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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동인문학상 '조롱한' 고종석씨에게

  • 조회수 3,826
  • 작성자 필* *
  • 등록일 2006.02.14
-김광일·문화부차장


소설가인 고종석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25일자 칼럼에서 조선일보가 동인문학상 관련 기사를 통해 자신을 “조롱했다”고 썼다. 그는 그리고 “나는 이 상과 관련해 내 이름이 거론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정중히 전하고 싶다”며 ‘후보 거부의사’를 밝혔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보름 전 2004년을 위한 첫 심사독회를 열었고, 그 결과를 지난 18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게재했다. 후보작 두편 가운데 고씨의 소설집 ‘엘리야의 제야’(문학과 지성사)가 포함돼 있었다. 고씨의 칼럼 내용은 몇몇 신문에 보도됐다. 이제 4년 전 동인문학상 개편 때부터 관여해온 문학담당 기자로서 그에게 몇가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첫째 동인문학상이 채택하고 있는 심사위원 종신제 상금 5000만원 월례 심사독회 같은 3가지 개혁 사항을 고씨는 ‘한국 문단에 대한 조선일보의 아귀의 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썼다.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고 있는 소설문학의 부흥을 기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씨에게 묻는다. 이미 300개에 달하는 문학상을 갖고 있고 무수한 성향의 다양한 작가군이 엄존하는 한국 문단이 동인문학상의 종신제·상금인상·월례독회 만으로 장악될 수 있다고 보는가?

조선일보가 2000년 이 상을 개편할 때 적지않은 출판수익이 보장되는 ‘수상작품집’ 출간을 포기하고 연간 억대의 예산 지출을 감수하기로 한 것은 한국 문학 활성화의 순수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노벨상이나 공쿠르상 같은 유수 문학상이 채택하고 있는 심사위원 종신제가 문학적 무한 책임성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가?

둘째는 작가가 발표한 작품에 대해 비평가를 포함한 독자 집단이 작품의 내용과 질을 토론하거나, 그것을 올해의 작품으로 뽑거나, 수상의 후보로 올리는, 일련의 문학적 향유와 수용 행위에 대해 작가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문학상 후보 단계의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칼럼은 독자의 근원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작가의 ‘아귀의 힘’이 될 수도 있다.

세째는 어떤 문학상과, 그 상을 운영하는 언론을 완전한 동일체로 보는 고씨의 정치적인 시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궁금하다. 신문사가 문학상을 ‘운영’한다고 할 때, 그 실체의 대부분은 재정지원에 그치고 있을 뿐 심사과정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으며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고씨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고씨가 일하고 있는 한국일보사도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문학상의 수상작들과 한국일보의 논조를 한번도 겹쳐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독자로서, 그리고 기자로서 정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고씨가 말했듯이 우리는 그가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온 인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심사위원들의 판단을 존중하고, 그 결과를 기사화할 뿐이다. 그가 동인문학상을 비판하는 것과 심사위원들이 그의 문학적 성취를 평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누가 어떤 문학상을 싫어한다고 심사위원들에게 “저 사람 안됩니다”라고 주문한다면 그 상의 공정성과 권위는 무엇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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