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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제

  • 조회수 5,902
  • 작성자 풀*
  • 등록일 2006.02.01
풀씨 제


음력 삼월보름 마이산에서



마이산에 가서 풀씨를 뿌렸다.
봄이 와도 허옇게 속이 드러난 암마이봉 중턱까지 올라가
지나가는 바람과 혼령을 불러내 묵언 제를 올리고
산의 속살을 향해 붕대를 감듯 두툼하게 흙을 부어
비가 와도 푹풍이 쳐도 무너지지 않을 새 생명의 씨를 뿌렸다.

도처에 토사가 쏟아져 내리고
뼈를 드러내듯 바위까지 드러낸 민둥 허물인대로
산이 저 지경이 되어 긴 겨울을 지냈는데도
단지 때가 되었다고 어떻게 아무렇게나 봄이 오고 꽃들은 피고 말았는지.

겨울 내내 마음에 몸살을 앓았던 것을 겨우 알겠다.
결국 저렇게 상처가 나고 속이 드러날 지경이면
나중에는 겉이 무너지고 중심이 무너지고 마침내 산이 무너지는
기반도 주추도 없이 치솟는 화려함이란 차라리 다 거짓 아닌가.
봄이 와서 흐드러지는 온 산의 만화방창도 결국 허세 아닌가.

그걸 알고 신령한 마이산이 겨울 지나자 사람들을 불러내
나도 같이 따라 올라가 풀씨를 뿌렸다.
세상에 피는 모든 꽃과 잎들이
꽃이 꽃으로 잎이 잎으로 돋는 꿈을 등짐으로 나르며 풀씨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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