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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인사미술공간의 북촌이전에 관한 오상길님의 외진 곳 표현에 관한 반론

  • 조회수 2,548
  • 작성자 오*길
  • 등록일 2006.04.23
어떤 분이 이곳에 저에 관한 글이 또 올라와 있다하여 들어와 보았습니다.
님의 글을 읽고 글 쓰는 일의 어려움을 다시 절감합니다. 저의 ‘외진 곳’이라는 언급은 인사미술공간이 원서동으로 이전하게 된 사유를 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원서동이 외진 동네라거나 그곳으로 이전하면 안된다는 말이 아니라, 왜 그곳으로 가게 되었느냐는 것이지요. 문제의 핵심이 따로 있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미술이라는 문화를 당연히 향유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미술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감상이라는 문화적 향유의 기회제공보다 시민들이 감상할만한 미술로서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시민들이 보고 즐길만한 가치를 생산하는 일이 바로 저희 같은 예술가들의 진정한 소임이라는 말이지요.

인사미술공간은 지금까지 예술적 성취가 검증된 작가들을 상대로 한 전시를 열었다기 보다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해 왔으나, 전시공간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단순한 전시기회 제공 이상의 다양한 가치들을 작가들과 미술계에 그리고 시민들에게 각각 제공해 오지 못했습니다. 비전문가이신 분께 드릴 말씀은 아닙니다만, 저는 이런 맥락에서 인사미술공간이 그동안 소비해 온 예산만큼 제 역할과 기능을 다 해오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의 미술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관한 비평적 문제제기와 검증 그리고 그에 관한 첨예한 논의를 충분히 생산해 내지 못해 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소를 옮기기 보다는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여 내실을 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어야만 하고, 옮기더라도 전문인들의 자문을 폭넓게 구해서 신중하게 선택을 했어야 마땅하다는 말입니다.

지금 문화예술위원회의 인사미술공간과 아르코미술관은 마치 주인없는 공간들처럼 막대한 예산을 별 소득도 없이 소비만 하고 있고, 일개 계약직 큐레이터의 손에서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말까지 들려와 무척 신경이 쓰이고 있던 참인데, 맡겨진 일도 제대로 못해 내는 사람들이 뜬금없이 공간의 성격을 바꾸고 장소까지 마음대로 옮기는 것 같아, 그 사유를 문화예술위원회에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향후 보다 전문적인 차원에서 첨예하게 다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때 왜 제가 인사미술공간의 이전을 문제삼고 있는지 좀더 자세히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인사미술공간이 당연히 예술가들과 비평가들, 다른 기관의 큐레이터들과 화상들, 저널의 기자들이 문턱이 닳도록 빈번하게 오고 가야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원서동은 인사미술공간을 통해 활동하는 분들에게 인사동보다 바람직하지 못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을 우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만 하더라도 전시를 보기 위해 인사동으로, 사간동으로, 원서동으로, 평창동으로 다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만큼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고, 활동을 시작하는 작가에게는 이점이 상당히 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왜 엄청난 이사비와 리노베이션 비용을 들여가며 이런 리스크를 자초하는가를 묻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설마하니 님께서는 예술가들이 단지 관광객들의 감상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돈들여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지요?

관광객 얘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현대미술을 감상의 대상쯤으로 이해하시고 있는 것 같아 긴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관광객의 코스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민속촌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것이 아닐까요? 민속촌 안의 현대미술공간과 님의 말씀에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원서동은 제가 어릴 적부터 자주 다니던 곳이라 구석구석 잘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이니 ‘외진 곳’이라는 표현이 거슬렸을테지만, 제가 제기하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들은 우리나라 미술계, 아니 나아가 모든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만큼, 다소 마땅치 않으시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님께서도 문화시설에 근무하신다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의 중요성 정도는 잘 알고 계실텐데, 방향보다 손가락 끝에 관해 섭섭함을 드러내시는 것 같아 좀 당혹스럽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신이 누군지 이름 석자를 밝히지 못하는 사람의 글에 대답을 하지 않아 왔습니다만, 점잖은 분 같아서 이번만 답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람을 향해 익명 뒤에 숨어서 말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거니와, 결코 아름다운 일도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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