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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아이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 조회수 1,916
  • 작성자 비*
  • 등록일 2006.06.28
산골 아이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우리학교 CF애니메이션 만들기 프로젝트- 강원도 영월 옹정분교편


산골 아이들이 만든 애니메이션
만든이 : 애니메이션박물관
방송일 : 2006.06.22
방송시간 : 3분 38초
대역폭 : 273Kbps

애니메이션은 창조의 예술이다. 한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캐릭터의 외모, 성격, 살아온 내력, 행동과 습관을 창조해야 한다. 캐릭터가 살고 있는 배 ...



▲ 개릭터를 만드는 아이들.

ⓒ 한승태


애니메이션은 창조의 예술이다. 한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캐릭터의 외모, 성격, 살아온 내력, 행동과 습관을 창조해야 한다. 캐릭터가 살고 있는 배경을 창조하고, 주변 인물을 창조하고, 인물간의 갈등과 협력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사건을 전개시키고 결말도 맺어야 한다.

따라서 여타 공연 예술과는 달리 스스로 모든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능동적 창의성과 주체성을 길러준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협력으로 완성되는 공동 창작물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교육의 도구로서 애니메이션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5월 19일·20일 양일간 강원도 영월군 연당초등학교 옹정분교의 '우리학교 CF애니메이션 만들기'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애니메이션박물관이 기획한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예술교육으로 '우리학교 CF애니메이션 만들기'의 첫 번째 사업이었다.

강원도는 도시로 이주하는 주민들로 인해 매년 인구가 줄어 폐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는 함께 어울려 공부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절실한 형편이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분교나 애니메이션 교육환경이 어려운 학교를 찾아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과 애니메이션 매체를 보다 가깝게 느끼게 하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를 통해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청소년에게 애니메이션 감상과 창작 체험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아를 성숙시키자는 것이다.

이번은 그 첫 번째로 영월 연당초등학교 옹정분교 전교생 2명하고,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옹정분교의 CF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내용의 1분 분량의 CF는 제7회 영월책축제가 열린 영월책박물관에서 5월 20일 밤 8시에 발표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이들에게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체험행사였다. 비록 사람이 부족하여 옹정분교의 이성란 선생님의 큰딸 은정이, 선생님 친구의 딸 유리까지 참여한 것이 다였지만 그 열기만큼은 어느 전문 애니메이터 못지 않았다. 그리고 애니메이션박물관에서 세 명의 애니메이터가 이들을 도와 제작과정을 함께 했다.

강원도의 분교 아이들과 함께 한 '우리학교 CF애니메이션 만들기'



▲ 아이들이 만든 캐릭터.



옹정분교는 책 박물관과 거리 상으로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가는 길에는 한반도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도 있었다. 처음에는 포장도로였으나, 금세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차량 앞으로 튀어 오르는 석회석 흙탕물로 자동차는 금세 시멘트 바위처럼 되었다. 몇 번을 헤매면서 겨우 산을 내려와 영월 서강 옆에 자리한 옹정분교를 찾았다.

정말 조그만 학교였다. 두 개의 기울어진 향나무가 정문을 대신했고, 아이들보다 먼저 사자석상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책 읽는 소녀상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자 이성란 선생님이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셨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부르자 부끄러운 듯 주저주저하며 교실에서 나왔다.

전교생인 혜리와 선영이었다. 스탭들과 수줍게 인사를 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바로 옆에 있는 선생님의 관사로 책상과 장비를 함께 옮겼다. 외부 빛을 차단할 수 있는 관사의 방이 교실보다 애니메이션 촬영 조건이 나았기 때문이다.

먼저 스탭들은 애니메이션 촬영 카메라와 장비를 준비하고 혜리와 선영이,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의 딸 은정이와 함께 미팅을 가지면서 프로젝트의 목적과 일정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생명’과 ‘영혼’을 뜻하는 말에서 시작하여 생명이 없는 사물에 생명이나 영혼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흔히 우리가 부르는 만화영화(셀애니메이션)부터 종이를 오려서 만드는 컷아웃, 인형을 움직여서 만드는 퍼펫, 핀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만드는 핀스크린, 직접 사람을 한 장씩 찍어 만드는 픽실레이션, 필름에다 직접 그리는 필름 온 애니메이션 등 정말로 많은 종류의 애니메이션과 오늘 학생들이 점토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하는 클레이애니메이션에 대해 준비한 영상 자료를 가지고 강의가 있었다. 그리고는 맛보기 감상으로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박세종 감독의 단편 <버스데이 보이>를 감상했다.

아이들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 아이들과 함께 만든 '우리학교 CF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관람보다 클레이를 내놓자 아이들의 눈빛이 더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날 때부터 눈독 들여온 클레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드디어 아이들은 애니메이터 언니들로부터 점토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며, 열심히 손으로 클레이를 주물럭거렸다. 꽃 만들고, 아기를 만들고, 그리고 각자 만들고 싶은 동물 만들기가 이어졌다.

