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

Arts Council Korea
아르코의 활동을 공유해드립니다.

자유게시판

  • 이 곳에 게재된 각종 의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 고객님의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하여 개인정보는 기록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십시오.
  • 우리 위원회의 운영이나 문예진흥기금 사업추진과 관련된 정책 사항이나 건의, 질의 사항에 대해 답변을 원하시면 정책제안 질의, 민원사무처리를 원하시면 사이버민원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 상업적광고, 저속한 표현, 사람, 단체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등 홈페이지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통지없이 삭제 (근거:예술위 정보화 업무규정 34조 2항)와 함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법률 제 61조’에 의거 처벌을 의뢰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타인의 정보 및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집니다.

세계 발레인들이 보는 우리나라 발레의 위상

  • 조회수 2,399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6.05.22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세계 발레인들이 보는 우리나라 발레의 위상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세계 발레인들이 보는 우리나라 발레의 위상 >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만난 캐나다 발레인 한 분은 우리나라의 ‘한’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다. 직접 ‘H, A, N'이라는 스펠까지 또박또박 떼어가며 말하고 있어서 평자는 깜짝 놀랐는데, 사실은 미국의 유명한 TV 드라마를 보고 알고 있는 것이었다(미국과 캐나다는 국경은 다르지만 같은 생활권이라는 것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그러면서 그 의미는 “a deep and quiet sadness, but it still has a hope"라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TV드라마 내용은 북한을 탈출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기 전에 나눈 대담 속에서 ‘한’을 이야기 하니까, 미국 대통령이 그 의미를 물어보고, 그러자 "설명하기 힘들다. 내 음악을 들으라"라고 하며 쇼팽의 음악을 연주했다고 한다.

아마도 평자가 자기들을(시카고에서 온 미국 발레인 한 명도 있었다) 만나러 한국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여 식사 도중에 들려준 이야기인 것 같은데 대단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정작 평자를 더 긴장하게 하며 집중하여 듣고 있게 만들던 이야기는 이들의 우리 한국 발레에 대한 의견들이었다.

우선 이들 모두는 우리나라에는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등 2개의 큰 발레단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를 방문하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은 언제나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의 근황을 묻고 있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니까, 두 사람 모두 이구동성으로, “줄리아 문은 정말 착하고 겸손하며 훌륭한 분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서, 평자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평자가 유니버설발레단 공연관람 소감을 이야기 해 달라고 하니, 조심스럽게 “판단할 수 없다”라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이야기인 즉, 군무나 솔리스트 등은 한국의 무용수들인데, 주역들이 거의 대부분 ABT나 키로프 등에서 초청되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실된 UBC의 예술적 판단은 어렵다고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만, 우리 모두 빨리 훌륭한 주역남자무용수와 주역여자무용수들을 키워 나가야 한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발레계의 가장 큰 취약점은 주역급 무용수들을 많이 배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뼈아픈 지적을 받았지만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개선시켜야 한다.

그 다음 이들이 평자에게 물었던 질문은, “현재 한국의 국립발레단 단장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누구라고 대답하자, 금시초문의 표정으로 또 바뀌었느냐고 하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 발레에서 뚜렷한 예술적 발전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가 바로 그런데서(단장이 짧게 수시로 바뀌는 것) 파생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후진국일수록 예술단체장 임면권 등을 관료들이 쥐려고 하고, 그것도 컨트롤하기 좋게, ‘임기’를 만들어 두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결과 때문에 한국 발레에는 뚜렷한 리더십이 없는 것 같고, 누구를 카운터파트로 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 때 평자는 우리나라 국립발레단 단장 선임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잡음들과 근래 약 10여 년 동안의 몇몇 국립발레단 단장들의 창의력 부재, 장기적 비전 부재 등의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또 현재 제법 많은 한국의 젊은 발레무용수들이 한국을 떠나 외국 발레단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아마 한국의 발레단에서는 어떤 창의적 정신이나 예술적 영감(artistic inspiration)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었다.

지구를 반 바퀴 건넌 반대편이었지만 이들은 한국 발레의 거시적 현황을 나름대로 정확히 살피고 있었다는 것이었으며,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게 된 우리 발레계의 ‘주역급 무용수 부족 문제’, ‘창의력 부재문제’, ‘리더십 부족문제’ 등등은 현재 우리 발레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현안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현재 어느 정도의 발전을 이룬 한국의 발레 추이에 대해서도 외국의 발레계 인사들이 거의 정확한 진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들의 진단이야말로 우리 발레발전에 필요한 객관적 판단일수도 있다는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