석에 아무런 메시지나 느낌이나 뉘앙스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도 무용인가? 마치 일부러 어떻게 하면 객석의 관객들이 다시는 한국창작무용을 보러오지 않게 만들수 있을까 하는 목적으로 만들었었던 것 같았던 국립무용단 창작무용 < 매창 >(안무:김현자) 공연이 지난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있었다(평자는 19일 공연을 보았다).

이번 공연으로 지난 3년간 임기가 끝나는 국립무용단 단장 김현자는 지난 3년 동안 이번 공연을 포함해서 단 3개의 작품을 했다. 이는 1년에 간신히 1개씩을 무대에 올린 것이 된다. 작품의 질을 떠나서 도대체 한국창작춤의 확산을 목표로 표방하고 있다는 국립무용단의 안무가로서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근래 국립무용단의 존립 목표는 아예 공연을 하지 않은 것이 목표인 것처럼 되어 있어버려, 단원들까지 철밥통 소리를 듣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현자 이전에 국립무용단 단장이었던 배정혜도 약 3년간의 임기동안 2~3개의 비슷한 작품만 무대에 올리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만 두었다. 국립무용단 단장의 2번의 임기 동안 국립무용단은 우리 무용에 남을만한 레퍼토리를 단 하나도 남기지 못했다. 이는 지난 약 6~7년간의 결코 짧지 않는 기간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무용단은 예술적으로 아무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이는 우리 무용계 뿐 만 아니라 우리 문화예술계 전체를 황폐화 시킨 것이 된다. 그리고 예술성 있는 무용작품을 국립무용단에서 만들지 못하게 되니, 문화예술계 전체에서 무용의 위상은 추락하게 되고, 관객들을 모두 무용 - 특히 한국무용 - 과 멀어지게 만든 것이 된다.

“매화를 통해 순환의 원리.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는 이번 작품도 우리 한국무용 창작 수준의 비참한 현실을 무대 위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었다. 아련한 퉁소 소리 들리고, 문창살 후방으로 매화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영상으로 비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출연자들이 고함을 지르고 있다(무용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뭔가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무대가 조금씩 밝아지고 무대 위에 무작위로 앉은 출연자들이 몸을 흔들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무용이 ‘도’를 닦는 것은 아니다).

50~60여 명이 한꺼번에 광신도처럼 몸을 앞으로 엎드렸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신음 소리 같은 것도 내고, 소리를 지르며 팔 굽혀 펴기 같은 것도 한다. 소리를 지르며 엉금엉금기기도 하고, 군집하여 물결모양도 만드는데, 무용이 아니고 ‘행위’를 하고 있다.

출연자 1명이 나와서 현대무용인지, 재즈인지, 국적 불명의 움직임을 생각나는 대로 해보고 있다. “그리워. 니가 그리워...” 운운하는 신파조의 메아리가 울린다. 여자들이 체조를 하는지, 3류 무술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동작을 힘을 쓰며 이루고 있다. “추워” 하니까, 같이 추워하는 모습을 만들기도 한다.

남자가 ‘우아악’, ‘우아악’ 소리를 내며 왔다, 갔다 한다(이게 도대체 무용의 ‘창의력’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가?). “삭풍은 가지 끝에...” 라는 고함을 치기도 하는데 또 다른 신파가 된다. 계속 조명을 어두컴컴하게 해두고(자신 있게 보여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조악한 움직임을 거칠게 보이고 있다.

남녀 10여명이 체조와 에어로빅과 격투기와 디스코텍 움직임이 범벅이 된것 같은 움직임을 아무렇게나 해 보고 있다(섬세한 안무 구성이나 정밀한 움직임의 창출은 생각해 보지도 못한다). 갑자기 출연자들 수십명이 무대 좌에서 우로 개구리처럼 기어가게 하기고 하는데 이게 무슨 ‘안무’가 되는가?

우악 거리는 소리를 계속 울부짖다가 오케스트라 핏에서 배꼽까지 드러낸 여자 7명을 거의 반나의 상태로 등장시키고 있는데, 지금 저 장면이 이번 공연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작품이 안되니 국립무용단 여자무용수의 반나의 자태를 관객들에게 서비스(?)하겠다는 것인지?

조악하고 거칠면서도 호흡이 짧은 안무로, 국립무용단 단원들의 뛰어난 무용 기량을 작품 표현 과정에서 하나도 살려내지 못하던 이번 공연을 보고 평자는 우리 ‘한국무용’ 분야에서도 빨리 실력 있는 안무가가 나타나야 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국립무용단’의 공연 수준, 혹은 창작 수준이 이 정도이니까 다른 시도의 무용단은 어떨까 하는 절망감에 빠져 있어야 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연장 곳곳에는 ‘한국무용’ 창작 춤이라고 하면서 객석과 전혀 의미가 유통되지 않는 공연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립무용단 공연이 이런 ‘배째라’는 식의 공연인데 다른 곳의 공연은 오직할 것인가? 지난 7~8년 동안 예술적으로 황폐화되어가고 있는 국립무용단의 불행한 모습을 보고 평자는 빨리 능력 있는 안무가가 나타나 우리 한국창작 무용을 이런 암흑의 덫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으면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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