스토리보드의 그림대로 촬영에 들어갈 모델들을 거의 다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촬영캐릭터를 완성하였어도 촬영하면서 계속 변화를 주어야하는데, 어쩌면 촬영하면서 그때그때 만들어야 하는 캐릭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드디어 애니메이션 촬영에 들어갔다. 모두들 신이 났다. 다들 기대에 찬 눈빛이 촬영장에 모아졌다. 우선 스토리보드의 내용은 5개의 신으로 구분된다. 첫 신에서는 책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은 만든다’는 내용을 연필로 쓰고, 두 번째 신에서는 책이 펼쳐지고 책 속에서 탯줄이 나와 아기가 탄생한다.

세 번째는 책 속에서 꽃이 피어나고, 학교가 만들어진다. 네 번째는 책이 덮이고 책의 탯줄에서 어린이가 태어나 손을 흔든다. 마지막으로는 제작에 참여한 친구들이 부조로 등장하고,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는 타이틀을 넣어 CF의 의도를 보여주기로 했다.

'우리학교 CF애니메이션 만들기' 프로젝트의 원칙은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면 최대한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데 있었다. 매 단계별로 애니메이터들은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학생들이 캐릭터를 만들고 촬영하도록 도움을 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 짧은 일정이라 기획과정에서 스토리와 스토리보드는 스탭들이 준비하여 학생들의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처음 접하는 두려움을 없애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음 번에는 충분한 시간과 협의를 통해 스스로 내용에 대한 고민과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도록 하기로 했다.

"와! 내가 저걸 만들었다!"



▲ 옹정분교생과 스탭들.



제작은 먼저 만든 책을 펼치고 덮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촬영하였다. 촬영에서 가장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고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기도 한다. 책이 펼쳐질 때 책 뒤에 받침대가 있어야하는데 촬영 각도에 따라 받침대가 보여 고민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낚시줄로 시도하였지만 의도대로 고정되지 않았다.

결국은 똑 같은 색의 클레이를 책 사이에 넣어 해결하였다. 이렇게 촬영된 첫 번째 영상을 아이들과 함께 돌려보았다. ‘와’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정말로 책이 혼자서 스르르 펼쳐졌다 다시 덮였다.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눈빛에는 ‘내가 저걸 만들었다니!’하는 자부심이 흘러 넘쳤다.

여기까지 작업하는데 하루가 다 흘러갔다. 부모님께서 늦게 돌아올 딸을 걱정하여 전화를 하여 일단 아이들을 돌려보내기로 하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주위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사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아무리 짧은 작품이라도 이틀만에 제작하는 것은 무리한 일정이었다.

그래서 스탭들은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서 저녁도 거른 채 다음날 제작할 부분에 대한 논의와 재료를 준비하고 밤 9시가 되어 학교에서 철수하였다. 다음날은 토요일이어서 아침 10시부터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음 날 스텝들이 분교에 도착하니 선생님과 아이들은 모두 학교 옆 서강에 나가 놀고 있었다. 스탭들을 발견하고는 다들 반갑게 뛰어왔다. 아이들은 어제 하루 같이 작업을 해서인지 제법 살갑게 다가왔다. 와서 매달리기도 하고 오늘은 뭘 할 거냐고 꼬치꼬치 묻기도 하였다. 토요일에는 먼저 꽃을 피우는 것과 학교가 지어졌다 무너지는 모습을 제작하여 촬영하였다. 확실히 어제보다는 능숙한 모습이었다. 다들 자신감이 충만하였다.

점심에는 이성란 선생님이 산나물에 삼겹살을 준비해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아, 뿌듯함이 함께 한 그 맛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선영이와 혜리의 어깨는 더욱 힘이 들어가고...

오후에는 옹정분교의 본교인 연당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견학을 왔다. 이성란 선생님이 본교의 동료 선생님들께 자랑을 하셨던 것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어제 작업한 모습을 보여주자 모두들 감탄하였다. 어떤 선생님은 무슨 프로그램이냐? 리 학교에서도 한번 하면 안 되겠냐?

이번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 좋겠다는 의견부터 질문공세가 계속 이어졌다. 본교에서 온 학생들도 분교의 학생들의 색다른 체험에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선영이와 혜리의 어깨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은정이는 클레이를 만지는 손재주가 있었다 싶었더니 애니메이터가 되겠다고 자신의 꿈을 수정하였다.

본교의 학생들이 돌아가고 나서 학생들은 촬영을 마치고 편집에 들어갔다. 편집을 끝내고 음악 선곡을 아이들과 같이 하였다. 처음에는 은정이가 잘 치는 피아노 곡으로 하였으나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곡이라 모두들 한 표씩 던진 동요의 연주음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이름과 부조로 만들어진 얼굴이 들어가자 다들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우리학교 CF애니메이션의 제작 발표는 제7회 영월책축제의 개막행사장인 책박물관의 운동장에서 밤 8시에 가졌다. 우리의 CF발표가 있기 전에 음악회가 있었다. 음악회의 열기가 식기 전에 옹정분교를 소개하고 전교생이 두 명이라는 것과 이들이 이틀 동안 만든 CF애니메이션을 소개했다. 작품은 부족했지만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다들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으며 재상영을 요청하여 3번이나 더 상영을 하였다. 물론 그래야 3분이었지만!

이렇게 이틀 일정의 <우리학교 CF애니메이션 만들기>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혜리, 선영이, 은정이 그리고 나중에 같이 참여한 유리가 만든 학교 CF는 이들의 자부심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가 짧은 일정에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열정 때문이었다.

영상은 아래에서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40489