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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티발레단 - 한여름 밤의 꿈

  • 조회수 2,592
  • 작성자 무*평*가*송*건
  • 등록일 2006.05.22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뉴욕시티발레단 - 한여름 밤의 꿈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뉴욕시티발레단 - 한여름 밤의 꿈 >

캐나다 몬트리올과 미국 뉴욕을 걸치는 지난 4월말의 여행 동안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뉴욕스테이트시어터 극장에서 조지 발란신이 안무한 뉴욕시티발레단의 <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 공연을 보았다(평자는 이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기 위해 4월 25일과 26일 이틀 공연을 연속적으로 보았는데, Darci Kistler와 Joaquin de Luz가 주역으로 나온 25일 공연 위주로 평을 쓴다).

1962년에 조지 발란신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막으로 안무한 이 작품은 이번 뉴욕시티발레단의 2006년 봄 시즌(4월 25일 ~ 6월 24일)의 개막작품 - 마침 평자가 뉴욕을 방문하는 첫날이 개막 날 이었다 - 이었는데, 우선 평자가 놀란 것은 이들이 봄 시즌의 약 2개월 동안 거의 쉬는 날이 없이 63회의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뉴욕시티발레단의 90여명의 단원들은 1년 중 약 180일을 150여개의 작품으로 공연한다).

그리고 더 더욱 놀란 것은 이들 작품의 대부분이 그동안 미국에서 스스로 안무한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조지 발란신, 제롬 로빈스, 피터 마틴스 등의 발레마스터들을 이어오면서 가장 미국적인 발레를 창작하여 오직 그 레퍼토리들만으로 수많은 공연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뉴욕시티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객석규모의 뉴욕스테이트시어터을 거의 전용극장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더러, ‘뉴욕시티발레오케스트라’라는 발레단 전속 오케스트라까지 갖추고 있었다(이 오케스트라는 바로 앞 쪽 건물에 상주해 있는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오케스트라이다).

클래식발레의 위대함과 향취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묘한 극장의 분위기 속에서 막이 오르고, 11명의 요정들이 살아서 역동하는 생명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 때 무대 좌우에는 각각 5명과 6명씩으로 된 군무들의 비대칭 되는 이미지를 조지 발란신이 정교한 대리석 조각처럼 세워두었다.

붉은 의상의 티타니아가 나타나고 꼬마 요정들(팸플릿을 보니까 뉴욕시티발레단의 부속 발레학교인 아메리칸 발레스쿨 학생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흔히 조지 발란신은 스스로 어릴 때 아역으로 무대에 선 경이로운 경험을 떠올리며, 어린 아역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많이 주는 안무를 한다)이 손을 파르르 흔들며 쫓고 있는 매혹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요정들의 춤이 입체적이며 기하학적인 안무구도 속에서 화려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주역무용수들의 성스러운 움직임이 이어진다. 계속해서 주역과 군무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현란하게 이루어 나가는데, 복잡한 듯이 간결하게 이루어지는 움직임의 패턴이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여 조지 발란신 안무의 정수를 본다.

성악 연주의 청순한 음이 꿈속의 소리처럼 들리는 가운데 여왕과 요정들의 앙상블이 맑고 깨끗하게 이어진다. 다시 함께 명쾌한 질서가 뚜렷이 살아있는 탐미적인 군무가 객석의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며 조지 발란신이 천재적인 예술가라는 확인한다.

조지 발란신의 숨결을 마음껏 느끼게 해 주던 1막이 끝난 다음 인터미션 후에, 그리스 아테네의 테세우스 신의 정원에서 2막이 시작된다.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멘델스존의 귀에 익은 ‘Wedding March' 음향이 웅장하게 가슴을 뛰게 하게 만들고, 남녀 8쌍의 주역과 솔리스트들이 푸른 색 계통의 의상을 입고 푸른 가을 하늘같은 이미지를 맑게 만들어 나간다.

다시 연두색 조명이 켜지고 공기처럼 정숙하고 정교한 2인무가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객석에서는 엄청난 박수가 쏟아진다. 다시 주역들과 6쌍의 군무들이 입체적인 변화를 이루는 깨끗한 이미지를 병렬하며 이루어 나가고 있는데, 주역들의 느낌도 그대로 살리면서 군무들의 움직임도 결코 그 의미를 떨어뜨리지 않고 있다.

이제 꼬마 요정들이 다시 등장하여 빠르게 회전하여 큰 원을 만들고 있다. 어린 무용수들의 움직임들이지만 완벽한 안무가 장치되어 있어 결코 유희처럼 두지 않는다. 어두운 무대 뒤에서 반딧불 같은 불이 반짝거리면서 무용수들 모두가 두 팔을 흔드는 이미지로 끝나던 이 공연은 관객들의 큰 환호와 박수 속에 끝나고 있었다.

‘맹목적인 사랑’,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사랑’을 표형하고 있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이번 ‘한여름 밤의 꿈’ 공연은 조지 발란신이 보석처럼 찬란하고 신비스러운 안무로서 스토리를 담은 깔끔한 움직임과 이미지를 매혹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평자는 이번 뉴욕시티발레단의 공연을 미국 링컨센터에서 직접 보면서 지금부터 약 70년 전 ‘미국에서 태어난 무용수들로 세계적인 발레 컴퍼니를 만들겠다’던 꿈을 가진 미국의 지식인 청년 링컨 커스타인의 꿈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지 발란신이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예술적으로 창의적인 발레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어, 이제 미국이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발레 예술 창조의 강국이 되어 있으면서, 클래식발레가 미국 사회 전체의 존경을 받는 예술이 되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